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소설의 밤 ①] 정유정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의 자기 변론서”
[2016 소설의 밤 ①] 정유정 “『종의 기원』은 사이코패스의 자기 변론서”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8.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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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훈 문학평론가 및 300여명 독자와 90여분간 대담 진행
▲ 정유정이 300여명의 독자들과 마주앉아 ‘2016 소설의 밤’ 행사를 가졌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동남아 공연 순회를 마치고 온 정유정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평소, 책을 출간하면 인터뷰 1번, 사인회 1~2번, 독자와의 만남 3번 정도를 한 뒤 일정을 마무리했던 그가 『종의 기원』을 발표하고는, 3개월째 외부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과 소통한 시간이 많아서일까, 정유정은 예스24에서 진행한 ‘한국소설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를 기념해 지난 26일 여의도KBS아트홀에서 ‘2016 소설의 밤’ 행사를 열고 300여명의 독자와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1부에서는 복도훈 문학평론가와 ‘작가와의 대담’ 시간을 가졌다. 먼저, 그는 전작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에 이어 최근 영화화가 결정된 『종의 기원』의 콘셉트를 소개했다. “사이코패스가 세상을 향해 선보이는 ‘자기 변론서’에요. 주인공 한유진은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상대방을 끌어들이기 위한 거짓말을 일삼아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다 보니 주인공에 동화되고 이입돼 그에게 연민을 가질 수도 있죠. 제가 의도한 것이 그 점이고요.”

“미운 정이 무섭다”며 전작의 인물보다 『종의 기원』의 한유진을 가장 사랑하게 됐다는 작가는 자신의 뚜렷한 작품관을 설명했다.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선에 가깝게 서 있다가도 어느날 악의 진영에 다가설 수도 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이 소설을 볼 때 독자분들이 느끼는 두려움이라 생각해요. 주인공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자각하는 거죠.”

또한, 그는 그간의 작품을 통해 ‘희망’을 외쳐왔는데 ‘희망’ 대신 ‘악’이 조명받는 점을 아쉬워했다. “저는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일부일 뿐이에요. 단지 그 생명체가 최고 포식자로 살면서 번성하게 된 거죠. 그렇다면 이 생명체가 치러야 할 대가가 있지 않을까요? 바로, 다른 생명체 대한 사랑과 희망이에요. 전작인 『28』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부르짖었는데 다들 믿어주지 않더라고요. 로망 가득한 연애 소설을 쓰는 게 제 소망이에요.”

『종의 기원』 2편도 나오는 게 아니냐는 평론가의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유진이는 성숙하고 완벽한 사이코패스가 아니에요. 이제 막 자기 악에 눈을 떠서 자기 자신에게 어리둥절해요. 이 사이코패스가 1년간의 냉각기를 거치고 세상으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끝나는데, 다음 편에서는 완성된 사이코패스의 이야기가 펼쳐지냐는 질문을 많이들 하세요. 그런데 저는 사건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어요. 삶 밖에서 휘몰아쳐 들어오는 운명적인 힘과 맞닥뜨린 순간의 인간에 관심을 가질 뿐이죠. 저는 산파 역할만 할 뿐이에요. 운명의 폭력성에 승복할 것인지, 올라탈 것인지는 유진이의 선택이겠죠?”

▲ 정유정 작가는 늦은 시간에도 독자들과 1대 1로 눈을 맞추며 사인회를 진행했다. <사진제공 = 예스24>

이어진 2부에서 정유정 작가는 독자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먼저, 기발한 스토리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에 대해 “기발한 생각보다는 세상에 항상 레이더를 켜고 있어요.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세상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문학과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 레이더에는 ‘욕망’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걸려들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의미가 있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할 이야기인지 아닌지를 따져서 작품을 쓰게 됩니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저는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 3시면 일어나는데요. 한 시간 동안은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각성되기를 기다려요. 음악 장르는 데스메탈, 심포니메탈, 고딕메탈 등을 좋아해요. 그러다 분위기가 잡히면 글을 써요. 소설마다 테마 음악이 있는데요. 『28』 때는 김경호 씨의 1집 앨범을 많이 들었고, 『종의 기원』 때는 반젤리스 음악을 주로 들었어요”라며 집필할 때의 습관을 밝혔다.

이날 참여한 300여명의 독자들은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만큼, 정유정 작가와의 대담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정유정 작가의 재치 있는 대답에는 웃음을 터뜨리고,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 사인회에도 줄을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촬영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김병희 예스24 도서사업본부장은 “이번 소설의 밤 행사는 작가의 강연과 대화 시간으로 구성되었던 기존 문학캠프와 다르게 연극, 음악 등이 함께 어우러진 문화 공연으로 진행돼 의미가 남다르다”며 “앞으로도 한국 문학의 발전을 위해 작가와 독자가 깊이 있게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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