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가 보수진영 치적 쌓기인가…교총마저 "함량미달" 맹비난
국정교과서가 보수진영 치적 쌓기인가…교총마저 "함량미달" 맹비난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6.12.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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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 된 우려 속 배포 강행…교육부 속셈은 여전히 미궁 속

[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지난 28일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내용을 살펴본 결과 무성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부분은 바로 '보수색채가 강화된 교과서 편찬과 역사전문가를 배제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집필진 구성이다.

 ◇ 임시정부 법통부정, 교과서 곳곳서 보수성향 대통령 미화…우편향세 '강화'

우선 교과서 내용이 상당부분 우향화 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건국절'은 기입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수립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국가의 정통성을 뚜렷하게 나타낸 것이 눈에 띈다.

교육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역사교과서에 기재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은은 1948년 8월 15일에 정부가 수립됐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하나의 국가'가 완성됐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갈음했다.

보수진영은 기존 검정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고, 북한에서는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수립됐다고 서술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를 비롯한 국편 측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대한민국 수립', 북한은 '정권 수립'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고히 했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은 건국절을 지향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명확하게 기술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이 수립되는 과정을 이해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수립은 1919년이나 1948년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 역사적 사실 중심으로 기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건국절'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표현으로서 '역사적 기념'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이에 대한 교과서 기술은 국민적 합의나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이번 '대한민국 수립'용어는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니다. 교육부 측에 따르면 '대한민국 수립'용어는 1차 교육과정(1956)부터 7차 교육과정(2009)까지의 시기에 계속 사용되어 왔고, 이번 올바른 역사교과서에서 기재된 '대한민국 수립' 은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 근거해서 사용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뉴라이트 진영에서 강조했던 ‘건국절’표현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간 다툼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긍정적인 설명도 교과서 곳곳에 기술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의 치적을 소단원에 편성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더해 상세히 서술했다. 5·16 군사정변의 경우 설명과 함께 군사정변의 공약까지 따로 실었다. 하지만 유신헌법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새마을운동도 비판적 내용은 한 줄에 그쳤고, 칭찬으로 도배됐다.

◇ 현대사 집필 역사학자 전무…다양한 분야 전문가 편성해 내용 더 풍부해졌다 해명

집필진 우향화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28일 브리핑에서는 6명의 현대사 집필진 중 대다수가 보수 성향이라는 점 그리고 정통 역사학자가 1명도 없다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31명의 집필진 대부분이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 모두 참여했고. 부문별로 선사·고대사 3명, 고려사 3명, 조선사 3명, 근대사 3명, 현대사 6명, 세계사 6명, 현장교원 7명 등이다.

현대사 집필진은 교수 6명과 현장교사 1명이 참여했다. 사학과 교수는 전무했고 대부분 보수 성향의 헌법학자, 경제학자로 포진됐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자문기구 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대해 “박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제 통치 기간에 경제발전이 이뤄졌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대표학자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다.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육사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친 뒤 군사사(史)를 가르치고 있어 정통 역사학자로 보기 어렵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사를 연구한 경제학자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대표적인 보수 성향학자로 손꼽힌다. 그는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현대사 역사학자가 없다라는 비난에 내가 지금껏 살아온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인데 무슨 역사학자가 필요하냐"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국정교과서 공개 이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교과서 공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를 펼치자마자 우려가 현실화 됐다”며 “집필진이 뉴라이트거나, 교학사 교과서를 찬성하거나, 5·16 쿠데타를 미화하는 등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 보수성향 교총조차 비난 일색

교총은 성명서를 통해“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명기한 것은 독립운동의 가치를 퇴색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교총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달 5일까지 18만 교총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이후 의견을 취합해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하기로 한 지난해 10월만 해도 교총은 찬성입장을 밝혔다. 교총 소속 회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2.4%가 찬성했다. 국정교과서에 큰 힘이 실릴 것이라 생각했던 교총마저 3대 조건이 반영되지 않으면 국정교과서에 반대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막상 교과서 공개되자 더욱 더 강경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C고등학교 교장은 “내용을 보니 막상 생각보다는 크게 치우쳐지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대통령 공과에 대해서는 너무 상세히 기술한 점이 아직까지 현장에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했다. 뿐만 아니라“교육부 차원에서도 분명히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절차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29일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투쟁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국·검정 혼용 방안도 거론되는데 학교에서 선택하도록 하면 국정교과서를 고르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여 전 우편향·역사왜곡 논란을 불러와 일선 학교에서 외면받은 교학사 교과서처럼 일선 교장이 전교조의 조직적인 반발을 견뎌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 17곳 교육청 중 14곳 역사교과서 사용 보이콧…교육부, 거부시 초강수 대응 불사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교육청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거부하고자 역사 과목을 미편성 불가 방침에 내세우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 차관은 이날 “서울, 광주, 전남 교육청은 교과서 선택과 교육과정 편성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면서 “시정 명령과 특정 감사 등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인 지난달 30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내년 3월 신학기에 중학교에서 역사과목을 편성하지 않도록 한 데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조 교육감은 이날 2017학년도 1학년에 역사과목을 편성한 19개 중학교 교장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새 학기에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 참석한 교장들이 내년도 1학년에 편성한 역사 과목을 2학년이나 3학년에 재편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알렸다. 현재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개 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나타냈다. 이 움직임은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 속셈은?…현장 배포 원칙으로 삼되 물밑에선 늦추는 방안 유력

국정교과서에 대한 거센 반발 속에 교육부는 우선은 3월 목표로 학교 현장에 배포한다는 원칙을 나타냈다. 그동안 학계를 비롯한 교육계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와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국·검정 혼용 방안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대해 이 부총리는 "현재까지는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국정 교과서 폐기에 대해 고려하는 게 없고 다만 현장에서 노력에서 만든 교과서가 현장에서 잘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국정교과서 적용을 추진하기엔 무리수가 워낙 크고 교육현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정교과서 적용시점을 1년 늦추되 논란이 되는 부분을 수정한 뒤에 국·검정 혼용을 학교에서 선택해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에 확인해본 결과 ‘1년 보류 후 국·검정 혼용’카드를 내부적으로 검토해 학교 현장에서 선택하는 방안은 결정된 사안은 아니며, 여러가지 대안 중 우세한 대안은 맞다고 확인했다.

사실 이 방안은 처음 내놓는 것이 아니다. 지난달 말 ‘최순실씨가 국정역사교과서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 이후 교육부 차원에서 몇가지 대안을 마련했다. 그 중 가장 유력시 됐던 대안은 ‘국·검정 혼용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2016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보면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는 이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된다.

설사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국·검정 혼용이 가능하다 해도 교육과정 편성이 달라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기존 검정교과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했고, 이번 역사 국정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만들었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하기에는 역사교과 내에서 서로 다른 교육과정이 적용된 교과서를 배우기 때문에 국·검정 혼용카드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교육부 내부적으로는 1년 보류 후 국·검정을 혼용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국·검정 혼용이 가능하게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후 1년 동안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출판사들이 검정교과서를 개발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후 2018년부터는 학교별로 ‘국정’과 ‘검정’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방안은 통상 제작에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검정교과서를 1년만에 만들어야 부담이 있지만, 적어도 2018년까지는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이기에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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