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천명관 “이름난 작가 돼도 현실은 혹독할 수 있어”
소설가 천명관 “이름난 작가 돼도 현실은 혹독할 수 있어”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10.1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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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북소리2016'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낭독공연 독(讀)무대'에 참여한 소설가 천명관

[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파주북소리 2016’ 프로그램 가운데 새롭게 시도된 낭독공연 독(讀)무대에 참여한 소설가 천명관을 만나 소설 『퇴근』과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 근황은 어땠는지
올봄에 장편을 연재했던 작품을 최근 탈고해 10월경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영화 쪽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특별한 결실이 없어서요. 그렇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영화를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 소설 『고래』를 빼고 작품세계를 논할 순 없겠다. 작가 고유 소설론 같은 것이 있나
고맙고 불편한 양면적인 감정을 품게 하는 작품이에요. 아마도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겠죠. ‘고래’를 생각하면 문학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음 가는 대로 붓 가는 대로 쓴 작품이라 이성이나 논리로 설명하긴 힘들겠습니다. 그저 운명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퇴근』에서는 날카로운 사회의식이 느껴진다
‘퇴근’ 이전 작품에는 사회에 대한 저항의식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봐요. 그러나 저는 70~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386세대이고, 정치 만능주의에 대한 막연한 믿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된 후 현실과 고통받는 많은 사람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해 정리가 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또 한편으로 주제의식을 형상화하는 것이 미학적으로 낙오된 일이라는 생각도 했죠. 무언가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선택한 것이 SF입니다. 저의 정치의식이 가장 많이 드러낸 작품이라고 하겠는데 잘 구현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의식을 기반으로 쓴 작품입니다.

- 기존 작품세계와 다른데 집필과정은 어땠나
원래 구상한 이야기는 좀 더 길었어요. 다른 버전의 이야기도 있었고요. 100매 분량으로 원고를 청탁받아 이야기를 끊다 보니 지금과 같은 결론을 만들게 됐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계획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우연의 산물인 셈이죠. 실망스러운 분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낭독공연 독(讀)무대에서 천명관 작가의 소설 『퇴근』이 연극으로 상연됐다.

- 왜 제목을 ‘퇴근’이라고 지었는지 알고 싶다
마지막 부분을 쓸 때까지도 제목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퇴근을 못 하고 있는 거예요. 아, 이 소설 제목은 ‘퇴근’이겠구나 싶었죠. 사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퇴근하지 못했던 아버지 가방 속에는 변신 로봇이 있었는데, 주질 못해서 벌어지는 사건인데요. 이 이야기가 담겼다면 아마 제목이 ‘트랜스포머’가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 ‘구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외국인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인데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작가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탄 문학상인데요. 소위 선생님들이 한 평가가 아닌 외국 독자들투표로 받게 된 상이어 나름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 소설이 저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 작품마다 강한 스토리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작가마다 자기 스타일이 있어요. 강한 스토리는 없지만 섬세한 부분들을 잘 묘사하는 작가들도 있고, 멋진 문장과 묘사를 통해서 감동을 주는 작가들도 있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것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인데요. 저의 소설에 이야기 성이 강한 이유라면 제가 영화 일을 10년 정도 했었던 경험 때문일 겁니다. 시나리오는 스토리가 중요한 장르니까요. 이야기의 방식 차이이지 않나 생각도 들고요. 또 지금껏 작품에서 제 이야기를 쓰지 않다 보니 더욱 무언가 흥미 있는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감각이 제게 있을 지도요.

- 작가가 된 계기와 미래의 불안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려 달라
중요한 질문이네요. 문학이나 예술 분야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 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해요. 마치 천한 일처럼 말이죠. 처음 문단에 등단했을 때 어떻게 돈벌이를 하는지 궁금했거든요. 워낙 책이 안 팔린다고 하니까요. 한번은 유명한 작가에게 돈벌이를 물으니 저를 양아치 보듯 쳐다보더라고요. 중요한 문제인데 말입니다. 저의 경우 10년 정도 영화 일에 했었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3년 정도 신용불량자로 살았던 적이 있어요. 시나리오 작업만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었어요. 저도 그랬지만 주변에 영화, 연극을 하든지 창작 관련된 사람들은 대개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을 견디며 살아가며 활동을 하고 있어요. 고통스럽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제적 압박, 엄청난 스트레스죠. 특히 언제 포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는 더 할 테고요. 저는 결국 방향을 틀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사실 소설 쓰는 게 더 어렵거든요. 소설가가 되기도 어렵고, 되더라도 먹고 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고 그런데 그래서 더 빛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돈의 논리로 보면 작가는 형편없는 존재예요. 그렇기에 어떤 믿음이 필요한 것인데요. 결국, 돈에 크게 상관하지 않고 누군가 내 소설을 읽고 찾아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런 거죠. 제 개인의 경험만으로 작가의 삶이 그런 거라고 대변할 순 없겠지만 이름난 작가가 되더라도 생각보다 현실을 훨씬 더 혹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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