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고 기노쿠니야 서점 다카이 마사시 회장 “서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日 최고 기노쿠니야 서점 다카이 마사시 회장 “서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11.2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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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업계를 대표하는 기노쿠니야서점 다카이 마사시 회장이 지난 11월 11일 열린 '제1회 서울서점인대회' 초청돼 강연했다.

일본 서점업계를 대표하는 기노쿠니야서점 다카이 마사시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제1회 서울 서점인대회’에 연사로 초청돼 서울을 찾았다. 다카이 회장은 ‘일본 출판시장 현황과 기노쿠니야서점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했는데 일흔 나이, 한 시간 반가량 서서 강연했음에도 지친 기색 없이 연단을 지키며 조곤조곤한 말투로 ‘서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통역에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가 맡았다.

다카이 회장은 일본 서점업계 현실을 수치로 설명했다. 출판대국 일본도 책이 안 팔리긴 마찬가지. 20년간 매년 평균 3%씩 매출액이 감소했다. 매출액 감소의 주요 원인은 잡지 출판시장의 급격한 하락세인데 이로 인해 출판업 시장 규모 자체가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출판업계 매출액이 1996년 2조6,000억엔으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지난해 1조5,000억엔까지 떨어졌다”며 “출판사는 1997년 4,612개사에서 2014년 3,534개사로, 서점 수는 1999년 2만2,296개에서 2015년 1만3,488개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노쿠니야 서점의 연간 국내 매출액은 1996년 1,070억엔에서 2015년 1,086억엔으로 오히려 늘었다. 다카이 회장은 “서점 자체 매출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정부나 대학, 기업의 연구소와 같은 기관 등에 납품한 전문서적 매출이 늘었고 외국어서적과 잡지 부문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독서 이탈’의 원인과 책의 미래를 좌우하는 요소로 14가지 꼽으며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출생률 저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전자책의 급증, 도서관에서의 대출 증가 등 우리나라 사정과 다르지 않는 이유를 열거했다.

일본 최고 서점 기노쿠니야서점 다카이 마사시 회장

다카이 회장은 “일본 전역에 3,300개 정도의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전문서적을 많이 구입해 비치하기도 하지만,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에서 많게는 수십 권까지 비치해 대출율 경쟁에 나서고 있어 서점업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입시에 내몰려 독서보다는 시험 위주의 학습을 강요받고 있어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안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기노쿠니야서점의 노력은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20년 전 37개였던 점포 수를 66개로 늘리고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서점을 만들라는 기조로 나아갔다.

다카이 회장은 “고객들이 서점을 찾을 수 있도록,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노력으로 저자 사인회 나 대학과의 연계 이벤트를 개최하고 책 상담자 역할을 해주는 ‘콘시어지’를 각 서점에 배치해 책의 대한 사소한 궁금증도 해결하도록 했다”며 “국내 3천여 명, 해외 1천명의 직원 모두가 콘시어지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노력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4~5명씩 조를 이뤄 책에 대해 발표하고 다수결로 챔피언 책을 뽑는 ‘비블리오 배틀’ 등의 행사와 POS로 관리되는 판매 데이터를 기반해 매출과 판매동향을 파악하는 서비스 펍라인(Publine)를 활용해 서점과 출판사를 잇고 경영전략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초판 10만권 중 9만부를 매절한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도매상에게 책을 받아 반품을 조건으로 판매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재고가 쌓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출판사와 직접 계약해 사들인 뒤 일부는 직접 판매하고 나머지는 다른 서점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독자들을 서점으로 이끌었다.

다카이 회장은 “재고는 5,000여권 정도만 남을 정도로 거의 다 팔렸고, 독자들을 서점에 오게 하는 효과와 함께 방송과 신문 등에 보도 돼 돈 들이지 않고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 도매상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 방식을 개척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책의 힘을 믿고 책의 미래를 계승하고자 한다”며 “독서는 지혜의 바탕으로 한 가정에 좋은 책이 300권 있으면 훌륭한 아이가 자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서점은 사라지지 않는다. 태양이 다시 떠오르듯 서점도 노력하면 태양처럼 다시 떠오를 날 이 있을 거라 믿는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또 송파지역 서점대표가 질의한 “기노쿠니야서점과 같은 대형서점이 지역에 진출하며 지역서점과 상생하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일본의 지역서점은 만화와 잡지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아 전문서적 위주로 책 구성된 우리 서점과 주력 상품이 겹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편의점과 경쟁 구도에 있다고 봐야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일본은 지역서점이 교과서와 도서관 납품을 맡고 있고 대형서점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데 오히려 대형 총판 두 곳이 자본으로 지역서점을 계열화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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