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9)] 마라톤 완주하듯 42.19시간 글쓰기에 몰입하는 베를린공대와 함부르크대의 ‘글쓰기마라톤’ 인기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9)] 마라톤 완주하듯 42.19시간 글쓰기에 몰입하는 베를린공대와 함부르크대의 ‘글쓰기마라톤’ 인기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7.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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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베를린공대‧함부르크대 등 독일 대학의 ‘글쓰기마라톤’ 효과만점
▲ 학생들은 글쓰기 도우미들의 조언을 듣고, 노트북 자판을 경쾌하게 두드리며 글쓰기 과제를 완성한다.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베를린·함부르크(독일)=신향식 특파원] “42.19시간 안에 글쓰기 목표에 도착하라!”

지난 3월 7일 오전 10시,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위치한 베를린공대 학생처의 글쓰기마라톤 행사장(Freiraum im Studentenhaus: Hardenbergstrasse 35, 10623 Berlin). 11일까지 닷새간 열리는 제3회 글쓰기마라톤의 진행자가 행사 시작을 알렸다.

“올해도 글쓰기마라톤을 열게 되었습니다.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우미들이 도와드릴 겁니다. 중간 중간 휴식도 하고 머리도 식히면서 글을 쓰도록 행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쓰기마라톤에 참가하면 글쓰기 고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겁니다.”

행사장에는 방 두 개가 마련되어 있었다. 글만 쓰는 조용한 방(집필실)과 다른 글쓰기 참가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이 있다. 매일 오전 10시에 도착해 두 개 방 중 한 곳에 입실하면 된다. 번갈아 가면서 두 곳을 이용해도 된다. 간식과 음료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글쓰기마라톤은 총 5일, 42.19시간에 걸쳐 글을 쓰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마라톤에서 42.195km를 뛰는 것을 응용해 42.19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글을 쓴다. 참가비는 5유로(한화 6,336원)다.

“5일 동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26분까지 한 방에서는 글만 씁니다. 두 번째 방에서는 휴식을 하거나 글쓰기를 주제로 다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글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글쓰기 도우미들에게 질문을 해도 됩니다.”

▲ 총 5일, 42.19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마라톤 프로그램은 글만 쓰는 조용한 방(집필실)과 다른 글쓰기 참가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으로 나뉜다.

◆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 마치 멜로디 화음 같아

학생들은 글쓰기 도우미들의 안내를 받아가면서 글쓰기 작업에 들어갔다. 집필실에서는 학생들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가 음악 멜로디처럼 화음을 이뤘다. 인터넷으로 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자료를 검색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두꺼운 전공서적을 넘겨가면서 글에 담을 내용을 추려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빈 종이에 개요를 짜면서 글 구성을 검토하는 모습도 보였다.

옆방에서는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눠 가면서 글을 쓰고 있었다. 4명이 한 조가 되어 토론을 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고, 글쓰기 정보를 공유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글을 쓰다 지쳤는지 커피와 쿠키를 먹으면서 잠시 휴식하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글의 구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글쓰기 도우미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기도 했다. 표절을 예방하는 비결과 효과적으로 인용을 하는 방법도 상담했다.

◆ “5일 안에 글쓰기 과제를 끝낼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아”

언어학을 전공하는 멜라니 안드레센 양(Melanie Andersen)은 매번 글쓰기마라톤에 참가했다고 한다. 5개월째 석사 논문을 쓰고 있는데 2주 뒤에 마감을 해야 해서 이번에 모두 마무리하려는 중이다.

“글쓰기마라톤은 정말로 5일 안에 글쓰기 과제를 해내도록 동기 부여를 해 줍니다. 저처럼 논문을 쓰는 친구들과 시시각각 경험담을 나눠 가면서 글을 쓸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궁금하거나 막히는 부분은 글쓰기도우미들이 해결해 주네요. 논문 집필 방향을 잃지 않도록 중간 점검을 받을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멜라니 안드레센 양은 “글쓰기마라톤에서 딱 하나의 단점은 집필실에 책이 없는 것”이라면서 “글쓰기마라톤이 끝난 뒤에는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의 함부르크대에서도 글쓰기마라톤이 열렸다. 지난해 9월 5일부터 9일까지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 주최로 ‘이색 행사’가 개최된 것이다.

