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The Hours...소설『세월(The Years)』
[책과 영화]The Hours...소설『세월(The Years)』
  • 관리자
  • 승인 2006.02.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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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소설『세월』은 199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마이클 커닝햄의 대표작으로 1923년 런던의 버지니아 울프, 1949년 la의 로라 브라운, 1990년 뉴욕에 사는 댈러웨이 부인 등 세 명의 여성들이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하루 동안 겪는 일들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이라는 이름의 부조리한 열정에 대해 묻고 있다.

이 작품은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the yesrs)』과 『댈러웨이 부인』을 주요한 소설적 재료로 차용했기에 작품의 원제인『the hours』를『세월』로 옮겼다.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세월』의 원제는『the years』이며, 커닝햄의『세월』은 단순한 패러디의 한계를 넘어 울프를 더욱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문학적 의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커닝햄은 울프의 소설 작법을 더욱 세밀하고 심리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더욱 긴장감 넘치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커닝햄은 울프가 만년에 남긴『the years』를 주요한 소재로 사용하면서도 울프의 이 작품이 지닌 전통적 수법 대신 그녀가 초창기의 실험정신에 입각하여 썼던 『댈러웨이 부인』의 실험적 기법들을 사용한다. 이처럼 울프가 만년에 보여준 사상적 깊이와 젊은 시절의 실험 정신, 그리고 그녀가 <현대소설론>등에서 설파했던 문학관을 동시에 차용하고 흡수하여 새로이 태어난 작품이 바로 커닝햄의『세월』이다. 

『세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버지니아 울프 및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동일한 이름을 사용한다.『세월』의 프롤로그를 장식하는 자살 장면의 주인공 울프는 실제의 버지니아 울프다. 버지니아 울프는 실제로 1941년 3월 28일 우즈 강에서 투신하여 자살했다. 이어서 계속되는 울프의 이야기는 당대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신경증환자이며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생전의 어느 하루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실제의 버지니아 울프가 겪었을 법한 갈등과 고뇌를 치밀하면서도 아름답게 재현한다. 런던 출신의 이 여성 신경증 환자가 시골 생활에서 겪는 지적이고도 산만하며 번뜩이는 고민과 갈등을 잘 읽을 수 있다.

영화 는 <빌리 엘리어트>로 극찬을 받은 스티븐 달드리에 의해 만들어져 많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골든글러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독창적인 영상 언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는 자신들의 배역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잘 표현해냈다.


 




영화는 서로 다른 시대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세 명의 여인(각각 뉴욕의 도서관 편집인, 캘리포니아의 젊은 엄마, 그리고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이 6월의 어느 하루 겪게 되는 일들을 차례로 보여주는 옴니버스식 드라마다. 이 세 여인의 삶은 버지니아 울프와 관련되어 자연스럽게 엮어진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살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댈러웨이 부인』이 창작되는 시점으로 돌아가 우울함과 자살에 대한 생각으로 분투하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1949년 캘리포니아 교외에 사는 중산층 부인 로라 브라운 또한 소외감과 우울증과 싸우고 있다. 그녀는 떨어질 줄 모르는 아들과 다정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어느 부인들처럼 남편을 위해 생일파티를 준비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댈러웨이 부인』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그리고 현대의 시점으로 옮겨와 동성연애자로 그녀의 연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클라리사가 나온다. 그녀는 저명한 작가로 자신에게 댈러웨이 부인이란 별명을 지어 주었으며 에이즈로 죽어가는 전 애인을 위한 파티를 준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 여인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자신의 삶을 갑갑해하면서 자유를 꿈꾼다. 그리고 결국 그녀들은 자유를 위해 다른 것들은 모두 포기한다.

영화는 다른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을 통해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고, 나는 누군가 이미 살았던 삶, 살고 있는 삶, 그리고 살게 될 삶의 시간의 연속성에 대한 자각을 드러낸다.

소설과 영화 모두 보고난 후에 한참동안 생각할만한 거리들을 남겨 놓는다. 성별에 따라, 연령에 따라, 사고방식에 따라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천차만별일 것이기 때문에 함께 책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독서신문 1398호 [200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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