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해 몇 개의 일자리를 남겨뒀다
[서평] 로봇과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해 몇 개의 일자리를 남겨뒀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9.29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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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서 『공부하는 기계들이 온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알고리즘 등의 용어가 들려오고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보란 듯이 승리했다. 이는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시스템이 자동화됐던 3차 산업혁명에서 나아가 기계와 제품에 지능이 부여된 모습이다.

이른바 ‘공부하는 기계들’이다. 이 기계들은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돼 학습능력까지 좋다. 머신러닝이라는 자기학습법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로봇과 인공지능이다. 알파고 또한 전문가가 플레이하는 게임으로부터 3000만개의 움직임을 추출해 신경망을 훈련하고, 이로써 57%의 확률(지난 1월 발표된 수치)로 사람의 움직임을 예측하게 됐다고 하니 더 이상 기계의 발전을 외면할 수가 없다. 이제 인류는 기계와 경쟁하고, 생존하고, 공존하기 위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박순서는 알파고의 승리를 통해 인류에게 ‘얼굴 없는 인공지능’의 실체가 온몸으로 전해졌다고 표현한다. 어쩌면 우리가 지내온 나날은 부단한 혁신의 시간이 아니라,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내는 ‘찻잔 속의 태풍’ 안에서 누린 짧은 휴식과 망각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많은 이들이 ‘로봇이 사람보다 더 똑똑해져서 앞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우려하는 것과 달리, 로봇의 인간 지배는 일어난다 해도 수백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로봇 공학자들은 “컴퓨터에게 성인 수준의 지능검사를 하게 하거나 체스를 두게 하는 것은 쉽지만, 한 살짜리 갓난아기의 인지능력과 움직임을 갖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머지않은 미래에 큰 위협이 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것이라며 일관된 견해를 보인다. 

대신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된 로봇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으니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2016년 1월에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 로봇 때문에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고, 로봇기술의 발전이 가장 빠른 미국에서는 현존하는 직업군 702개 가운데 절반가량인 47%가 20년 안에 자동화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과학기술이 대체하기 힘든 분야가 있다고는 하지만 해당 직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과 기술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인터넷 사회학자인 하워드 레인골드가 “로봇이 인간을 위해 남겨둘 일자리는 사고와 지식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될 것”이라 내다본 것을 참고해 감성이나 사회성, 창의성처럼 로봇기술이나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하기 어려운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을 교육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국어와 영어, 수학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고 획일적으로 창의성을 학습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공할 수 없는 시대로 이미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계에 대체되지 않을 조건으로 세 가지를 알려준다. 첫 번째는 창의력이다. 기계가 스스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도록 알고리즘화하기란 여전히 어렵고, 이것이 가능하려면 인간이 가진 가치를 알고리즘을 통해 입력할 수 있어야 하기에 창의력 부분은 인간이 앞서나갈 수 있다. 

두 번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상대방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알아내는 능력 ‘사회적 지능’이다. 이 분야 역시 인간이 다양한 환경과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이기에 기계가 데이터 속에서 감정을 찾게 되리라는 건 아직은 먼 미래로 보인다. 

세 번째는 매우 복잡한 사물들이 뒤섞여 구조화되지 않은 환경에서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능력이다. 서류더미와 안경, 지갑과 스마트폰 등 다양한 물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책상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거나 발견하는 것 역시 아직은 기계가 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일은 책상 위에 놓인 각각이 물건들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직관이 있어야 가능하다. 

<사진제공 = 북스톤>

기계들은 이러한 장애물을 수백년 후에 ‘분명히’ 뛰어넘을 것이다. 우리는 기계만큼 근면하지 않고, 정확하지 못하고, 신속하지 않으며, 분석과 판단력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기계에 빼앗기기 전에 함께 살기 위한 준비를 해 놓자. 

우리 자녀들과 그 다음 세대가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어떤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하는지 큰 그림을 그려주고, 로봇과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거대한 잠재력을 어떻게 인간과 사회발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기성세대들이 감당할 몫이다. 인간은 기계와 매우 다르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지혜롭게 ‘공부하는 기계들’과 공존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 공부하는 기계들이 온다
박순서 지음 | 북스톤 펴냄 | 26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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