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자] ‘휠체어 20년’ 내가 유럽의 하늘을 날다니 - 홍서윤
[이 저자] ‘휠체어 20년’ 내가 유럽의 하늘을 날다니 - 홍서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8.26 1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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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자 홍서윤 작가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아직은 젊은 여자가 혼자 유럽을 여행한다면 많은 부모가 말릴 것이다. 이런저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장애인이 혼자 유럽을 여행한다니. 국내도 아니고 유럽을 휠체어를 끌고 다니다니. 몇 나라를 비행기 갈아타면서. 그런데 방금 읽은 대목에 함정이 있다. 바로 ‘국내도 아니고’다. 국내가 아니기 때문에 휠체어 여행이 가능했다니, 이게 얼마나 기막힌 역설인가. 현실은 이토록 지독하다. 유럽의 한 버스 기사는 저자 휠체어를 태우지 못해 연신 고개숙여 사과한다. 그 모습을 상상해보라. 저자는 국내에서 버스로 외출하려다 4시간 동안 몇차례나 버스 기사 등과 실랑이를 하다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단어를 새기면서 읽으면 좋겠다. 아니 다 읽고 장애인 이동권 관광권 등의 용어를 다른 사람에게도 말해주면 좋겠다. 단어를 하나 안다는 것은 그 세계로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자 홍서윤 작가를 이메일 인터뷰 했다.

-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주로 성장한 지역은 어디고, 전공은 무엇을 했나요.

“경남 창원 출생입니다. 인생의 3분의1을 창원에서 살았습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유년기의 좋은 추억이 많은 곳이라 저에게는 마음의 고향입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해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요. 당사자로서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이 많아서 장애인 이동에 관련된 논문으로 석사를 마쳤습니다.”

- 저 역시 책을 읽으며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바탕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들어있구나 하는 생각도 저절로 들었습니다. 유럽 여행 때 여러 사람들로부터 대단하다는 말 들었을 때 어땠나요

“독자층은 두 집단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죠. 두 집단 모두 ‘대단하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에서 ‘대단하다’는 이야기가 달리 들리긴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장애인들이 말씀하시는 ‘대단하다’라는 의미는 뭐랄까 먼저 시도하고, 또 그동안 장애인들이 수없이 떠들었지만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회자되지 못했던 주제, 불편함, 욕구를 한방에 뻥 떠뜨려줘서 대단하다. 이렇게 들렸고요. 비장애인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단하다’ 의미는, 그런거죠. 몸이 불편하면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텐데 그렇지 않고 ‘혼자했다’, ‘도전했다’ 뭐 이런 의미의 대단함이 있다. 그렇게 들렸어요. 사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독자나 같은 말이겠죠.”

 
- 스위스 여행을 좀 과장한다면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도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스위스 여행의 의미는 뭐라고 할 수 있나요.

“제 안에 꿈틀거리고 있던 어떤 욕구, 욕망이 있었죠. 뭐랄까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다가 어떤 순간 뻥 터지듯, 그랬던 것 같아요. 오랫동안 유럽여행을 하고 싶었고요. 그걸 꿈꾸면서 저축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꿈틀거리는 저를 자극해 준 지인 덕분에 제대로 된 유럽여행을 하기 전에 ‘에피타이저’를 맛보게 된 계기가 된 거죠. 한번 맛을 보니 너무 좋은 걸 알아버렸고, 그러다보니까 이걸 왜 안했지? 왜 내가 그동안 유럽이라는 지역을 멀게만 막연하게만 생각했지? 이런 생각에 휩싸이면서, 그렇다면 마지막 20대의 피날레는 정말 의미있게 보내봐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이어지게 된거에요. 그래서 스위스 여행의 의미가 뭐냐고 짧게 좀 정의를 하자면, 정말 제 인생의 판도를 바꾼 계기였고요. 제가 좀 걱정이 많아요. 겁도 많고, 근데 스위스를 기점으로 유럽여행까지 쭉 하면서, 세상과 삶을 대하는 시각이 엄청 넓어지게 되었어요.”

- 한국에서 20년 휠체어를 타면서 외출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스위스 등에 비하면 마치 지옥이었을 겁니다. 답답한 현실, 좀 차분히 설명을 해 주신다면

“몇 주전에 그런 질문을 받았어요. ‘장애인의 이동권이 왜 중요하나요?’. 쉽게 이야기 해서, 화장실을 가려고해도 ‘이동’을 해야하고요. 밥을 먹으려고해도 ‘이동’을 해야하고, 친구집을 가든, 어디를 가든 일단 움직여야해요. 먼거리로 가기 좋으라고 현대문명이 탈것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탈것을 자유롭게 이용하곤 하죠. 그런데 장애인은 아니에요.

