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정리=독서신문 김민희 기자] “오목오목 디뎌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하고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거라......”
‘눈길’은 이청준 선생의 대표작이자 자전적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소설 속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절제된 모습을 보인다. 시종일관 억제된 감정은 눈길을 걸어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던 노인의 심경 고백으로 뜨겁게 폭발한다. 아들은 노인에게 빚이 없다는 말을 계속해서 되뇌며 애써 어머니와의 감정적 선을 긋지만, 이는 절절하고 애잔한 모성의 진실을 확인하는 순간 무너져 내리고 만다.
가난하고 고달프던 그 시절 삶 속에 누군들 가슴속에 말 못할 한(恨) 하나쯤 없겠는가. 그 중에서도 자식에게 마음껏 베풀지 못한 현실을 가슴속 큰 응어리로 안고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에게 한없는 미안함과 숙연함을 남긴다. 소설 속의 노인이 우리의 어머니와 오버랩 되는 순간, 독자들은 몇 번이고 눈가를 적시는 뭉클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강물이 높은 곳으로 거슬러 흐르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어머니로부터 내려온 사랑을 온전히 되갚을 수는 없다. ‘눈길’에서 확인한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우리에게 여전한 감동을 안기는 이유다. 이청준 작가의 고향 ‘어머니 품 같은 장흥’에서 단편소설 ‘눈길’을 독자여러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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