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운초,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아이들 직접 '동화책' 만들어
서울 자운초, 스마트폰 대신 종이책…아이들 직접 '동화책' 만들어
  • 김주경 기자
  • 승인 2016.11.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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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화 교장의 책 사랑, 어린이 사랑

[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서울 도봉구 창동 소재 자운초등학교(교장 서금화·사진)는 깊어가는 가을 날씨에 ‘나만의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이색 독서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운초는 학생들의 책 읽기는 물론이고 교사들의 독서 지도활동, 도서관 운영도 책에 대한 각별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른이나 아이들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요즈음 자운초에서는 예외인 듯하다. 웹툰과 인터넷소설, 전자책이 난무하는 추세 속에 자운초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르를 불문하고 종이책을 손에 쥐고 있다.

◇ 교육공동체가 합심해 일궈낸 자운초 도서관  
자운초 맨 꼭대기 4층에는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합심해 만든 도서관이 학생들을 맞이한다. 이곳에는 한시도 발 디딜 틈 없이 넘나드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서 교장 부임 이전부터 자운초는 이미 특색활동을 독서교육으로 규정해 도서관 조성 특색사업을 부지런히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자운초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별로 도서관 사서가 있기는 하지만 예산의 제약으로 1년 365일 사서를 쓰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학기 중에는 사서를 두고, 방학 때에는 학부모님들이 나서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장은 “학부모님들의 도서관에 대한 애정이 매우 크다”고 말하며 “학부모님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해 돌아가면서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 안에서 학부모님들도 책 읽어주기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김 모씨(43·여)는 “도서관 도우미를 자청하기 전까지는 아이들에게 책 읽으라 잔소리만 했지, 정작 부모인 나는 책 읽을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면서, “도우미 활동을 계기로 가족 모두가 누구의 권유 없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는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자운초는 서울지역 안에서도 도서관 내에 장르 불문하고 여러 종류의 장서가 많이 갖춰져 있기로 유명한 학교다. 25평 규모 도서관에 자그마치 2만 5천 여권의 책이 있다고 하니 웬만한 동네 도서관 못지않은 규모다. 이렇게 많은 책을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노력이 컸다고 자운초 관계자들은 말한다.

도서관 도우미 조 모씨(38·여)에 따르면 “책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런데도 “학부모님들이 한마음으로 책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책 대출관리도 체계적으로 하고 있어 연체가 이뤄질 경우 책 대출이 까다롭다 보니 학생들도 이제는 알아서 잘 반납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서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매년 도서구입비를 학교 전체 운영비의 5% 안에서 사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5%는 꽉 채워 구입한다”면서, “책을 사주고 싶어도 예산 때문에 못 사주는 상황”이라며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교육청은 학교 운영비의 3%는 도서구입을 권장하고 있음에도 자체 예산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운초는 학년 별 권장도서는 물론이고 학생들이 원하는 책은 모두 사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서금화 교장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전히 학생들은 흥미 중심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선호한다”고 말하며, 내년에는 학생들로 하여금 다양한 장르의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 학생들에게 시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운초는 교육공동체가 삼위일체가 되어 탄탄한 도서관 운영이 이뤄지다보니 학교 내 도서관 운영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 흥미 일깨우려 시작한 교사연구모임 ‘책사랑 동아리’
이 변화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바로 자운초 교사들이 만든 ‘책사랑 동아리’ 덕분이다. 교직 생활 10년째인 신현희 교사는 올해 3월 동료 교사 5명과 함께 책사랑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활동의 첫 목표는 바로 학생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킬 종이책 읽히기’였다고...

요즈음 학생들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시간에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면서 수업지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교사들끼리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 결과, 선생님들이 직접 나서서 국어 교과서를 재구성해 아침 책 읽어주기 시간을 가졌다. 국어 수업시간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활동) 시간 등 짬짬이 시간을 활용해 직접 책을 읽어준다.

그 뿐 아니라 “교사들끼리 작가의 생가를 방문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다양한 책에 대한 정보를 얻어 수업에 접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고자 학기별로 1~2회씩 작가와의 만남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운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지 않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교사들이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으로 손꼽힌다.

◇ 무한나래를 펼쳐가는 상상력의 원천 ‘나만의 책 만들기’
자운초는 앞서 언급했듯이 오랫동안 독서를 특색사업으로 진행해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뤄진다. 하지만 2015년 9월 서금화 교장 부임 이후 한층 더 강화된 독서교육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왔다. 책사랑연구모임 독서동아리를 이끌고 있는 신현희 교사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결과 아이들이 책은 많이 읽으니, 이제는 아이들이 직접 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자그마치 10번의 시도 끝에 만들어진 성과물이었다고 하면 믿겠는가? 도봉구청에서 지원해주는 독서교육 예산을 활용해 책사랑연구모임 활동 교사들이 소속(3~5학년 각 2반) 된 14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만들기 행사’를 시작했다.

3월부터 시작된 책 만들기는 번번이 어려움과 마주해야 했고 아이들도 교사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노력하고 도와준 끝에 지난 7월 여름방학 시작 즈음에야 완성할 수 있었다.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도 난관이 컸다. 1권 당 제작단가가 1만원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액수였고,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보니 상당 수 출판사가 제작을 거부했다. 하지만, 파주출판단지의 작은 출판사 1곳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아이들이 만든 동화책을 제작해주겠다고 연락이 와서 9월 제작에 들어가 ‘아이들을 위한 나만의 책 만들기’사업이 10월 중순 경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화책을 만들어놓고 보니 꽤 근사했다. 동화책에 담긴 대사 하나 하나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든 동화책과는 차원이 달랐다. 서 교장은 “사실 어른들이 만든 소설이나 계발 관련 책들은 어떠한 틀이나 기준을 만들어 놓고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어떤 인위적인 감미료나 첨가물 없이 100% 아이들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지는 창작물이기에 시중에 나오는 동화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서 교장은 말한다.

지난 11월 1일에는 이번 책만들기에 참여한 140명의 아이들이 만든 140권의 책으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참여했던 아이들의 소감도 하나같이 훌륭했다는 것이 자운초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주옥같은 소감 한마디 한마디는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책 만들기에 참여한 5학년 김 모양은 “나만의 책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멋있을 것 같아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를 결정하고 난 후에는 두려움이 컸다면서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내가 만든 책을 받아 보니 뿌듯함이 크다”면서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내가 만든 책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신 교사는 “책을 만든다는 것은 애초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말하며,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에서 불러일으키는 목표로 시작한 활동이었고, 책 만들기 역시 그 활동들의 과정이었다며 읽다보면 말하게 되고 말하다 보면 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며 독서교육의 진정한 완성이 결실을 이뤘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이번 책 만들기에 참여한 아이들 역시도 모두 하나같이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 내 꿈”이라고 말한다. 물론, 직업이 아니라 취미생활로 말이다.

서금화 교장은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단계를 밟아 직접 참여하는 독서활동을 통해 자아를 들여다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에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책 만들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이미 자기 책을 만든 작가나 다름없다”면서 “초등학교 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것 같아 교사로서의 자긍심이 크다”고 덧붙였다.

자운초의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올해는 처음 시작하는 해이다 보니 140명이라는 일부의 학생들만 참여하게 되었지만 내년에는 3~6학년 전 학년이 모두 참여해 나만의 책 만들기에 도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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