 
그리고 여행에서 ‘이동’은 절대 떼려야 뗄 수가 없습니다. 일단 뭐 비행기, 기차, 버스, 택시, 뚜벅이도 있지만요. 잠자는 시간 빼고 어디하나 삶에서 ‘이동’이라는 글자를 뺄 수 있는 곳이 있나요? 그런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기본적으로 그 ‘이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여행이 고난의 행군이구요. 근데, 제가 여행했던 스위스나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아주 최고의 시설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바퀴달린 뭔가를 타고다니는 장애인들도 두 발로 걸어다니는 시민들처럼 이동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었어요. 그래서 트램, 지하철, 기차, 고속버스, 시내버스, 저가항공, 국적기, 유람선 등등 남녀노소 누구나 ‘탈것’에서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기본 전제가 있죠.

그런데 한국은 어떠냐고요? 일단 고속버스가 없어요. 그 말은 즉, 시외로 나갈 수 없어요. 그럼 사람들은 기차를 타라고 해요. 기차는 뭐 나름대로 장애인이 타기 좋아요. 그래서 기차를 타고 어떤 여행지에 가요. 그러나 그 곳엔 저상 시내버스가 단 한대도 없어요. 기차역에서 숙소까지 20km라면 갈 방법이 없는 거죠. 그럼 또 택시를 타라고 해요. 휠체어가 작으면 괜찮지만, 200kg 정도의 큰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있어요. 못 타요. 그럼 어떻게 하냐고요? 20km를 차도 따라 그냥 가는 거에요. 여행이 항상 국토대장정이 돼버리는데, 그게 여행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삶의 문제더라고요. 이동만 해결되면 끝이냐? 아뇨. 숙박시설도 없고요. 갈수 있는 식당도, 심지어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대한민국 장애인의 삶은 그래요.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외국여행을 더 자주하게 되고요. 사실 책을 출간하게 된 것도, 약간은 역설적인 의미일수도 있어요. 그만큼 해외에서 자유롭게 다녔다면 한국에서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져봐도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게 만들고 싶은… 뭐 저 혼자만의 작은 착각 같은… 그런거죠.”

- ‘장애인 이동권’ ‘관광권’ 등 다소 생소한 단어를 접했습니다. 저도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이 크다는 말입니다. 직접 두 단어를 설명해 주신다면…

“이건 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광권’ 모두 UN국제기구에서 짚어준 개념들이에요. UN국제기구에는 전 세계 모든 장애인들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아야 한다고 수많은 행동강령과 권고사항들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가입국에게 지켜달라고 권고를 하죠. 물론 그걸 잘 지켜주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이고요. 그렇지 못한 나라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어디쯤인가 생각해보면 아직 멀었고요.

‘장애인의 이동권’은 실제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내용이에요. ‘관광권’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장애인의 이동권은 현재 대한민국 법령에도 명시가 되어 있어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등등에 명시가 되어서 버스, 기차, 비행기, 배, 시티투어버스, 택시 등등 모든 교통수단에 적용이 돼야 하는데요. 이게 강제가 아니라 ‘권고’이다 보니까 시쳇말로 ‘배째라’고 버티는 경우도 많아요. ‘우린 모르겠으니, 싫으면 타지마’ 이런 상황이 여전히 너무 많죠.

그리고 관광권 같은 경우는 UN장애인인권권리협약은 물론이고 UN산하 국제관광기구에서 ‘Accessible Tourism(접근가능한 관광)’이라는 개념을 2010년대 초반에 만들어서 또 가입국들에게 권고를 했어요. 그 이전에 이미 유럽은 수십개의 유럽국가가 연대를 해서 ‘European Network of Accessible Tourism(유럽 접근가능한 관광 네트워크)’를 만들어 각 국가들이 서로 지지도 하고 도와주고 상생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고요. 일본이나 미국은 뭐 당연히 잘 지키고 엄청 잘 하고 있는 나라고요.

최근에는 중국, 홍콩, 중동 어떤 국가도 이 접근가능한 관광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하면, 이 개념을 도입하지도 못했는데 엄청나게 논쟁 중이고, 장애인의 여행을 관광권으로 보지 않고 사치로 보거나 여흥 정도로만 여기고 있죠. 인식이 더 많이 변해야하죠.”

 
-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니, 참 놀랍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소감 다시한번 독자들에게 들려주시지요.

