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폼나는 문장 - 『눌변』에서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몇 해 전 강릉여고 3학년 어느 반 학생들이 급훈을 ‘맑은 공기는 노후에 마시자’라고 정한 바 있다.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해서 젊을 때는 탁한 공기를 마시자는 다짐이다. 그와 비슷한 취지로 서울의 어느 학교에서는 ‘2호선 탈래, KTX 탈래?’라고 급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한 결의 또는 협박 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는 질문은 원천 봉쇄되고 만다. 일류대 입학을 ‘큰 꿈’으로 규정하는 어른들이 창의적인 인재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욕망과 두려움이 함께 증폭되는 저성장 시대에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가질 수 있을까.
『눌변』 118~119쪽 │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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