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시인 김기택 "시가 삶의 활력될 수 있기를"
[작가의 말]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시인 김기택 "시가 삶의 활력될 수 있기를"
  • 안선정 기자
  • 승인 2016.09.27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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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안선정 기자]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작가 김기택의 프롤로그= 삼십 년 가까이 시를 써오면서 시에 많은 빚을 졌다. 가진 것도 없는 데다 내성적이고 부끄러움 많은 나에게 시가 찾아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심심하지 않게 해주었다. 혼자 있어도 내가 모르는 내 안의 수많은 나를 소개해주고 만나게 해주었으며 나 혼자서도 여럿이 함께 있는 것처럼 풍요로운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시는 일과 밥에 붙들려 꽃 지는 줄도 모르는 나에게 다른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열어주었다. 시적 상상에 빠져 있는 동안은, 이 세상이 이 세상 같지 않았다.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있었고 막힌 것이 뚫리는 경험이 있었다.

여행하다 좋은 풍경을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면 가족이 먼저 생각난다. 이 아까운 것을 나만 독차지한다는 생각이 들면 혀가 아무리 맛있다고 감탄해도 마음은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 좋은 시를 읽을 때도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여럿이 나누면 즐거움이 얼마나 더 커질까 하는 생각 말이다. 다행히도 이런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눌 기회가 생겼다. 2010년 오월부터 일 년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임명한 문학 집배원이 되어 내가 평소에 즐겨 읽거나 좋아하는 시에 짤막한 감상을 붙여 배달하게 된 것이다.

내가 즐겨 감상한 시들은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주거나 사물이나 자연에 숨어 있는 나를 만나게 해주거나 지리멸렬한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확 바꿔 보게 하거나 자신이 받은 상처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에너지가 있는 시들이다.

편지를 받는 사람들이 한 주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할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게 할까 등을 생각하면서 시를 고르고 감상을 덧붙이는 일은 시 배달부의 큰 즐거움이었다.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작가 김기택의 에필로그= 51편의 시를 다시 읽으며 좋은 시는 몸속에 숨어 있는 기억이나 감정, 감각 본능 등을 흔들어서 깨우고 활동시킨다는 것,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삶과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하게 만들고 한숨 쉬거나 웃게 만들고 갑자기 새로운 시가 쓰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내가 살아온 수많은 날들과 시간에는 내 기억과 경험과 감정과 정서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다. 그것들은 수시로 나에게 찾아와 현재와 결합하고 나에게 영향을 준다. 내 마음과 몸에 숨어 다가 언제든지 현재가 되는 이 모든 ‘나’는 시를 읽고 쓸 때 더욱 풍부해진다. 그러므로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아주 행복했다고 말해야겠다.

시인 김기택 <사진제공=다산책방>

# 작가 김기택은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영어영문학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회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곱추’와 ‘가뭄’이 당선돼 등단했다. 직장 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해왔다.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지훈문학상, 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등을 펴냈다.

■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펴냄 | 316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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