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뉴스/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전략)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이념 논쟁을 터부시하는 이해하기 힘든 정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색깔 논쟁 운운하며 이념 대립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정치 행태를 큰 잘못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싱크탱크에서 근무하며 필자는 미국 정치인들의 이념 논쟁이 매우 치열하고 논리 정연하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게다가 공화당과 민주당이 표방하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 구분이 우리와 달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자유기업제도(Free Enterprise), 개인의 자유(Individual freedom), 제한된 정부(Limited Government)라는 건국 이념(Founding Father's Princople)을 공유하지만 해석과 적용에 있어 입장을 달리한다.
공화당은 건국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시대가 변했으므로 연방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양당의 입장은 경제적 약자를 위한 국가의 역할에 있어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이는 보수주의자(Conservative)와 진보주의자(Liberal)의 인간을 보는 기본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을 책임 의식이 투철한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한다. 따라서 경제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배려는 최소화되어야 하고, 대신 교회, 마을 등의 지역 공동체가 이들을 배려해야 하며, 신세진 것을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들에게는 개인은 거대한 산업 사회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존재이며, 국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국가가 경제적 약자를 위해 충분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들의 주장대로 복지가 계속 늘어나게 되면 결국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으로 접근하게 되면서 종국에는 미국이 사회주의로 이행할 것 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159~160쪽 | 최중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