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영 칼럼] 소중한 사람이 있는 지금이 바로 봄이다
[황태영 칼럼] 소중한 사람이 있는 지금이 바로 봄이다
  • 독서신문
  • 승인 2016.07.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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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장 /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 “엄마, 답답하게 집에만 있지 말고 같이 스포츠댄스 배우러가요. 학교 부근에 맛집이 많으니 맛난 것도 드시고 쇼핑도 해요.” 딸은 엄마를 끔찍이도 챙겼다.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반장을 했지만 잘난 척도 하지 않았다. 공부도 잘했고 늘 밝고 명랑했다. 약자 편에 서서 친구들을 배려하는 따뜻함도 있었다. 명문대 법대를 갔지만 판, 검사가 아니라 미국 국무장관을 롤 모델로 국제무대에서 한국 위상을 높이는 것이 꿈이었다.

아빠는 딸이 사치할까봐 용돈을 많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딸은 스스로는 엄청 절약을 해도 친구나 부모한테는 과감하게 베풀었다. 아빠 생일 때는 용돈을 모아 비싼 점퍼를 사주기도 했다. 마냥 대견하기만 하던 딸이 어느 날 새벽 수영장 가는 길에 납치를 당했다. 두 건장한 사내가 차에 태워 저항하는 딸을 마구 때렸다. 그리고 검단산 기슭으로 끌고 가 공기총으로 쏘아서 죽였다.

돈 많은 회장부인이 사위와의 관계를 의심해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몹쓸 짓을 저질렀다. 왜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딸은 떠났지만 엄마는 딸을 보낼 수가 없었다. 잎은 져도 나무를 떠나지 않는다. 바람이 불면 함께 흔들렸다. 비가 오면 함께 울었고 햇볕이 들면 함께 웃었다. 어두운 밤 서로 부둥켜안고 무서움을 달랬다. 한 몸이었던 잎과 나무. 애환의 나날들. 잎이 진들 나무가 어찌 잎을 보낼 수 있겠는가? 잎이 어찌 차마 나무를 떠날 수 있겠는가? 세상 그 어떤 화려하고 비싼 것도 딸의 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14년간 그리움에 몸부림치다 엄마는 딸의 곁으로 갔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이나 지위가 아니라 사람이다. 큰 집과 좋은 차를 가지고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비싼 음식을 먹어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결코 채워질 수가 없다. 좋은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선배분이 어느 날 술을 한잔 드시더니 느닷없이 말했다. “황 사장, 내가 이렇게 웃고 지내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잘 모르시지요? 직장에서 수차 바른말 한다고 승진에서 누락되고 내 밑에 있던 후배가 먼저 승진한 후 안면몰수하고 무시당할 때 죽을까 생각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내 아들이 자폐아라는 사실도 몰랐지요? 행복해 보여도 고통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저는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속내를 살펴보면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세상이 각박해지다보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다. 그러나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게 되는 돈, 승진에 좌절하지 말고 소중한 사람과 정을 더 쌓아가야 한다. 사람만이 희망이며 그리움보다 애절한 것은 없다.

사람들은 흔히들 순위를 매기고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체는 각자가 모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이며 비교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남들 눈에는 보잘 것 없이 보여도 누군가에는 아주 소중하고 가장 값지다.

닉 부이치치는 팔다리도 없이 발가락 두 개만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마침내 부모님이 그를 안고 오열했다. “나에게는 이 세상 무엇보다 네가 가장 아름답다.” 모두에게 천덕꾸러기였지만 누군가에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에게 희망메시지를 전하며 제2의 인생을 살도록 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우리는 흔히 1등을 하고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눈물 나는 감동, 삶의 에너지는 돈 아닌 사랑에서 온다.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할머니는 고구마를 화로에 구워 두셨다가 몰래 주곤 하셨다. 호텔식사보다 더 생각나고 먹고 싶은 것이 할머니의 고구마이다. 깊고 큰 사랑과 그리움을 어찌 돈으로 살 수 있겠는가. 천억을 주어도 바꾸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천억 부자이다. 가진 것이 없다고 자학해서는 아니 된다. 나는 이미 누군가에는 천억의 보석이며 또 사랑하는 천억의 보석을 가진 부자이다.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 진정한 부자가 되고 싶다면 바로 사랑의 힘을 키워야 한다. 발파멱월(撥波覓月), 물속에 달이 있지 않으니 물을 헤치고 달을 찾는 것은 어리석다. 행복은 더 많은 것을 가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니 더 많은 것을 갖지 못해 좌절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지금 애환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행복의 근원이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아파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고 보면 지금보다 소중한 사람, 소중한 순간은 없다. 지금이 바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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