“원래 제가 도전적인 편은 아닌데, 물론 주변에서는 도전적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패러글라이딩을 하려고 마음 먹었던 계기가 있었는데요. 장애인이 아닌, 그냥 비장애인의 스위스 여행기를 많이 들여다 봤는데 다들 인터라켄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라고 추천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기 전에도 엄청 많이 찾아봤어요. 혹시 휠체어 패러글라이딩이 있을까, 장애인 패러글라이딩 업체가 있을까. 찾아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체념한 채 갔는데. 하필 또 그 패러글라이딩 포스터를 보게 된거죠. 그러니까 해보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을 잊으려고 무의식 속에 꼭꼭 숨겨놓고 스위스 여행을 떠났는데, 하필이면 호스텔 벽에 붙어있던 패러글라이딩 사진을 보니까 또 제 안에 뭔가가 꿈틀거리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가 이게 그 인터라켄과 융프라우 근처의 모든 경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또 한번 폭발한거죠 뭐. 하하. 그래서 되든 안되든 한번 물어나볼까? 이런 마음이었고요.

실제로 패러글라이딩을 했을 때 상황이 참 많이 우스운데, 다행이 책에 오디오가 삽입되지 않는 걸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엄청 시끄러웠어요. 제가 아주 경미한 고소공포증이 있어요. 높이가 높은건 괜찮은데 울타리나 안전장치가 없으면 막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거든요. 그렇잖아요.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활공장에 딱 도착했는데 심장이 콩닥콩닥거리더라고요.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고 마음을 다 잡아봐야겠다,하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는데. 뭐 패러글라이딩 전문가들이 기다려 주나요? 그들에겐 그저 하나의 업무일 뿐이자나요. 제가 무서워하든지 말든지, 심장이 뛰든 말든, 얄짤(?)없이 그냥 태워서 날려버리더라고요.

얼떨결에 날아간 거라 눈도 질끈 감고 엄청 소리를 지르면서 날아갔어요. 근데 하늘을 딱 나는 순간 붕 뜨는 느낌이 드는데 막 가슴이 벅차더라고요. 정말 별천지 같고, 땅에서만 보던 세상이랑 하늘에서 보는거랑 참 다르구나 많이 느꼈죠.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막 빠졌는데…. 자세한건 책을 통해 보시길 바래요.”

- 와인이나 맥주를 꽤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술 좀 하십니까. 와인은 어느 나라 것이 맛있고 맥주는 어떻든가요.

“제가 유럽을 가서 술만 배워왔나 봅니다. 하하. 이상하게 엄청 맛있었어요. 스위스 와인이 너무 품질이 좋고 수요가 많아서 해외 수출이 안된다고 해요. 근데 정말 풍미가 표현이 안될 정도로 맛있는데 너무 저렴한거죠. 가능하다면 한 박스 한국으로 들고 오고 싶었죠. 근데 그게 불가능하니까 그럼 뱃속에 채워가자. 뭐 이런 심정으로 1일 1와인을 했던 거고요.

원래 맥주는 안 좋아했어요. 근데 독일 여행 정보를 찾는데 도시마다 맥주 맛이 다르다고 하고, 옥토버페스트 가서 맥주를 안 마시면 안 된다고 하고. 그래서 참 걱정이 많았어요. 근데 정말 맥주 맛이 다 달랐어요. 어느 지역은 탄산이 더 세게 톡 쏘고요. 또 어느 지역은 진하고 무겁고 커피향같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또 어느 지역은 떫은 맛도 나고요. 희한하더라고요.

거기다가 맥주를 마실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탄산음료보다 맥주가 저렴하기도 했어요. 제가 호사스럽게 여행을 간 게 아니다보니까 여행경비를 아끼는 차원에서도 본의 아니게 맥주를 많이 찾게 되었는데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술꾼이 아닙니다. 하하.”

 
- 같은 저상버스라도 한국과 스위스의 저상버스는 너무 다르고 특히 기사 아저씨는 너무 다르군요. 한국 저상버스에 한 말씀 하시죠

“네. 근데 이 부분은 조금 정정해야 할 것 같아요. 한국에서 거의 10여 년 전에 마지막으로 저상버스를 타려고 시도하다가 정말 뼈저리게 좌절한 후에는 단 한 번도 저상버스를 타봐야겠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약간의 스테레오타입이 머릿속에 있었던거죠. 그러다 스위스를 갔는데, 친절하다 못해 뭐랄까 정말 나의 ‘이동권’을 보장받는 것이 이런거구나 싶을 정도로 물리적 환경이 한 사람에게 장애물로 다가왔을 때 그 사회의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적나라하게 보게 된거죠. 더군다나 그 기사님은 저에게는 교통수단이 아닌 그냥 장애물로만 여겨지는 ‘일반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이었잖아요.

그러니까 그 분은 자기가 모는 이 버스가 어떤 다수의 사람에게는 교통수단이지만, 저같은 사람에겐 그냥 고철덩어리로 밖에 안 보인다는 걸 알고 있고 공감하고 있었던거죠. 그리고 그 공감을 직접 표현해 주신거고요.

