오가와 요코가 전하는 세 가지 공포
오가와 요코는 2004년『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줌과 동시에 가슴 한쪽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최근 출간된『임신 캘린더』는 저자가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자리 잡도록 해준 저자의 출세작이다. 또한 이 작품은 1991년 저자에게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안겨주었다.
이번 작품에서 오가와 요코는『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보여주었던 작품 세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큰 주제가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 오가와 요코가 선택한 것은 공포라는 코드다. 그 공포는 마치 어느 날 꿈에서 본 듯한, 하지만 악몽처럼 온몸을 식은땀에 젖게 하거나 가위에 눌리게 만드는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공포가 아니라 서서히 우리 몸에 파고들면서 어느 순간 오싹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전혀 새로운 느낌의 감각적인 공포다.
이 책의 표제작인「임신 캘린더」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임신에 얽힌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단지 일기의 주인은 임신 당사자가 아니라 언니의 임신을 지켜보며 미묘하게 심리 변화를 일으키는 여동생이다.
「임신 캘린더」외에 사촌 동생에게 자신이 학창 시절에 지내던 기숙사를 소개해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기숙사」와 어렸을 적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기묘한 취미를 갖게 된 한 부자의 이야기인「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이 있다.
세 이야기 모두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왠지 낯선 기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레/ 192쪽/ 9,000원
독서신문 1399호 [2006.3.5]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