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지식인 계급으로 자산과 기술이 있던 기독교인들은 프랑스를 떠나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으로 줄잡아 10만명이 넘어간다. 영국에서 이들은 산업혁명의 터를 닦았으며 별볼일 없던 유럽 변방 독일은 제조업 강국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프랑스는 이후 거의 한 세기에 걸쳐 산업이 퇴보하고 경제가 거의 몰락할 정도의 대가를 치른다. 루이14세는 죽기 전 손자에게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유언한다.
독일의 예를 잘 봐야 하겠다. 독일은 당시 프랑스 기독교인들에게 주택 지원 일자리 보장 등 파격적 대우를 하며 ‘영입’하다시피 한다. 독일이 때를 잘 만나기도 했지만 통치자의 혜안은 독일 경제를 100년은 앞당겼다는 후대의 평을 얻는다.
우리도 곳곳에서 이런 크고 작은 예를 보게 된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책나라 군포 독서대전’과 ‘서울 북 페스티벌’이 그렇다. 특히 면적이 한국 도시 중 세 번째로 작은 군포시의 ‘책나라’ 도전은 지자체 장(長)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군포시 김윤주 시장은 4번째 시장에 선출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책 읽는 군포’ 정책은 유권자 검증을 거쳤다. ‘책을 읽자’라는 단순 구호에서 나아가 책을 읽도록, 문화를 향유하도록 김 시장은 멍석을 폈다. 이게 다른 지자체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나름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역 언론과 여러 출판사들이 십시일반 돕는다. 어린 자녀 손을 이끌고 독서체험을 하는 주부에선 군포의 현재를 보고 백일장에서 고사리 손으로 시를 짓는 어린아이에선 군포의 미래가 읽혀지기도 한다.
김 시장은 정책을 뚝심 있게 끌고 왔다. 이게 또 다른 지자체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책이 행복으로 향하는 첩경이라는 소신을 잃지 않고 시민들에게 문화의 자부심을 주고 있다. 엊그제 끝난 독서대전 멍석은 그래서 기억하게 되고 내년 멍석을 또 기대하게 한다.
김 시장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돈이 없어 더 이상 학교를 못 갔다. 대신 동네 책방 책은 다 읽었다. 그게 책에 대한 김 시장의 먼 기억이고 살아있는 책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