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허경진 "댁의 안방에 멋진 산수화 하나 걸어 놓으세요"
[작가의 말]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허경진 "댁의 안방에 멋진 산수화 하나 걸어 놓으세요"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8.29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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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허경진 작가의 머리말= (전략) 나는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자료들을 찾아 『출판저널』에 1년 반 동안 17종을 연재하다가 2003년에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의 한국고서들』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는데, 이 때에 아껴 두었던 자료가 바로 정원림의 동국산수기이다.

(중략) 이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수작 20종을 선정했고 이 작품들을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산의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집필 시점을 기준으로 계절순으로 재배치했다.

(중략) 조선시대 작가들은 산수유기(山水游記)라는 이름으로 이 글들을 썼는데, 글을 고르다보니 수(水)는 빠지고 산(山)만 남게 되었다. 요산요수(樂山樂水)에도 산을 앞세웠거니와 지자(知者)보다는 인자(仁者)를 높이 여긴 조선 시대 선비들의 덕목 때문이다. 기회가 되면 물을 즐겼던 선비들의 기록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내어서 글자 그대로 산수유기 선집을 독자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다.

# 조선 영조 때 삼수와 갑산으로 각각 귀양가는 선비가 있었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귀양가면서 백두산 구경이나 함께 하자고 하고, 가는데 나흘 오는데 나흘 걸려 백두산 구경을 하고 온다. 임금님의 귀양 명령이 백두산을 구경하라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되레 기뻐한다. 어쨌든 이들이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니 귀양이 풀렸다는 공문이 와 있었다. 이들은 서명응과 조엄이다.

서명응은 홍문관 부제학을 맡으라는 임금님 특명을 세차례나 어겨 함경도 갑산으로 귀양을 가게 됐고 조엄은 임금이 서명응 대신 부제학으로 삼았으나 이 또한 나아가지 않아 함경도 삼수로 귀양을 가게 된 것이다.

공직에 나아가는 것조차 몸을 삼갈만큼 욕심 없는 깨끗한 마음을 가진 선비들 아닌가. 그들의 백두산 구경도 참으로 느긋하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욕심은 산천에 비하면 티끌보다 못한 것 아닌가.

조선 선비의 산수기행
유몽인 , 최익현 외 지음  |  전송열 (엮고 옮김), 허경진 (엮고 옮김) 옮김  |  돌베개 펴냄  |  37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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