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3)] 끊임없이 고쳐 쓸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헤밍웨이도 『무기여 잘 있거라』 마지막 쪽은 39번 수정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3)] 끊임없이 고쳐 쓸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헤밍웨이도 『무기여 잘 있거라』 마지막 쪽은 39번 수정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9.2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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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글쓰기 지침서 『바보들을 위한 더 나은 글쓰기』에서 소개한 글쓰기 방법
모니카 호프만의 『바보들을 위한 더 나은 글쓰기』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프랑크푸르트(독일)=신향식 특파원] 독자들은 작가들이 별다른 연습 없이도 명작을 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단 한 번에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발표하는 천재로 본다.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결과물은 치열하게 노력해 나온 작품이다. 그 사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인터뷰가 독일의 글쓰기 지침서 중 한 권인 『바보들을 위한 더 나은 글쓰기(독일 윌리 출판사)』에 실렸다. 미국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 195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 질문 : 당신은 대략 얼마나 글을 쓰십니까?

- 헤밍웨이 : “그건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를 쓸 때, 마지막 쪽은 39번 썼습니다. 내가 그 글에 완전하게 만족할 때까지….”

- 질문 : 그렇게까지 글을 다시 쓰게 만든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나요?

- 헤밍웨이 : “올바른 단어를 찾기 위해서였지요.”

- 질문 : 다시 읽을 때마다 글이 새롭게 흐르게 되나요?

- 헤밍웨이: “사람들이 자신이 쓴 글을 다시 한 번 정독한다면, 불가항력적으로 다시 써야 하는 부분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어느 수준까지 글을 쓸 수 있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그 지점부터는 다시 쓰게 됩니다.”

헤밍웨이는 끊임없이 글을 고쳐 쓰고 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명작을 냈다고 이 인터뷰에서 밝혔다. 글을 재작성하면서 더 좋은 글로 끌어올린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교사들이 글쓰기지도 방법론을 주제로 교사 연수회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하는 장면

◆ 단 한 번에 명작을 세상에 발표하는 천재는 없다

독일에는 글쓰기 작성법에 관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독일 글쓰기 서적들을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교민 도움으로 온라인 구매를 했다. 눈길을 끄는 책 중의 하나가 『바보들을 위한 더 나은 글쓰기』다.

이 책의 저자 모니카 호프만(Monika Hoffmann)은 언어학자, 번역가, 대학강사로 일한다. 영어와 스페인어, 언어학을 전공했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독일 마인츠 소재)와 몬테네리 인터내셔널 스쿨(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에서도 강의했다. 호프만은 책에서 글을 더 개선하고 싶은 독자들을 꾸짖고 있다. 몇 가지 요약해 본다.

◆ 고쳐 쓰기는 글을 더 믿을 만하게 만드는 중요한 작업

초안은 즉흥적으로 쓰지만 고쳐 쓸 때는 완성된 그림을 위해 주의 깊게 눈앞에 보이는 텍스트를 응시해야 한다. 그런데 고쳐 쓰기 전에 한 가지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 있다. 고쳐 쓰기는 제대로 쓰지 못한 글이나 부실한 글쓰기 실력의 증거가 아니다. 그 반대로 글을 좀 더 믿을 만하게 만드는 한 단계의 중요한 작업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글을 잘 고쳐 쓰는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있다.

◆ ‘나’로 시작하는 문장도 괜찮지만 너무 많으면 곤란

‘나(ich)’를 쓰는 것은 괜찮은가? 상관없다. ‘나’라는 단어를 굳이 돌려서 쓸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무언가 인공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가장 최악의 사례는 문장 구조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냥 편안하게 ‘나’를 사용하라.

‘나’라는 단어는 그냥 ‘나’라고 해석하면 된다. 그것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 항상 ‘나, 나, 나’ 거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유령처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더더욱 균형 잡힌 글을 만들어야 한다. ‘나’를 써도 괜찮지만 너무 많이 쓰면 독자가 글에 집중하기 힘들다.

독일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글쓰기도우미들이 세미나를 하는 장면

◆ ‘반복’이 항상 안 좋은 것은 아니다

반복은 항상 안 좋은 스타일인가? 아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충분히 의미 있는 반복도 존재한다. 사람에 관한 글이라면, 당연히 이름을 반복해도 된다. 한 인물을 여러 가지 이름으로 표현하면 오히려 복잡해진다. 중요한 정보와 관련해 반복하는 표현이라면, 특히 독자가 긴급하게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면, 그냥 편안하게 두 번 반복해도 된다. 이러한 반복은 독자에게 ‘주의하세요!’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신호를 보냄으로써 독자는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정보를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다. 무언가를 특별하게 더 강조하고 싶다면 역시 반복 사용해도 된다. 물론 의미 없는 반복 표현은 제거해야 한다.

