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국내 모피산업 숙제 중 하나는 영 디자이너 발굴이다. 훌륭한 미래의 디자이너 발굴도 큰 의미이지만 젊은 세대의 모피에 대한 순기능적 관심을 높인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모피가 마치 동물학대 산물인양 일부 과장되고 편협한 의식이 확산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젊은 세대의 모피 저항은 산업 자체 위축을 부르는 다급한 현안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모피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그래서 젊은 모피 디자이너를 찾아내는 일이다.
이 일을 한국모피협회(이사장 김혁주 윤진모피 대표)가 벌써 3년째 큰 돈 들여 치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3층은 형형색색의 모피가 늘씬한 모델을 감싸며 늦가을 초저녁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우선 케이 퍼(K-fur) 콘테스트 결선에 오른 10개 작품이 런웨이를 장식했고 국내 유명 모피업체의 작품이 이어 쇼케이스 형식으로 소개됐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단연 콘테스트. 대상이 호명됐다. 사사다패션스쿨 신하은 양에 영예가 돌아갔다. 신 양은 ‘우먼 인 에스키모’ 제목의 디자인을 선봬 호평을 얻었다. 동료들의 축하 꽃다발에 묻힌 신 양을 잠시 만났다.
- 먼저 대상 수상 소감을
“기대도 안했어요. 끝까지 이름이 안 불려 당연히 떨어진 줄 알았죠. 너무 좋아요. 막 떨려요, 아직까지.” 2학년 휴학 중인 신 양은 거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풋풋했다. 친구들은 꽃다발을 안기면서 대상 상금 2백만원이 적힌 보드를 부럽게 보며 ‘엄지 척’ 하기도 했다. 신 양은 아빠에게 가장 먼저 기쁜 소식을 전했다고 했다.
- 얼마나 준비했나. 그리고 에스키모 여인 작품을 설명한다면
“지원 서류 꾸미는 것부터 하면 5개월 됐어요. 일러스트도 하면서 힘 좀 들었어요.” 일러스트는 패션 디자이너에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모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 업체 도움이 필요하다. “퍼(모피) 공모전이라 추운 지역이 연상되는 에스키모 여인을 모티브로 삼았고요, 보온성을 염두에 두고 실루엣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신 양의 에스키모 여인 옷은 전체적으로 흰 바탕에 허리선을 잘 살렸고 롱 슬리브(긴 소매)가 창의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 꿈이 있다면
“졸업하면 개인 디자이너 인턴으로 들어가거나 대기업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게 일반적이에요. 일단 그런 곳에 들어가 실력을 더욱 쌓고 해외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들과 일하고 싶은 게 꿈입니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셀린느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달고 컬렉션 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양에게는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모피의 고향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사가 퍼 디자인센터’ 연수기회가 주어졌다.
명품 브랜드 컬렉션을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 꿈같은 일은 한국에서 에스키모를 찾아가는 것처럼 멀고도 멀고 춥고도 추운 길이다. 그러나 신 양에겐 모피가 있다. 모피가 에스키모로 가는 길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다.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