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1,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서 청동 종 15만개 이상을 녹여 대포를 만든 것을 아는가. 평화를 상징하는 종소리와 전장의 포성은 본래 이렇게 한몸에서 나왔다. 금속의 얼굴을 자세히 볼 일이 없었던 일반 독자들에겐 생소하고도 흥미있는 산업화의 역사, 건축의 민낯을 만난다.
저자 라인하르트 오스테로트는 전기드릴의 역사를 꺼내 구멍 뚫기의 역사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의 발전을 가져왔고 곧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놀라운 구실을 했다고 설명한다.
과거 금속에 정확한 크기의 구멍을 뚫는 게 그만큼 고난도 기술이었다. 머리 좋다는 많은 사람들이 구멍 뚫는 공구 발명에 매달렸는데, 르네상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나중 공작기계의 정밀성은 무기 재봉틀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고 곧 컨베이어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생산방식을 탄생시켰다. 이는 미국에서 1910년 헨리 포드가 모델T라는 자동차를 처음으로 대량생산에 이르렀다. 다양한 공작기계 덕분이었다.
금속은 건축술에 혁명을 불어왔다. 대담한 구조물을 짓는 게 가능해졌고 금속과 합금으로 된 건축 재료들은 나무와 돌이 버티지 못하는 인장과 하중을 견뎠다.
파리의 에펠탑은 새로운 건축술의 상징이 됐다. 에펠탑은 강철의 결과물이라고 알지만 사실 리벳의 작품이다. 리벳은 철판 두 개를 구멍 뚫어 연결하는 못이다. 에펠탑엔 250만개의 리벳이 철판 조각 1만8천개를 견고히 붙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다리는 프랑스 남주 마시프상트랄 지역의 미요대교다. 기둥이 343미터이고 계곡 위 270미터에 뻗어 있다. 3년 걸려 만든 사장교로 거대한 규모에 비해 매우 날씬하고 상냥하고 예의바른 손님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책의 맨 뒷부분은 황금이 장식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금 3400톤을 보유하고 있다. 그 금의 3분의2는 1960년대부터 뉴욕에 보관돼 있다. 보관할 곳이 없어 그런 게 아니다. 독일 연방의회 구내 식당보다 작은 장소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한다. 사방 40센티 주사위 모양 금덩이 하나 무게가 물경, 놀라지 마시라 1톤이다.
■ 세상의 금속
라인하르트 오스테로트 지음 | 이수영 옮김 | 모이디 크레치만 그림 | 돌베개 |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