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0)] 함부르크 글쓰기학교가 공개한 ‘12가지 글쓰기 규칙’…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운다”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30)] 함부르크 글쓰기학교가 공개한 ‘12가지 글쓰기 규칙’…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운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7.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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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관찰하고, 메모하고, 정직하게 묘사하라
▲ 독일 함부르크 글쓰기학교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이 원격 수업과 세미나로 글쓰기 훈련을 받는다. 사진은 글쓰기 교재를 들어보이고 있는 글쓰기학교 관계자.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특파원]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운다.”

독일 제2의 도시이자 언론 출판의 중심지인 함부르크에는 수강생이 6,000~8,000명인 글쓰기학교(Schule des Schreibens, 이하 ‘함부르크 글쓰기학교’)가 있다. 1969년에 설립한 이 학교에서는 만 16세부터 88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원격 수업과 세미나로 글쓰기 훈련을 받고 있다. 함부르크의 동북부 방면인 랄슈테트에 있으며 잉고 카스텐(Ingo Karsten) 씨와 마틴 헨드릭 쿠어츠 박사(Dr. Martin Hendrik Kurz)가 공동 대표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운다’가 이 학교의 교육 방침이다. 글쓰기 방법론을 설명하고 거기에 맞춰 계속 글을 쓰게 하면서 반복 학습을 시킨다. 글쓰기는 일방적으로 어떤 이론을 주입하여 익히게 하는 게 아니라 실전 글쓰기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철학이다. 직접 글을 써 보고, 전문가에게 지적을 받고, 다시 고쳐 쓰고, 이것을 또다시 점검받는 방식으로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21일 함부르크 글쓰기학교를 방문해 글쓰기 비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학교에서 제시하는 12가지 글쓰기 규칙이다.

◆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압박감 버려야 훌륭한 글 탄생”

머릿속에서만 생각이 맴돌고,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기는 한데 글이 써지지 않거나,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는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명한 작가들도 가끔은 백지 앞에서 어떻게 글을 써나갈지 몰라서 막막해한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유리알 유희’, ‘황야의 이리’를 쓴 헤르만 헤세는 막막함을 없애고자 달력 뒷장이나 편지 봉투 등에 글을 썼다고 한다. 이는 임시방편이지만 긴장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으로 글쓰기 전략(혹은 방법)을 바꿔본다면 엄청나게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빈 종이에 적든 어디에 적든 전혀 상관없다. ‘지금 쓰는 것은 단지 사전 연습일 뿐’이라고 여기면 된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핵심 키워드로 정리해 두는 게 좋다. 누구도 여러분이 단 한 번의 글쓰기 훈련만으로 대작을 완성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더 자유롭게 쓸수록, 혹은 더 많은 단어를 가지고 ‘실험’을 할수록 글은 더 좋아진다. 다시 말해,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때 훌륭한 글이 나온다. 헤르만 헤세가 메모하듯이 글을 썼던 것처럼 말이다.

▲ 함부르크 글쓰기학교는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배운다’는 교육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 “끊임없이 관찰하고 경험해 글쓰기 영감을 자극하라”

끊임없는 관찰과 경험을 통해 쓸거리를 찾아보라.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 과정은 무척 복잡하고 어렵다. 창의적인 글은 이성적인 작업 과정에서 갑자기 떠오른 영감이 무의식적으로 뒤섞인 결과물이다. 창의적으로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도 영감이 필요하다. ‘작업’은 언제나 틀에 맞춰 진행할 수 있지만 ‘영감’은 끊임없이 자극해야만 나타난다.

여러분이 가진 ‘보물’을 잘 돌보고 길러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보물’이란 관찰력과 경험 등을 말한다. 훌륭한 작가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쉴 새 없이 관찰한다. 엘케 하이덴라이히(Elke Heidenreich)는 한 인터뷰에서 ‘멀리서 관찰하기’를 통해 상상한다고 말했다.

