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telling시대
storytelling시대
  • 송정희
  • 승인 2007.11.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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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정희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어떤 사람이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쟁기가 무언가에 걸렸다. 그는 무엇이 걸렸는지 보기 위해 더 깊게 파고들어가다가 고리를 하나 발견했다. 그 고리를 들어 올린 순간, 그는 보물이 가득한 동굴을 발견했다.’라며, “신화는 당신이 걸려 넘어지는 곳에 당신의 보물이 있음을 알려줍니다.”고 했다. 21세기는‘이야기 전쟁’시대로 밀리면 문화 식민지로 전락하고 마는 이야기 시대로 이야기 산업을 키울 때가 온 것이다. ‘이야기 전쟁’시대에는 누가 더 많은 이야기 자원을 확보하여 이를 재미있게 만드는가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좌우되는 시대이다.
 
  이야기는 신화 속에 무한하게 있으며 신화는 무수한 우주의 배꼽, 무수한 우주의 중심으로 우리에게 손짓하고 있다. 신화의 상징성은 심리적인 것으로 거대 자본과 타락한 문명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우리에게 종지부를 찍을 수 단서를 제공해 준다. 따라서 신화는 우리에게 마음이 쉴 곳을 알려주며, 사실을 넘어서 있는 사실을 알려주는 무엇으로 ‘삶’자체가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물 문양은 우주적 의미들을 무한하고 다양하게 변용시키는 신화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 청화백자죽호무늬병靑華白磁竹虎紋甁에 그려진 호랑이는 중국에서 메소아메리카의 재규어와 같이 땅을 상징하는 야수이고 여성성, 수동적인 陰음의 원리를 표상하는 동물이다. 순환하는 시공간의 세계를 엠페도클레스는 공기, 물, 불, 흙이라 했고 불교에서는 이를 청각, 촉각, 시각, 미각, 후각이라고 했으며, 우리와 중국에서는 오방신장五方神將이라 했다.

  이는 동서남북과 중앙의 5방위를 지키는 신으로 오방신 또는 오방장군이란 뜻이다. 東을 靑帝, 西를 白帝, 南을 赤帝, 北을 黑帝라 하며 中央을 黃帝라 한다. 이를 각각 左靑龍좌청룡/봄(木) · 南朱雀남주작/여름(火) · 右白虎우백호/가을(金) · 北玄武북현무/겨울(水) · 黃龍(土)의 동물로 나타내기도 한다. 무당들은 오방신장을 巫神으로 섬기며, 민간에서도 마을이나 읍락을 수호하는 역할을 가진 장승에 원용되면서‘오방오제축귀장군(五方五帝逐鬼將軍)’이라 불러 모시고 있다.

  청룡은 동방의 7별자리를 대표하는 영물로, 용은 더듬이처럼 끝이 말린 뿔과 매끈한 이마, 길게 내민 혀, 넓고 뾰족한 귀와 찢어진 눈, 몸통 굵기의 꼬리, 기다란 몸뚱이에 비늘이 붙었고, 가시가 달린 파충류와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주작은 남쪽 7별자리를 상징하며, 神鳥인 봉황에서 기원한 것으로 무덤 입구를 지키는 존재로 수탉이 날개를 편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봉황의 형상이 수탉과 같기 때문이다. 현무는 북방 7별자리를 상징하며, 거북과 뱀이 혀를 길게 빼고 얼굴을 서로 마주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뱀은 수컷으로 양을 나타내며, 거북은 암컷으로 음을 나타낸다. 백호는 실재 존재하는 호랑이를 영물시 하면서 등장한 상징으로 서방 7별자리를 대표한다. 백호는 머리는 호랑이와 같으나 몸은 용과 흡사하며, 목과 꼬리가 가늘고 긴 파충류와 비슷한 모습이다.

  청화백자죽호무늬병 몸체에 팔릉화형의 틀 안에 송곳니가 밖으로 튀어나온 호랑이(검치 호랑이) 한 마리가 구름 위에서 노는 모습이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고 그 주위에는 꽃과 풀벌레들이 그려져 있다. 이렇게 인간과다양한 관련을 맺어온 여러 동물들이 문양으로 남겨진 유물 속에서 상징성을 가지고 이야기로 살아나고 있다. 때문에 문양은 그것을 향유하는 집단 사이에서 약속된 부호와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되며, 문양이 묘사하고 있는 사물이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문양만 보고도 어떤 고유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문양들의 전시회가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관장 김진영)에서 11월12일~2008년 2월 28일까지 <유물 속 동물 문양전 - 인간의 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상징>을 주제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동물 문양이 표현된 유물을 통해 사회적 통념 및 집단적 염원 등이 내재된 문화적 코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며 이를 통해 동물 문양이 어떻게 유물에 반영되었는지, 또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적 의미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탐색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가가지고 있는 소중한 이야기 자원을 더 많이 찾아내 고부가 가치의 문화 상품으로 재창조해야 하지만 동시에 외국 이야기도 자원에 필요하다면 빨대를 꽂아야 하는 storytelling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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