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 - 『보통 사람의 글쓰기』에서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정민 교수가 스승에게 면박 당한 사연 하나. 정민 교수는 권필의 시 「과정송강묘유감(過鄭松江墓有感)」의 첫 구절 '空山木落雨蕭蕭(공산목락우소소)'를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했다.이 글을 본 이종은 교수는 정민 교수에게 대뜸 "야, 사내자식이 왜 이렇게 말이 많아"라며 면박부터 줬다. 그리고 '空(빌 공)'자를 손으로 짚으며 물었다. "여기 '텅'이 어디 있어?" 그리고는 정민 교수의 해석에서 '텅'을 지웠다. 그 다음 이종은 교수는 '나뭇잎'을 '잎'으로 바꾸며 다시 물었다. "잎이 나무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떨어지고'에서 '떨어'를 지우고, '부슬부슬 내리고'에서 '내리고'를 털어내니 남은 문장은 '빈 산 잎은 지고 비는 부슬부슬'이다. 글은 덜어낼수록 좋아진다.
『보통 사람의 글쓰기』 34쪽 │ 이준기 지음 │ 아시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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