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20세기 문학의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안긴 작품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아닌 『노인과 바다』다. 키웨스트와 아바나에서 오래 살며 바다와 낚시를 즐겨했던 헤밍웨이의 경험이 축적된 작품으로, 구상하는 데만 15년이 넘게 걸렸다고 하니 그 깊이가 상당하다.
주인공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멕시코 만류가 흐르는 바다에서 작은 배를 타고 혼자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다. 84일이 지나도록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해 다른 어부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그는 85일째 되는 날 먼 바다에 나가 청새치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청새치와 싸우는 노인의 이야기는 ‘패배하고도 승리하는 인간’의 온상을 보여준다.
헤밍웨이는 산티아고에게 자신을 투영해 평생 당당하고 싶었던 그의 속마음을 내보인다. 1950년 소설 『강 건너 숲 속으로』를 냉소적으로 평가한 이들에게 상처받고, 1952년 출간된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을 건재함을 보란 듯이 과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주요 등장인물도 그의 친구, 그가 자주 들르던 카페 주인의 아들을 모델로 해 자전적인 성격이 강하다.
몹시 늙긴 했어도 여전히 다부진 어깨, 잠이 들어 고개를 앞으로 떨구고 있어도 그리 깊지 않은 목주름 등 책 속에서 묘사되는 산티아고도 183센티미터의 키에 체중이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 헤밍웨이를 연상시킨다. 700킬로그램이 넘는 거대한 물고기를 잡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에서 긴 세월 배 위에서 겪은 그의 고초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 않아”라는 명대사를 남긴 소설 『노인과 바다』. 일러스트레이터 흑미의 삽화가 꿈결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이 책에 따스함을 더한다.
■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 백정국 옮김 | 흑미 그림 | 꿈결 펴냄 | 196쪽 |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