상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메모장을 단짝처럼 곁에 두고 떠오르는 생각을 짤막하게 적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형용사다. 사물, 사람 혹은 사건을 세밀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묘사하는 방법이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의 고유한 색깔이자 지문과도 같은 유일한 특성이다. 사람, 사건, 순간을 세세하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 “최상의 컨디션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장소와 시간대 필요”

글을 쓰는 작업도 시간을 정해 놓고 한다면 더욱 수월해진다. 일과 중 리듬을 찾아서 업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리 장소를 정하고 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대를 고르자. 언제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해서 일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또 어떻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나만의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작가 겸 감독인 도리스 되리는 딸이 어렸을 때 하루 중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유치원에 가 있는 두 시간밖에 없었다고 한다. 토마스 만은 하루에 딱 세 시간만 글쓰기를 하는 데 할애했다.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영감을 받고 엄청나게 많은 분량을 썼다고 한다. 미리 설정해 놓은 최적의 시간에 글쓰기를 하면 이렇게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글을 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글을 쓰는 것은 시간에 제약이 있다. 다시 말해, 무리한 작업으로 자신에게 ‘짐을 지우면’ 안 된다. 잘 짜인 적절한 업무 일정에 맞춰 글쓰기를 해야 지속적으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 12가지 글쓰기 규칙에 따르면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려야 훌륭한 글이 탄생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장소와 시간대가 필요하다.

◆ “작가들은 독자를 잡으려고 극적인 묘사를 80% 정도 섞는다”

여러분은 보도 기사나 신문 기사를 쓸 수도 있고 문학 작품을 쓸 수도 있다. 글을 쓰기 전에 여러분이 가진 ‘재료’를 잘 파악하고 어떻게 소개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자들이라면 뉴스 기사인지, 해설 기사인지, 논평 기사인지 결정하면 된다.

① 서술: 서술체는 활발한 느낌이 적다. 배경지식을 전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때 독자는 사건의 외부에서 관찰자로 존재할 뿐 실제 사건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② 희곡: 사건을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장소와 등장인물을 시각적으로 살려낸다. 설명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읽을 내용도 많은 것이 단점이다.

허구적인 산문을 쓴다면 위의 방법을 적절히 섞으면 된다. 실제로 작가들은 최대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80% 정도 극적인 묘사를 섞기도 한다.

◆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쉬운 표현을 써라”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글을 써야 한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글을 쓰든 마찬가지다. 작가들이 단순하게 쓰기 위해 단어와 문장들과 씨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야말로 까다로운 과제다. 유명한 철학자 아서 쇼펜하우어는 생전에 “내가 의도했던 생각을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해하기 쉽도록 글을 단순하게 써야 하지만 이것은 보통 무시당하기 쉽다. 그러면 안타깝게도 독자들은 여러분이 쓴 글을 읽지 않는다.

◆ “‘중심생각’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메모해 놓고 글을 써라”

여러분이 전달하고 싶은 핵심 줄거리를 그대로 살리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중심생각(중심 테마)’이 빠져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캐릭터를 등장시킬지, 다양한 사건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우선 중심생각부터 결정해야 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중심생각을 표어처럼 정리해서 메모해 보자. 글을 쓰는 동안에도 처음 메모해 놓은 중심 주제대로 잘 이어가고 있는지 항상 확인하자.

◆ “어느 시점에서 글을 쓸지 화자를 선택하라”

화자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자는 크게 1인칭과 3인칭, 두 가지 형태가 있다. 1인칭은 다시 전지적 작가 시점과 관찰자 시점의 두 가지 형태로 세분화된다. 결국 세 가지 형태의 화자 가운데 고를 수 있다. ‘그’와 ‘그녀’와 ‘나’ 가운데 화자를 어떻게 선택할지 고민스럽다면 다양한 관점으로 시도해 보라. 시험 삼아 여러 가지 시점으로 글을 써 보면 어떤 것이 더 잘 맞는지 판단할 수 있다.