근데 한국에선 절대 안 그러죠. 네가 못 타는게 내 책임은 아니잖아. 약간 이런 반응이 팽배한데요. 사실은 ‘책임’이 맞거든요. 근데 아무도 책임지거나 공감하려고 하지 않았죠. 정확히 아셔야 하는건 ‘않았죠’에요. 근데 제가 요즘 자가용을 두고 일부러 대중교통수단을 많이 타고 체험을 해보는데요. 서울의 경우엔, 출퇴근 시간 및 붐비는 시간대를 제외하곤 그나마 버스기사님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버스 탑승은 물론이고요. 잘 가라고 손도 흔들어 주시더라고요. 너무 친절하셔가지고 제가 서울시에 칭찬민원도 넣어드렸어요. 근데,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나아지고 있지만 극히 아주 극히 일부일 뿐이고요. 여전히 출퇴근시간이나 붐비는 시간대 휠체어가 버스에 탑승하려고하면 외면하시는 경우가 수없이 많고요. 고속버스에는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어요.

그럼에도 그게 왜 문제인지 인식을 못하는 버스업체가 너무나 많고요. 지방으로 가면 몇 명 사용하지도 않는 저상버스를 비싼돈 주고 왜 사야 하냐고 이야기하는 지자체가 많아요. 몇 명 사용하지 않을까요? 아니죠. 그동안 사지육신 멀쩡하고 두 다리가 튼튼한 사람이 쉽게 이용하던 버스를, 휠체어, 유모차, 지팡이 짚은 어르신, 짐이 많은 시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로 바꾸는 거에요. 그러니까 장애인 몇 명 사용하지 않는 버스가 아니라, 그런 버스가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에요.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셨는지 모르겠네요.”

- 드디어 혼자 유럽여행에 나섰습니다. 스위스 여행 후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요. 암스테르담 휠체어 자전거는 참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죠? 자전거 회사에서 이런거 개발하면 참 좋을텐데요. 그쵸?”

 
-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로 읽기에도 꽤 좋을 만큼 내용이 충실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미덕은 책 곳곳에 있는 장애인 배려, 동등한 권리 보장 등이 여행의 재미와 함께 잘 어우러져 있어 읽으면서 저절로 장애인의 어려움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만으로도 이 책은 할 일을 다 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 책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장애인들만 이해하면 되려나?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요. 중간에 조금 선회했어요. 오히려 장애가 없는 비장애인들이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살아가고 있고, 왜 해외여행을 통해서 자유라는 걸 느끼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이해해서 알아주길 바랐던 거죠. 공감이 있어야 이해도 하고, 이해를 해야 필요를 이야기했을 때 같이 목소리를 내 줄 수 있으니까요.”

- 암스테르담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정확하게는 공유할 수 있는 사람) 함께 다시 오고 싶다 했습니다. 언제쯤 기대하면 좋을까요.

“그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런 도시여서 누군가와 같이 이야기 하고 싶고 추억을 만들고 싶을 정도였는데, 혼자라 너무나 외롭고 싫었는데요. 언제가 될까요? 곧?? 하하.”

-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어떤 곳인지 설명을….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해 무슨 일을 더 하고 싶은지요

“실험실이라고 보시면 되요. 여행상품을 파냐, 여행을 대행하는 곳이냐, 아니면 장애인들 여행 가는데 지원해주냐 이런 문의가 많은데요. 전부 아니고요. 여행을 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이 여행을 어떻게 준비하고, 설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상담해주고요.

또 장애인 여행이 단순히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 가족이 있는 모든 가정을 위한 일이고 나아가서 유모차나 노인까지 관광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관광약자의 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캠페인을 하고요. 또 장애인 여행에 관심 있는 착한 기업에게 장애인과 노인 여행 상품을 개발 할 수 있도록 자문을 하고 있어요. 장애인으로 구분하지 않고, 누구나 가는 여행처럼, 남들이 하는 여행을 장애인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그런 실험실입니다.”

 
- 혹시 또 유럽여행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독자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한달 다녀오면서 저축 통장 하나를 해약했어요. 다시 그 통장 채워질 때까지는 못 갈 것 같고요. 하하. 아마 채워져도 이번엔 아메리카를 생각하고 있어요.

독자분들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 제가 이야기 하는 여행이 ‘장애인 여행’이라는 글자로 표현되고 있지만,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곳은 아장아장 걷는 아이도, 유모차도, 지팡이 짚은 노인도 가기 좋은 곳이에요. 그 말은 내 아이와, 이제는 걸음이 느린 우리 할아버지 또는 아버지와 가기 좋은 여행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런걸 ‘접근가능한 관광’이라고 하고요. 어쩌면 한국에서도 ‘접근가능한 관광’이 활성화 되기를 바라면서 상징적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될 거 같고요. 제가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장애인만 가는 특별한 곳이 아니고요. 원래 있던 여행지지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가기 좋은 곳이란 것을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제공=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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