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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출판물 한 권 읽으면 작가 만난 셈”독립출판서점 ‘짐프리’ 이진곤 대표·독립출판사 ‘랄브 앤 미브’ 박민하·조쉬 프리기 작가
일상 여행자들의 오아시스를 꿈꾸는 독립출판서점 ‘짐프리(ZIMFREE)’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홍대 입구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매대에는 독립출판물이 놓여있고, 한쪽에는 여행자들의 캐리어가 보관돼 있는 ‘짐프리(ZIMFREE)’다. 이진곤 대표가 운영하는 짐프리는 독립출판 책과 창작자들의 다양한 소품 판매는 물론, 다양한 여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됐는지 지난 20일 짐프리에서 이진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진곤 대표의 소개로 독립출판사 ‘랄브 앤 미브’의 박민하, 조쉬 프리기 작가도 자리해 1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 짐프리, 어떤 공간인가요
이진곤 대표 : 일상 여행자들의 오아시스입니다. 아니, 오아시스가 되려는 공간입니다. 긴 여행으로 지친 이들이 잠깐 들러 다양한 출판물과 표현을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공항철도가 홍대입구역을 지나잖아요. 홍대 거리를 구경하고 싶은데, 캐리어가 무거운 여행자들을 위해 짐을 맡아줍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누고요. 여행책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복합적인 공간입니다. 

- 외국 여행객들도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갖나요
이 : 해외에 나가면 그 나라의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 서점, 책방에 들르잖아요. 외국 여행객들도 마찬가지예요. 한국 서점에서 기념품처럼 책을 사는 거예요. 100% 구매율을 자랑합니다. 

- 외국어도 잘하시겠어요
이 : 아닙니다. (웃음) 한 단어만 알면 돼요. ‘Self Publishing’ 하면 ‘아, 독립출판물이구나’ 하죠. 손짓, 발짓 섞어서 설명하면 다들 이해하세요. (이 대표의 답변은 겸손했지만, 인터뷰 중 외국인 손님이 방문했을 때는 유창하게 서비스 이용 방법을 설명하고 책을 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랄브 앤 미브’의 박민하(오른쪽), 조쉬 프리기 작가가 함께 그림책 작업 중이다.

- 작가 입장에서 바라본 짐프리는 어떤 곳인가요 
박민하 작가 : 독립출판 작가로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은 반갑죠. 이 대표님께도 항상 감사한 부분이고요. 독립출판서점과 작가의 관계는 남다른 것 같아요. 제 책이 마음에 들면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서점을 찾는 분들에게 책을 추천해주실 때가 있어요. 짐프리는 독립출판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 수업(‘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도 해주니까 특별하죠. 

- 그럼 세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박 : 서울독립출판축제(짐프리, 이후북스 주최)에서도 만났고, 짐프리에 책을 입점하면서도 만났습니다. 

- ‘랄브 앤 미브’는 어떤 책을 만드나요
박 : ‘랄브 앤 미브’는 저랑 남편, 둘이서 운영하는 독립출판사입니다. 둘이서 같이 이야기를 구상하고 책을 만듭니다. 한글과 영어가 병기된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데, 시나리오가 완성된 다음에는 각자의 언어로 글을 쓰고 편집을 합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고요. 이번에 나온 책 『벤(BEN)』은 네 번째로 만든 거예요. 한 남자가 길에서 죽어가는 벌을 발견하는데요. 그는 아이를 잃은 기억이 있어서 벌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 해요. 그 과정에서 남자가 독백을 이어가는 장면을 담았고, 읽다 보면 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아이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 (실례가 안 된다면) 책은 잘 팔리고 있나요  
박 : 우선 아이와 어린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책이라서 반응은 좋아요. 2주에 한 번 토요일마다 열리는 세종예술시장 ‘소소’에 가보면 30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요. 책은 500부만 만들었어요. 1000부 만들면 집에 둘 데도 없고. 벌써 80%는 다 팔려서 증쇄 계획도 있습니다. 