◆ 교정본은 반드시 다른 색깔로 작성하라

글을 재검토할 때에는 다음 사항에 유의하는 게 좋다. ①글씨와 행간은 충분히 커야 한다. 너무 작은 글씨와 협소한 행간은 잘못된 점을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한다. ②바꾼 부분은 원래 부분과 대조적인 색으로 작성해야 한다. 연필로 원래 글을 작성했다면, 교정본은 그 위에 대조적으로 빨간색과 같은 눈에 띄는 색으로 작성해야 한다. ③검토를 통해 나온 비평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작성한 페이지의 측면이나 위아래에 충분한 공간이 없다면, 다른 곳에 작성해서 가독성 있게 하라. ④통일된 교정 부호들을 사용하라. 만약 이미 많은 글을 작성해 보았다면, 당신은 중요한 교정부호만을 사용할 것이다. 모른다면 그것을 철자법 사전에서 꼼꼼하게 찾아보라. ⑤신중하게 작업하라.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 작업을 한다면, 글에 꼭 필요한 비평들이 간과될 수 있다.

◆ 초안을 잘 쓰면 아이디어 뽑아내기 수월

두뇌에서 생각이 나오게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초안은 어려운 작업의 도안과 같기 때문에 초안을 쓰면 아이디어를 추출하는 과정을 더욱 쉽게 마칠 수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바꾸는 하나의 기술이다. 초안을 쓰면서 더 나은 버전을 위한 기초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은 초안을 작성하면서 단계적으로 글을 쓰게 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생각을 더욱 정확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초안에서는 원하는 대로 글을 써도 좋다. 너무 완벽하게만 쓰려고 하지는 말라. 초안은 굳이 남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다. 혼자만 봐도 무방하다. 당신은 글에 있는 부적절한 표현과 오류를 비밀리에 고칠 수 있다. 초안은 혼잡해도 괜찮다. 마찬가지로 불균형하거나 결함이 있어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초안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방법론을 소개한 독일 글쓰기 교재들

“옳은지 그른지 망설여지는 문장은 소리 내 읽어보라”

비판적 읽기를 위한 10가지 점검사항
 

“비판적으로 보이는 부분에는 표시를 하고 논평을 달아보세요. 얼핏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그러한 겉치레에 속으면 안 됩니다. 당신이 한 단어, 한 문장, 한 단락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독자들도 그럴 겁니다. 게으른 부분은 분명히 티가 납니다. 작가로서 당신은 그러한 불편한 부분을 냄새를 맡듯이 찾아내고 제거해야 합니다.”

저자는 ‘비판적으로 읽기’를 강조했다. 자신이 쓴 글에 의문을 던지며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 사항을 점검하라고 권유한다.

첫째, 중심문장(주제)이 분명하게 드러나는가. 글에서 전달하려는 핵심내용을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가.

둘째, 중심문장은 하위 문장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가. 문장들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고 넘긴 부분이 있는가.

셋째, 모든 것이 텍스트에 있는가? 당신이 글에 열거하고자 했던 점이 모두 들어가 있는가? 아니면 단순하게 잊어버렸는가? 텍스트 속에 독자들이 정보를 빠뜨릴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는가?

넷째, 글 구성이 잘 짜여 있는가. 완성된 문장들의 순서가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는가. 정보 배열이 매끄러워 한 정보가 다른 정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가. 아니면 문장 전개 구조에 독자가 읽는 것을 방해하는 흠결이 있는가.

다섯째, 연결은 자연스러운가. 독자들이 한 부분에서 다음 부분을 읽을 때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가. 아니면 독자들이 갑작스럽게 그 부분에 다다르게 돼서 놀라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가.

여섯째, 한눈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가. 독자들은 첫 독해에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실패한다면 다시 구성하고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한 번에 읽기 쉬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어 있는가.

일곱째, 모든 문장은 쉽게 읽히는가. 글에 ‘너무’ 긴 문장이 있는가. 일목요연하지 못한 문장들이 있는가. 아니면 구두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데가 있는가. 옳은지 그른지 망설여지는 문장은 소리 내 읽어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여덟째, 모든 단어들은 의미가 분명하며 명백한가.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는 모든 단어에 표시하라. 그 단어들은 다시 한 번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단어를 사용할 때는 쉽게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용어들은 예외 없이 한 의미로만 사용돼야 한다. 외래어는 자국어로 대체될 수 없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아홉째, 텍스트에 사용된 모든 단어들은 적절한가. 꼭 필요해서 썼는가. 자리만 채우고 내용 없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검토하라. 과장된 용어나 미사여구를 사용했는지 살펴보라. 의미 없이 쓴 문장은 없는지도 살펴보라.

열번째, 선행하는 내용에 적절한 결말이 있는가? 결말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글을 끝까지 쓰기 힘들어한다. 자신의 글을 금세 끝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 깊게 결말을 다루어야 한다. 글을 여러 번 읽어보고 전체 텍스트에 결론이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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