“42.195km의 마라톤을 뛰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글쓰기도 그만큼 힘듭니다. 학생들은 닷새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26분까지, 다시 말하면 42.19시간을 글쓰기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때론 긴장법을, 때론 이완법을 번갈아 활용할 것입니다. 뽀모도로 기법에 따라 글쓰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씩 요가도 곁들입니다.”

▲ 글쓰기마라톤 행사는 뽀모도로 기법을 활용한다. 25분 간 집중하고 5분 간 휴식을 취하며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25분의 집중과 5분의 휴식을 한 세트로 반복하는 뽀모도로 기법 활용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크노어 교수는 “이번 글쓰기마라톤에서는 뽀모도로 기법을 적용해 1시간 동안 글쓰기를 한 뒤 휴식하고 다시 글을 쓰고 또 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뽀모도로 기법은 일종의 시간 활용 기법으로, 25분의 집중과 5분의 휴식을 한 세트로 하여 이를 반복하는 방식이다. ‘뽀모도로(Pomodoro)’란 이름은 이탈리아의 프란시스코 시릴로가 대학생 시절 토마토 모양으로 생긴 타이머로 이 일 처리 방식을 사용한 데에서 기인했다.

크노어 교수는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쓸 수 없다’는 학생들에게 글쓰는 시간과 장소 및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학생들은 글쓰기마라톤의 집필실에서 자신의 목표에 맞춰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쓰는 주제는 각자 다르지만 모두 같은 방에서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요가 시간도 있어서 글을 쓰다 지치면 기분전환도 할 수 있습니다. 글쓰는 일에 훨씬 더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카트린 기르겐존 교수와 비어테 슈타크 교수의 아이디어로 시작

베를린공대와 함부르크대에서 글쓰기마라톤을 연 것은 학생들이 좀 더 집중력을 발휘해서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학생들은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도 집중을 하지 못해 마감 시간에 맞춰 끝내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글쓰기 과제를 완성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 위해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행사는 프랑크푸르트 오더의 비아드리나 유럽대학교(Europa Universität Viadrina) 글쓰기센터에 근무하는 카트린 기르겐존 교수와 함부르크대에서 ‘밀린 과제를 하는 긴 밤’을 주관한 비어테 슈타크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에 있는 인구 6만 명의 소도시, 프랑크푸르트 오더(Frankfurt Oder)에 있는 카트린 기르겐존 교수는 창의적인 글쓰기 교육 방법론을 연구해 주목받고 있다.

비어테 슈타크 교수는 “해마다 이 행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더 발전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 “매번 아주 멋지고, 집중력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글쓰기 마라톤이 어떤 효과가 있겠는지 질문하자 크노어 교수는 이렇게 답변했다. “많은 학생들이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 같이 한 방에 모여 글을 쓰다 보면,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글을 쓰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습니다. 그래서 같이 힘을 내 글을 쓰게 됩니다. 서로 본받으면서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글쓰기마라톤의 장점입니다. 한 사람에게 5일 안에 하나의 일을 해내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점이 대단한 겁니다.”

▲ 글쓰기마라톤에 모인 학생들은 글쓰기에 지쳐 포기할까 하다가도 다른 학생들을 보며 완주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 마라톤 포기하려다 다른 선수들이 뛰는 걸 보고 완주하는 이치 응용

크노어 교수는 “미루어 놓았던 과제를 글쓰기마라톤에서 마무리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과제물 제출 직전엔 학생들의 욕실이 그다지 깨끗하진 않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늑장 부리기’는 학생들의 만국 공통 현상일 겁니다. 그래서인지 글쓰기마라톤에서 과제를 목표한 곳까지 마친 뒤 즐거워하는 학생들을 많이 봅니다.”

크노어 교수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다가도, 주변을 둘러보면 글을 열심히 쓰는 다른 학생들이 보일 것”이라면서 “학생들은 스스로 ‘그런데 다른 학생들도 쓰고 있어, 그래 조금만 더 쓰자…’ 하면서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마치 마라톤을 하다 힘들어 포기하려고 하다가도 다른 선수들이 뛰는 것에 동기 부여를 받고 완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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