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학 다시 보기 7] 자코모 레오파르디 (7)
[이탈리아 문학 다시 보기 7] 자코모 레오파르디 (7)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7.0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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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달에게」
리듬이 약한 이 전원시는 레오파르디의 초기 시이며 기본적으로 순수한 어조로 조율되어 있다. 11음절의 열여섯 행에서 달의 관조는 각 음절마다 과거의 회상과 일체를 이룬다. 두 가지 주요 모티브는 첫 행 ‘오, 우아한 달이여, 나는 회상하노라’에서 이미 결합되어 나타난다. 레오파르디는 타보르 언덕에서 달을 바라보며 작년에도 달을 보러 올라왔던 것을 회상한다. 당시 달은 자신의 눈물 때문에 떨리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도 고통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슬프지만 지나간 모든 것의 회상에 고마워한다. 달은 레오파르디의 서정시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이 시에서 달과의 대화는 젊은 시절의 달콤한 무관심함에 젖어 있다. 자연은 처음으로 인간에게 말없는 연민과 응답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O graziosa luna, io mi rammento
che, or volge l’anno, sovra questo colle
io venia pien d’angoscia a rimirarti:
e tu pendevi allor su quella selva
siccome or fai, che tutta la rischiari.
Ma nebuloso e tremulo dal pianto
che mi sorgea sul ciglio, alle mie luci
il tuo volto apparia, che travagliosa
era mia vita, ed e, ne cangia stile,
o mia diletta luna. E pur mi giova
la ricordanza, e il noverar l’etatedel mio dolore. Oh come grato occorre
nel tempo giovanil, quando ancor lungola speme e breve ha la memoria il corso,
il rimembrar delle passate cose,
ancor che triste, e che l’affanno duri!

오, 우아한 달이여, 나는 회상하노라,
해가 바뀌었지만, 고통에 겨워
너를 보러 이 언덕에 올라왔을 때
너는 저 숲 위에 매달려
지금처럼 모든 것을 비춰주었지.
하지만 눈가에 솟는 눈물로
나의 눈에 네 얼굴은 흐릿하고
떨리는 모습이었어, 내 삶은 고통스러웠고,
지금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오, 사랑하는 달이여. 그래도 내 고통의
시절을 회상하고 다시 더듬어보는 것은
나에게 유익하지. 아직 희망은 길고,
기억의 흐름은 짧은 젊은 시절에,
비록 슬프고 고통이 지속되더라도,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는 것은
오,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 레오파르디 작품
안젤로 마르케시가 1985년의 탁월한 논문 『「달에게」의 방사선 촬영』에서 증명했듯이 소리가 고유의 의미를 띤다. 텍스트는 동일한 음성적 결합들의 반복으로 진행된다. 첫째 문장을 분석해보자.

O grazIOsa luna, IO mi rammento
che, or volge l’anno, sovra questo colle
IO venia pien d’angoscia a rimirarti:
e TU pendevi allor su quella selvasiccome or fai, che TUtta la rischiari.

1행, 3행, 5행을 연결하는 /RA/와 /RI/ 그룹 및 그와 관련된 /AR/와 /IR/ 그룹이 두드러져 보인다. 또한 음성적 인접성으로 MI RA-Mmento와 RIMIRA-rti가 연결된다. Arimirarti와 arischiari는 모음의 회문(回文)과 말장난 같은 등가로 연결된다. 유음 /L/과 /R/, 비음 /N/과 /M/에 대응하는 /EN/과 /AN/의 반복도 의미심장하다. 구성은 둘째 행에서 절정에 이르는데, che or volge l’anno, sovra questo colle(해가 바뀌었지만, 이 언덕에)에서 세 개의 회문 /e-o/ /o-e/, /a-o/ /o-a/, /e-o/ /o-e/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3행과 5행 사이의 공명하는 동치에서는 마지막 모음 여섯 개 a, a, i, i, a, i가 동일하다.

둘째 문장은 더 복잡하다.

Ma nebuloso e tremulo dal piantoche mi sorgea sul ciglio, alle mie luciil tuo volto apparia, che travagliosaera mia vita, ed e, ne cangia stile,o mia diletta luna.

pianto와 1행의 rammento를 연결하는 말장난이 곧바로 부각된다. 두 어휘 모두 행의 마지막에서 개별적인 문장 단위를 연결해준다. 하지만 가장 뚜렷한 음성적 동위성은 경구개 모음 /u/의 반복과 연결되어 있는데, 첫째 문장에서는 luna, tu, tutta에서, 둘째 문장에서는 nebuloso, tremulo, sul, luci, tuo, luna에서 나타난다. 음성적 요소로 /u/를 선택한 것은 중요하다. 언제나 유음 /l/와 연결되고, 독자는 그 소리에서 둘째 문장의 도착점이 되는 10행의 luna(달)를 연상하게 된다. 첫째 문장에서 특권적인 이중모음이 /io/라면, 둘째 문장에서는 1인칭과 2인칭 지시대명사가 나타나고 음성적 차원에서 IO(나)와 LUNA(달) 사이의 소통이 강조된다.

결론적으로 첫 두 문장에서 발화(發話)의 두 행위 주체로 io(나)와 tu(너)가 나타난다. 이중모음 /io/는 음성적으로 이 전반부(1-10행) 전체에 반영되며, 지시대명사 차원에서는 1인칭 대명사가 여러 번 반복된다. 다른 한편으로 /UL/이나 /LU/ 또는 /TU/의 음성적 반복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발화의 대상자인 tu(너), 말하자면 luna(달)로 되돌아간다.

다른 여러 음성적 현상들이 두 문장 사이의 통일성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비음 N와 M을 토대로 하는 결합 외에 유음 R을 특징으로 하는 결합 RA AR RI IR OR ER RE의 말장난이 나타난다.

E pur mi giovala ricORdanza, e il noverar l’etate
del mio dolORe.

여기에서는 전반부 두 문장의 반향이 명백하다. lARIcordanza에서 /ARI/의 반복과 R과 L 같은 유음의 빈번한 출현이 관찰된다. 또한 앞의 두 문장에서 이미 나타난 OR가 전면에 부각된다.

Oh come grato occorrenel tempo giovanil, quando ancor lungola speme e breve ha la memORia il corso,
il rimembrar delle passate cose,
ancor che triste, e che l’affanno duri!

▲ 안젤로 조에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모든 음성적 함축의미를 지닌 IO와 LUNA 쌍에 대립하여 후반부 두 문장에서는 이제 새로운 소리로 핵심 단어 COR가 부각되는데, 그것은 cuore(마음)와 연결된다. 그리고 앞에서 이미 나타난 음성적 파생어 OR도 그런 차원을 예고한다. 반면에 mi(나에게), me(나를), mio(나의) 같은 1인칭 지시대명사의 음성적 동위성이 계속된다.

글=안젤로 조에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번역=김운찬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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