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자] 한국판 '베버리지보고서' 역할 하고파 …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 저자 이상이
[이 저자] 한국판 '베버리지보고서' 역할 하고파 …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 저자 이상이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11.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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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뉴스/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복지국가 전문가로 활동한 지 햇수로 10년. 방방곡곡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제주에 살다보니 체력 면에서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국민 행복권이 보장되는 세상’에 대한 꿈이라 말해온 사명 때문이다. 타협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될 ‘모두의 문제’를 외면해서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함없었다. ‘복지국가 전도사’로 불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상이 교수가 더 많은 이들과 복지국가 건설의 중요성과 의미를 공유하고자 책『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를 출간했다. 책과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 독서신문 독자들과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복지국가 건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함께 설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이상이입니다. 저는 현재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료관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싱크탱크이자 시민운동체인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공동대표입니다.

저는 1980년대에 의과대학을 다녔고 1990년대에는 줄곧 보건의료 분야의 시민운동을 했습니다. 의과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선배들과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정기적인 의료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만성질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지역사회에 방치되어 있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진로를 정할 때 저는 누구라도 필요할 경우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의 생각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임상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이자 시민운동가의 길을 선택했고, 이후 국민건강보험의 창설과 의약분업의 제도화 등에 주도적으로 기여를 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 행복권이 보장되는 세상, 이것이 제 꿈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건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민생 복지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이것을 시민운동으로 실천했습니다. 이런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에는 여당의 정책 실무 책임자인 보건의료 정책 전문위원으로 2년 반 정도 일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줄곧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며 ‘암부터 무상의료’와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 등 국민건강보험의 제도적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희망과 달리, 보통사람들이 행복하기는커녕 민생불안은 더 심해졌습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구조화되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과 일부 복지 분야가 제도적 성과를 내더라도 경제를 포함한 민생 분야가 실패하면 국민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료들과 함께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경쟁만능과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할 비전과 정책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복지국가의 담론과 정책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2007년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창립된 것입니다.

그래서 2007년부터 저는 개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행복 수준 증진이 복지국가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믿는 복지국가 운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복지국가 전도사’로 불러줄 때가 가장 좋습니다. 복지국가 전문가로서 복지국가 운동과 함께 지내온 지도 벌써 햇수로 10년이 됩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국민의 행복할 권리가 제도적으로 잘 보장되는 역동적 복지국가가 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를 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유능한 길라잡이가 필요할 텐데, 저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잘 담당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번에 나온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의 발간 배경과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그 20년 사이에 자살률이 3배나 늘었습니다. 20년 전의 자살률은 OECD 평균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OECD 평균의 3배나 됩니다. 또 지난 20년 사이에 출산율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때는 지금의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인 1.7에 근접했었으나 지금은 1.2를 맴돌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 20년 사이에 우리 사회는 자살률이 급증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더해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입니다. 그리고 지난 20년 사이에 불평등도 매우 심해졌습니다. 상대적 빈곤율은 8%에서 15%로 2배나 늘었습니다.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를 차지해 미국의 48.2%에 이어 주요 국가들 중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년 전만 해도 소득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32%로 유럽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지난 20년 사이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급격하게 심해졌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의 삶이 힘들고 불행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국민들의 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큰 변화가 요구됩니다. 지난 20년 동안 누적된 구조적 모순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의 큰 개혁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지금 우리 사회는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과 방법을 알려주는 지도와 지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소수의 전문가들만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보통사람들이 그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보통사람들이 복지국가 건설의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출간된 복지국가 대중서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가 이 일을 성공적으로 잘 해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앞서 복지국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계속해서 책을 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네, 그러고 보니 제가 복지국가 관련 책을 많이 냈네요. 『복지국가는 삶이다』,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 『복지국가의 길을 열다』,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신자유주의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로』 외에도 여러 권의 공저가 있습니다. 이 책들은 전부 제가 2007년 복지국가 운동을 시작한 이후에 나온 것입니다. 기존의 시장만능국가를 역동적 복지국가로 패러다임 전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스웨덴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복지국가의 제도적 틀이 완성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수많은 지도자들의 헌신적 노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전문성과 함께 다수 대중의 헌신적 참여도 요구됩니다. 이런 필요와 전략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 책들을 집필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 운동은 짧은 기간에 역동적으로, 때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복지국가 담론과 정책의 이론적·운동적 성과를 책으로 담아내고, 이것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내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복지국가 운동의 저변이 대중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일도 제 몫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여러 종류의 복지국가 책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다양한 국민들에게 널리 읽히고, 그래서 복지국가 담론과 보편적 복지 정책들이 제대로 알려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데 유익한 참고서 또는 길라잡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상이 교수는 '복지국가' 주제로 한 강연 활동을 하며 시민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 “역동적 복지국가를 만들어야한다”는 표현을 자주 하십니다. 복지국가와 역동적 복지국가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저는 1930년대 중반부터 우리 인류가 ‘복지국가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1929년의 대공황 이후에 기존의 오래된 지도인 자유방임 자본주의를 버리고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를 뉴딜 등의 방식을 통해 실천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한 1930년대 중반 이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복지국가는 과거에는 없는 인류의 권리인 사회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국가입니다. 이런 국가 모델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입니다.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이때 복지국가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1980년 이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복지국가가 마치 경제성장에 실패한 정체된 모델인 것처럼 비판을 받게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급속하게 제도적으로 구조화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를 주도한 재벌(자본)과 주류 엘리트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경제성장 우선주의를 주입하면서 복지와 복지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은연중에 복지와 복지국가를 나태하고 정체된 어떤 것이며 경제성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잘못된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입니다. 저희들은 이런 오해를 바로 잡기 위해 국민행복권을 의미하는 사회권 보장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을 ‘역동적 복지국가’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복지국가 앞에 역동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입니다.