① 1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화자가 독자에게 이야기할 때 다른 등장인물의 생각까지 모두 알고 있다.
② 1인칭 관찰자 시점: 화자가 관찰자 처지에서 다른 사람들을 묘사하는 형식이다.
③ 3인칭 관찰자 시점: 작가가 외부 관찰자의 시점에서 사건을 묘사한다.

▲ 함부르크의 동북부 방면인 랄슈테트에 위치한 글쓰기학교 전경

◆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라”

좋은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마지막까지 독자를 사로잡는다는 점이다.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좋은 글의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전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급격하게 혹은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는 항상 일관성 있게 전개된다.

등장인물과 그들의 행동, 이야기의 전개가 자연스러워야 한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마치 음악을 작곡하듯이 이야기를 멋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를 전개할 때 중요한 것은 깔끔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분이 쓰는 이야기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까지 끊임없이 연습하고 방법을 연구해 보라.

◆ “술집서 지하철서 백화점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보라”

이야기가 흥미로울지 지루할지는 첫 문장에서 바로 결정된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이야기는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다시 말해,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바로 언어를 잘 구사할 줄 알고 다양한 스타일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춘 남녀가 대화할 때, 청소년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어린아이들이 재잘거릴 때 어떤 차이점이나 특징이 있는지 주의해서 들어보자. 더불어 그들의 제스처와 표정, 대화 내용, 소통하는 방식을 잘 살펴보자.

이렇게 하면, 얼마든지 자신만의 예술적 표현으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쓸 수 있다. 재능이 없어도 이 능력은 후천적으로 배울 수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의 언어, 여러분의 문학적 표현력은 독자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 여러분만의 언어는 곧 여러분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돕는 중요한 도구다. 아래는 여러분의 언어 구사력을 높여줄 수 있는 조언이다.

① 문학적 본보기로 삼는 책과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스타일이나 문체를 따라서 써 보자.
② 여러분의 레퍼토리를 체계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여러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면 적어보자.
③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터뷰나 토크쇼에서 하는 이야기를 잘 읽고 들어보자. 그들이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주의해서 듣는 게 좋다.
④ 사람들의 입을 잘 관찰해 보자. 술집에서 지하철에서 백화점에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 보자.

◆ “이야기 흐름에 꼭 필요한 문장인지 점검하면서 군더더기를 빼라”

유명 작가들이 지적하는 문제가 있다. 중심생각을 미리 정해 놓아도 글을 마무리할 때에야 비로소 작품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것을 빼야 할지 확실히 구분되기 시작한다. 글을 다 쓰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빼도 되는 부분들이 보인다. 그것이 눈에 보인다면 과감하게 빼버리자. 컴퓨터의 위대한 저장 기능 덕분에 이제 이런 건 문제도 아니다. ‘명확하고 간결하게’와 같은 신조로 없애야 할 문장들을 찾아서 과감히 삭제하자. 다음 두 가지를 참고하여 결정하면 된다. 첫째, 이 문장 혹은 단락이 전체 이야기에서 꼭 필요한가? 둘째, 이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가?

◆ “이야기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라”

글은 ‘숨을 쉬어야’ 한다. 독자에게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루하고 긴 서술로는 독자에게 다가갈 수 없다. 작가라면 독자들의 모든 감각에 말을 걸어야 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읽은 사람이라면 생선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잘 설명할 수 있다. 놀라울 정도로 실감 나게 묘사해 놓았기 때문이다. 냄새, 맛, 감정, 소리 등 여러분의 이야기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을 감각적으로 묘사해 보자. 글을 읽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자.

◆ “여러분의 모든 것을 담아 정직하게 글을 써라”

관록 있는 작가들이 신참들에게 주로 던지는 중요한 조언이 있다. 글은 정직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스타일이라는 것은 곧 그 사람 자체를 말한다. 다시 말해, 여러분의 스타일은 정직하게 글을 쓰고 아무것도 속이는 게 없다는 전제 아래에서 여러분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이 점을 명심해야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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