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작가 백영옥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작가의 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작가 백영옥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8.18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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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작가 백영옥의 프롤로그= 10년 전 봄,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지쳐 있었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했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오랜 꿈에서 멀어졌고, 결국 회사에 사표를 냈다. 버튼 하나 누를 힘이 없었지만, <빨강머리 앤> 50부작 애니메이션을 봤다.

<중략> 수없이 앤을 봤다. 하지만 그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앤이 한 말을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앤이 한 말을 ‘듣기만 했을 때’와 그녀에게 들은 말을 ‘노트에 적었을 때’의 차이는 컸다. 그 차이만큼이 내겐 기적의 크기다. 나는 다시 한 번 실망하더라도 오래 꿈꿔왔던 것을 기대해보기로 했다.

나는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안나 카레니나』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파우스트』 『오만과 편견』 같은 내 인생의 책들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이 빨강머리 소녀가 내게 말하는 것도 그것이었을 테니까. 어쩌면 이것은 더 이상 기적을 믿지 않는 시대에 일어난 지극히 개인적인 기적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해 가을, 나는 소설가가 되었다.
이 책을 나의 빨강머리 앤에게 바친다.

# 작가 백영옥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6년 첫 장편소설 『스타일』로 제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스타일』은 김혜수 주연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하고 중국어 등 4개국어로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됐다. 도시 남녀의 욕망과 사랑의 외로움을 경쾌하게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다.

<빨강머리 앤>은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1908년 발표한 장편소설 『그린 게이블즈의 앤』을 일본 번역가가 새로 작명한 것. 몽고메리 소설은 세계적으로 1억부 이상 팔렸다. <빨강머리 앤>은 원작을 매우 잘 살린 유명한 애니메이션으로 오래 사랑받고 있다.

■ 백영옥 에세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북이십일 펴냄 | 33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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