저희가 주창하는 역동적 복지국가는 경제(성장)와 복지(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성장 엔진을 탑재한’ 한국형 복지국가 모델입니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자유와 평등을 이념적 지향으로 삼고, 존엄·연대·정의라는 3대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 발전 모델입니다. 그리고 역동적 복지국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행복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우리 ‘국민의 집’입니다 이 집은 자유와 평등을 향해 위치하고 있고, 집의 현판에는 존엄·연대·정의라는 3대 가치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의 4개 기둥은 역동적 복지국가의 4가지 원칙을 의미하는데,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혁신적 경제 그리고 공정한 경제를 말합니다.

- 경제의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지난 10월 31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은 10.4%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4위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이 낮은 국가는 멕시코(7.5%)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세계 11위이고 OECD 7위의 경제대국입니다만, 복지의 비중으로 보자면 OECD에서 가장 후진국입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이 30%를 넘는 나라들로는 프랑스(31.9%), 핀란드(31%), 벨기에(30.7%), 덴마크(30.1%)가 있습니다. OECD 평균은 21.6%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GDP 대비 10.4%는 주요 선진국의 3분의1,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복지 후진국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사회공공성 수준이 낮아서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세금을 적게 냅니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18%에 불과합니다. 북유럽의 조세부담률 33%나 OECD 평균인 25%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실상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OECD 7위이고 1인당 국민소득도 OECD 평균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조세부담도 OECD 평균 정도로 해야 하는 게 국제적 표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작년도 GDP가 1,500조원이므로 우리 국민은 작년에 OECD 평균에 비해 GDP의 7%포인트에 해당하는 105조원의 세금을 덜 낸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공공성 수준은 낮고 복지는 후진적인 것입니다.

저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 때도 여야 후보들이 복지국가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복지국가로 가려면 반드시 정치가 달라져야 합니다. 정치는 국민의 공공성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법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정치도 조속히 북유럽처럼 꽃보다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치 불신을 극복하고 정치를 통해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저는 국민행복권이 보장되는 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품은 100만 명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이 『이상이의 복지국가 강의』를 함께 읽고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면 정치가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복지국가 건설의 소중한 도구가 됩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행복권이 보장되는 한국형 복지국가를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꼭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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