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김언호 대표 “창립 40주년, 다시 독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 “창립 40주년, 다시 독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10.17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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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파주북소리2016' 축제에 참가해 자신의 집무실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파주북소리 2016’ 축제 행사의 하나로 파주출판단지에 입주하고 있는 출판사를 방문해 책과, 사람, 삶,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가 마련됐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참여해 독자들과 만났다.

- 기자에서 출판사 사장이 되기까지
출판사를 차리고 운영한 지 올해로 40년이 됐어요. 원래는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었죠. 7년 정도 일했는데 정부의 기사 검열이 갈수록 더했고, 이래서는 안 된다 하는 마음으로 투쟁에 나섰죠. 결국,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다 강제 해직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어요. 그렇게 출판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많이 힘들었어요. 책도 검열했기 때문에 내놓기만 하면 판매 금지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그러다 대통령이 바뀌면서 판매금지가 하나둘 풀렸고 본격적으로 책을 팔 수 있게 됐죠. 그러면서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우리 역사를 바로 아는 것, 한국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나오게 된 것들이 『해방전후사의 인식』, ‘오늘의 사상 신서’ 시리즈 이런 것들입니다.

- 안 팔리는 책도 만드는 이유
한길사 책이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압니다. 안 팔리는 책을 1,200권 정도 만든 것 같아요. 1996년부터 ‘한길그레이트북스’ 라고 해서 고전을 완역해 내놓았는데 한 권 내는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듭니다. 교정에 교정을 거듭하고요. 우스갯소리로 직원들에게 우리 출판사에 다니면 공부가 절로 되니 돈을 내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또 돈만 벌려고 출판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그런 출판사가 꽤 있더라고요. 저는 늘 두 가지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첫 번째는 시대정신이고 두 번째는 젊은 날 어려웠던 그 시절이죠. 빈곤정신이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서점 창업하는 사람 많아지길
제가 최근에 『세계서점기행』이라는 책을 냈어요. 한 신문사에서 의뢰가 오기도 했고 책방이 없어지고 있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다른 나라 사정을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직접 다니면서 취재하니 재미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가 미국에 있는 ‘북밀’이라는 서점인데 계곡에 방앗간을 책방으로 만든 곳이에요. 영화 ‘가을의 전설’ 시나리오 작가가 할머니가 돼 차렸다고 하더군요. 그 서점 화장실에 “아마존엔 화장실이 없지만, 우리 서점엔 화장실이 있다”고 붙여 놓은 걸 보고 어찌나 웃음이 나든지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산속에 책방을 만들어도 올 사람은 오거든요. 또 뉴욕의 ‘맥널리 잭슨’이라는 유명한 서점이 있는데, 그곳엔 베스트셀러가 없어요.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 읽어볼 만한 책을 팔면서 서점의 품격을 높인 거죠. 주변에 서점에 있으면 그 일대가 달라져요. 책의 힘이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나 은퇴한 분들이 카페 말고 서점을 열어줬으면 합니다. 작은 서점이 많아지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좀 더 좋아지고 나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 책맹 없는 세상을 기대하며
요즘 문맹은 거의 없지만, 책맹은 정말 많습니다. 책을 봐도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고 한 장을 넘기질 못하는 거죠. 책 읽기는 일종의 훈련이에요. 젊은 사람들 보면 죄다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 요즘엔 책 보는 사람 찾기가 힘들죠. 아이들한테 스마트폰 들려주고 전자책으로 공부시키고 이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아이가 잘 성장하길 바란다면 무엇보다 책 읽는 습관부터 길러주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라고 봅니다. 종이로 된 책을 보고 직접 읽고 글을 써보고 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에 사유하는 힘이 생기고 지혜가 피어나는 것이거든요.

- 독자 있어야 좋은 책 만들 수 있어
40년 동안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역시 여전히 독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1980년대 에는 ‘한길역사강좌’ ‘한길역사기행’이라는 기획을 시작해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같이 여행도 가고 했었거든요. 우리나라 구석구석 안 가본데 곳이 없지 싶어요.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함석헌 선생 책을 강독하는 모임을 열고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책도 마찬가지로 듣고 보고 읽어주는 사람들 수준이 곧 더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죠. 독자와 함께하며 앞으로도 안 잘 팔리는 책에서부터 소설도 출간하고요. 더 애써보겠으니 독자 여러분, 시민 여러분 책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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