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 산티아고 순례길 함께 걸었어요 42일 900km 마주 보면서…
[포토 인 북] 산티아고 순례길 함께 걸었어요 42일 900km 마주 보면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12.07 12: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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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이혜민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
강릉에서 지인의 도움을 받아 촬영한 웨딩사진 <사진제공=900km>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빚내는’ 결혼식 말고 ‘빛나는’ 결혼식 없을까?” 연애 6년 차, 결혼을 앞둔 이혜민, 정현우 부부는 생각했다. 특별하지만 소박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자고. 고민하던 어느 날, 불쑥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우리, 결혼식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 걸을래?” 이 한 마디를 시작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이 시작됐다.  

아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사진을 찍어 완성한 책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에는 느리지만 서로에게 힘을 주고 또 얻으며 함께 걸어나간 부부의 모습이 가득 담겨있다.  

교회 뒤편 창고. 부부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촬영장소다.

그들의 결혼 준비 과정은 특별했다. 데이트 장소는 카페나 영화관 대신 체력 단련을 위한 등산로나 성곽길이었고, 여름휴가는 휴양지 대신 제주 올레길로 다녀왔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도 보러 다니지 않았다. 등산복과 트레킹용 장비를 준비했다. 

결혼행진에 오른 두 사람은 11kg, 8kg의 배낭을 메고, 하루에 20~30km씩 42일간 900km를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함께 걸었다. 휴대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눈 쌓인 산속을 헤매기도 하고, 자주 쏟아지는 폭우와 질퍽해진 진흙길, 때아닌 폭설로 고난을 겪기도 했다. 무릎과 발목, 어깨 통증을 매일같이 호소했다.  

해발 1000m의 알토 데 모스텔라레스 언덕에서 촬영한 웨딩사진. 등산복 차림의 신랑 신부 모습이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대신 다른 부부가 쉽게 가질 수 없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 함께 걸어가면 비로소 끝까지 갈 수 있다고. 어디를, 어떤 속도로 가고 있든 방향만 잊지 않는다면 그다음 길이 자연스레 우리 앞에 놓일 거라고.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을 꿈꾸지 않느냐고,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특별한 결혼식을 올려야 하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당당하게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두 번째 꿈을 꾼다. 모든 나라의 로컬 맥주를 마셔보는 꿈을. 

■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
이혜민 지음 | 정현우·이혜민 사진 | 900KM 펴냄 | 328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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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2016-12-09 08:18:48
이보다 멋진 결혼식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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