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풍경의 시인’이 맡고자 했던 십리 밖 물 냄새
[리뷰] ‘풍경의 시인’이 맡고자 했던 십리 밖 물 냄새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8.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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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하 시인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허만하는 풍경의 시인이다. “하나의 풍경을 만나기 위하여 나는 길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길을 떠나면 나의 내면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길을 떠난 떠돌이는 풍경으로 사고한다”는 글처럼 그는 풍경을 세심하고 따뜻하게 관찰하며 분석적으로 인식한다.

그의 산문집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는 ‘팬’을 자청한 출판사 최측의농간이 심혈을 기울여 복간한 책으로,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연대의 글들이 집성돼 있다. 1부 ‘풍경’, 2부 ‘정신의 섬’, 3부 ‘시인의 뒷모습’으로 나뉜 34편의 산문은 그의 내면세계를 잘 보여준다.

그 중 첫 번째 산문 ‘낙타의 물 냄새’는 책의 제목과 통할 뿐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글의 방향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막을 가는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아름다운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나는 아라비아 인의 인식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은 낙타를 구별하는 데 수십 가지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세계는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규정되는 것일까. 그러나 존재와 언어 사이에는 아무래도 틈이 있는 것 같다. 언어는 그만치 불완전한 것이다. 그 틈을 우리는 시로 메우는 것이다. (중략) 시인이 맡는 십리 밖 물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산문을 다 읽어 내려가면 그가 맡았던, 맡고자 했던 물 냄새의 정체를 알게 된다.

각각의 산문들이 길지 않은 호흡으로 실려 있지만, 어느 한 편을 붙잡고 들어가더라도 오래도록 곱씹는 것이 허만하 시인의 글을 읽는 묘미다. 그는 산문을 쓸 때도 존재와 언어의 틈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가 요구하는 정도에 근접한 사유와 상상력의 여백을 담아냈다. 시적인 것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밀고 나갔던 시인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또 다른 감동이 밀려올지도 모른다.

■ 낙타는 십리 밖 물 냄새를 맡는다
허만하 지음 | 최측의농간 펴냄 | 344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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