네 번째 책 『벤(BEN)』을 들고 행복하게 웃는 모습 <사진제공 = 랄브 앤 미브>

- ‘소소’처럼 일반 독자들이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박 : 우선 ‘소소’에는 독립출판 마켓이 마련돼 있고요. 지난 1~2일에 열린 서울독립출판축제도 좋아요. 여기 계신 짐프리 이진곤 대표님이 주최자이십니다. 그리고 연남동에 위치한 독립출판 전문서점 ‘헬로인디북스’에서 제작한 「독립출판물 읽는 사람들: Reader’s Club」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좋은 독립출판물을 추천하는 잡지에요.

- 서울독립출판축제, 1회였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 : 있었죠. 많았죠. 그래도 ‘홍대’ 하면 ‘독립출판’이 떠오르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 예술이랑 음악은 홍대에 많이 자리 잡았지만 독립출판의 뿌리도 내리고 싶은 거죠. 서점들이 이쪽 근처에 많기도 하고요. 매년 10월에 책으로 가득한 축제 분위기를 만들 거예요. 미국은 도시마다 ‘진 페스티벌(Zine Festival, DIY 출판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데 참 보기 좋더라고요. 서울독립출판축제의 다른 이름은 서울진페스티벌이예요.
박 : 참가자 입장에서 서울독립출판축제는 참가비가 저렴해서 좋았어요. 다른 곳이 7~10만원 정도라면 여기는 3만원이었거든요. 이런 축제의 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힘드셔도 부탁드려요 대표님. 

- 짐프리의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이 : 6주 프로그램이에요. 1주일에 한 번, 6번 만에 책 한 권을 뚝딱 만드는 거죠. 기획, 디자인, 유통 전 과정을 거치고요. 디자인 과정에서는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수업합니다. 2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이 알차다고 다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죠. 70세 노인분도 책 만드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면서 찾아오셨어요. 프로그램 기간이 짧다 보니 디자인이 심플한 편이지만, 사진 질이 좋으면 멋들어진 책 한 권이 탄생하기도 해요. (이 대표는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책이라며 몇 권을 소개했다. 『우도, 마라도, 제주서부』, 『여행 좀 다녀올게』, 『서랍 속 이야기』 등 사진집이 많았다. 기자도 지난여름, 미국에서 찍어온 사진들로 책을 한 권 만들어볼까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짐프리’에는 일반 서점에서 볼 수 없는 독립출판물이 많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 = 짐프리>

- 주로 사진집인데, 독립출판물 중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가요
이 : 사진집이 많은 편이긴 한데, 작년부터는 모든 장르의 독립출판물이 생겨나고 있어요. 여행책, 시, 소설, 인문학 등 다양해요. ‘랄브 앤 미브’처럼 그림책도 많고요. 한국의 독립출판은 이제 본 궤도에 오른 것 같아요. 
박 : 맞아요. 장르의 다양함은 기성출판물 못지않아요. 그리고 독립출판물은 일반 책 형태가 아닌, 독특한 형태로도 제작되고 있어요. 두루마기 책, 실로 꿴 책, 파일로 바인딩 한 책 등등. 각자의 개성을 담은 책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특별하고 소장가치도 높아집니다. 지혜문고에서 출간된 『자립탐구생활』도 추천해 드립니다. 

- 마지막 질문인데요. 독립출판의 매력이 뭘까요
박 : 저도 독립출판물을 기획하면서 기존 작가 분들이 펴낸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읽어 봤어요. 느낀 건 하나에요. 그 안에는 오롯이 그 사람,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그 사람이 이 책을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겠다 하는 게 다 느껴져요. 『벤』이 사랑받는 것도 그런 이유일 거라 생각해요. 
이 : 기록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중요해요. 비록 개인적인 사안일지라도 책으로 나오면 언제 또 사회를 대변해주는 기록이 될지 모르는 거죠.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바라보는 관점도 다 달라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점은 소중해요. 많은 분들이 살아가면서 기록을 꼭 했으면 좋겠고, 그 결과물로 책을 만드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그래서 독립출판을 꿈꾸는 분들을 돕고 있는 겁니다.

이정윤 기자  jylee9395@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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