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삼천년 지혜 담긴 네 글자의 외침 “당신은 결단하라”- 『역사 속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결정적 한마디』
[서평] 삼천년 지혜 담긴 네 글자의 외침 “당신은 결단하라”- 『역사 속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결정적 한마디』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10.11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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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세련되지는 않았어도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역사 속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결정적 한마디』라는 길고도 교훈적인 제목을 달고 있어 독자들이 선뜻 손이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요즘 날렵한 제목에 예쁜 장정을 한 책들이 저마다 손짓을 하는 마당에, 좀 고루하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은 저자의 ‘시작하며’를 다 읽을 때까지 여전했다.

그러나 책을 한 쪽 한 쪽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고사성어는 메인 요리로서 그 맛이 담백했고 중간 중간 박혀있는 서양의 고금통사 일화는 훌륭한 보양식이 됐다. 그리고 저자의 비즈니스 경험 등에서 우러나온 현실적, 실질적 발언은 시의적절했고 되새김질이 필요한 대목이 됐다.

먼저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글이 늘어지지 않게 끌고 가 읽기에 편하다. 긴장감을 줬다 풀었다 하면서 동서양과 고금을 관통하고 있다. 고사성어라는 외투에 금단추를 달았다고나 할까, 어쨌든 글이 번뜩이고 깊이도 갖추었다.

저자는 짧은 한마디가 역사를 바꾼 사례는 수없이 많다며 그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지점은 언제나 명확했다고 말한다. 과감하게 결단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무게추가 있다고 했다. 지향점 또는 방향성이라 불리는 그것들은 대개 짧은 한마디로 요약되어 마음속에 박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무게추를 동양고전에서 찾았다.

저자는 삼천년 지혜가 담긴 동양고전의 백미는 고사성어 또는 사자성어로 대변되는 동양식 아포리즘이라고 말한다. 동양 아포리즘은 서양의 그것과 달리 늘 숨은 뒷이야기가 있고 압축과 스토리텔링의 묘미까지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냥 외우는 4자의 한자가 아니라 삼천년 어치의 지혜가 네 개의 글자로 압축된 단단한 가르침이라고 강조한다.

고사성어 70개를 테마별로 네 장으로 나눠 배치했다. 각 장은 모두 '~한 당신을 위한 한마디'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나약해지는, 흔들리는, 통찰력이 필요한 등의 부제다.

대기만성(大器晩成) 편을 보자. 먼저 중국 삼국시대를 찾아 고사성어 유래를 밝힌다. 이어 한국인의 급한 성미와 중국인의 만만디를 비교한다. 여기에 묘미가 있다. 옮겨 본다. 중국 전문가가 하는 말. 한국의 빨리빨리가 중국의 만만디를 이길 수 없음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스케일의 문제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 나무꾼은 아침 일찍 산에 올라 혼자서 지고 내려올 만큼의 나무 한 짐을 하면 하산한다. 이튿날에는 장에 나가 나무를 팔아 생계를 잇는다.

중국의 나무꾼은 다르다. 쓰촨성 나무꾼은 몇 달씩 나무를 해 뗏목을 만들어 장강에 띄우고, 가족 모두를 뗏목에 태우고 나무를 팔러 5,200킬로미터 길이의 장강을 따라 상하이로 간다. 상하이에 도착해 나무를 다 팔고 다시 쓰촨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그 사이 다시 산에는 나무가 자라있어 땔감이 넉넉하게 또 있다. 하루 나무해서 이튿날 현금을 회수하는 사람과 1년동안 나무하고 2년만에 현금을 회수하는 사람은 규모가 다르다.’ 속도는 적응을 보장할 수 있지만 미래 성장을 담보하지 않는다. 특히 중국에 진출을 앞둔 한국 경영자들에게 스케일 경영, 만만디 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 어떤 일에 대해 이리 할까 저리 할까 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한채 망설임) 편에선 마키아벨리 『군주론』을 인용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지도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 성공학 연구자인 나폴레온 역시 “실패의 최대 원인은 결단력의 결여”라고 지적했음을 들려준다. 고사성어에 서양 사례를 보태는 것은 저자의 미덕이고 독자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좌고우면 편에 등장한 괴테는 “대담한 태도에는 비범성, 힘, 그리고 법이 내재돼 있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은 행동하기 전까지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이나 영국 속담 ‘1온스의 실천이 1파운드의 관념적 생각보다 낫다’라는 말은 그래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널리 알려진 새옹지마(塞翁之馬) 편을 보면,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새로운 것을 얻으려면 기존의 것을 버려야 한다며 비워야 채워진다고 말한다. 성공은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버릴 때 얻는 수확이라 말한다. 『화엄경』을 인용한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새겨둘 말이다.

새옹지마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고사성어 학이시습(學而時習) 편에선 세계 최초로 샴쌍둥이 분리 수술 성공의 업적을 이룬 미국 의사 벤 카슨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불우한 가운데 엄마 뜻을 따라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데, 알만한 책이 없어 그림이 많아 보기 쉬운 「자연학습도감」을 6개월이나 읽었다. 그리고 형제끼리 철도 길가에서 돌 이름 맞히기 놀이도 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암석 세 개를 보여주며 이름을 맞혀 보라고 했다. 전교 꼴찌인  ‘돌대가리’ 별명 카슨은 정확하게 맞혔다.

벤은 이후 친구들에게 암석 강연을 하기에 이르렀고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깜짝 놀랐음은 당연하다. 자신감을 얻은 벤 카슨은 수업에 집중하면서 의대를 졸업하고 30대 초반에 존스홉킨스대 신경외과 과장에 오른다. 슬럼가 뒷골목에서 놀던 소년이 난치병을 치료하는 저명한 의사가 된 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다.

저자는 이런 말도 들려준다. 애주가 이헌재 전 부총리가 언제부터인가 술을 끊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 부총리는 웃으며 “아무리 술을 마셔도 집에 들어가선 자기 전 책 70~80쪽씩 읽었는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술을 먹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술을 끊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버나드 쇼는 배우기를 멈추는 것은 죽음과 같다고 했다.

결초보은(結草報恩) 편도 영양가 높은 글들이 빼곡하다. ‘경영자는 주는 사람이지 뺏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위대한 경영자는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이다. 경영자가 주는 것을 습관화 하고 더 많이 주려고 고민할 때 기업은 크게 성장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철강왕 카네기 일화도 보여준다. 성공의 비결을 누가 묻자 카네기는 “상대방의 바구니부터 철철 넘치도록 가득 채우시오. 그러고 나면 돈을 버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오”라고 했다.

70개 고사성어마다 이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들이 가득하다. 마치 중고교 시절 영어 단어장 보는 느낌이다. 어느 쪽 하나 소홀히 넘길 수 없었던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좀 과하게 말해서 다소 질리는 느낌도 있다. 꿋꿋하게 읽기를 강요할 순 없다. 바쁜 독자라면 아무 쪽이나 펼쳐 부담없이 읽으면 된다. 기억 못해도 다음날 다른 페이지를 보면 또 다른 ‘양식’이 기다린다. 보기 편한 책이다. 젊은이들에게 권한다. 배움이 있고 생각이 있고 결단이 있는 책이다.

■ 역사 속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결정적 한마디
김봉국  지음 | 시그니처 펴냄 | 364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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