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영 칼럼]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다
[황태영 칼럼]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다
  • 독서신문
  • 승인 2016.09.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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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장 /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 김영란법으로 말들이 많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흙수저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점은 100% 공감을 한다. 그러나 방향과 취지가 좋다는 논리에만 묻혀 정말 큰 것은 놓치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도 된다.

만약 중국 삼국시대에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유비가 제갈량을 얻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며 실소를 머금어 본 적이 있었다. 초야에 묻혀있는 제갈량 같은 인재를 시험으로만 뽑을 수는 없다. 천거와 청탁을 과연 법조항으로 두부 자르듯 정확히 구분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도 처벌받지 않는 고위층이 있다면 이 법이 과연 지속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도 고민이 된다. 김영란법이 없어서 자원외교, 4대강, 방산비리 등으로 혈세 수백 조를 날리며 사리사욕을 챙겼던 자들이 있었을까? 김영란법으로 과연 이러한 작태들을 근절할 수가 있을까? 서민 99%가 저지르는 규모보다 훨씬 더 큰 천문학적 범죄를 저지르는 이러한 1%들이 과연 김영란법을 무서워할까? 김영란법이 서민 생계를 어렵게 하고 잡범만 잡는 법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면 먼저 이런 특권층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기관이 있어야 한다.

어떤 선진국, 어떤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사회도 개인 간의 정리를 법으로 완전히 근절한 경우는 없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이 문화와 국민의 의식수준이다.

예전에 박원순 서울시장님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좋은 기회라 한 말씀 건의를 드렸다. “시장님, 은행이나 보험사에서는 늘 고객들을 위한 선물을 만들어 둡니다. 선물의 대부분은 비누, 치약세트 같은 공산품입니다. 서울시의 거래은행에서 비누, 치약제작비용의 10% 정도만이라도 책으로 대체하도록 문화운동을 선도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시, 수필, 화가들의 그림이야기, 서예가들의 사자성어집 등 다양한 좋은 책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고 배포되어진다면 예술가들도 작품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고 사회도 많이 따뜻해지지 않겠습니까?” 시장님께서 메모를 쭉 하시고는 답하셨다. “좋은 의견입니다. 은행 측에 검토요청해 보겠습니다.”

정치인들은 경제만 잘 챙기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허기진 배를 움켜지며 보릿고개를 넘길 적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지만 잘산다는 최근 수년간은 자살1위를 달리고 있다. 정치는 세대와 지역, 이념을 편가름하여 극한 싸움을 유도한다. 재산을 놓고서는 부모와 자식, 형제간에도 아귀다툼을 벌인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부터 유명무실해지니 아랫물도 흐려지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염치도 사라진지 오래다. 그동안 경제대통령을 원했지만 양심과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는 법위에 존재하는 특권층의 부패로 귀결되어졌다.

이제는 공존과 배려의 문화적 토대부터 다시금 다져나가야 한다. 한번 받고 버려지는 백화점의 고급 연하장은 뇌물이 아니지만 감동이 있고 오래 기억될 같은 가격대의 북연하장은 뇌물이 된다. 이런 불합리한 것들은 시정이 되어져 앞으로는 출판문화가 활성화되고 많은 양질의 책이 널리 보급되어졌으면 한다. 금융이나 공공기관 사은품의 10%정도는 책으로 대체되고 책 한권의 선물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예외로 하는 등 다양한 문화운동들이 기획, 확산되어져야한다. 후목분장(朽木糞牆), 썩은 나무는 조각할 수 없고 똥 묻은 벽은 아름답게 칠할 수 없다. 경제에 앞서 인의를 살리고 정리와 범절의 기초를 든든히 하여야 한다.

김영란법은 취지도 좋고 필요하다. 그러나 자칫 작은 것에 매몰되어 보다 더 큰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성긴듯 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 인법은 촘촘해도 성기지만 천법은 성긴듯해도 촘촘하다. 좋은 법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좋은 문화를 살려가야 한다. 문화의 힘으로 건강한 사회가 되면 잡균은 법이 없어도 스스로 사라지게 된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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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 2016-09-26 11:54:03
김영란법 좋은 생각이나 개인을 규정하늘것은 아닌것같습니다. 문인과 예술인의 문화창작 위한 문화제안 동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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