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소규모 공동체와 함께하는 생활하는 대안적인 삶’을 실천할 장소를 찾아 나섰다. 웨레흐트, 베를린, 브뤼셀, 드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그라나다, 리스본 등을 떠돌았다. 미루는 늘 건강했다.
사진이 정말 재미있다. 아기 모습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천사 그 자체이긴 하지만. 엄마가 찍은 미루는 한 장 한 장 넘기며 볼 때마다 조금씩 어떤 때는 훌쩍 큰 듯한 인상이다. 비록 번듯한 돌상을 받지는 못했어도 장난감이나 책은 부족해도, 그리고 아빠의 조그만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잔다 해도 그 미소엔 천사가 함께한다.별일 다 겪었다. 어른이 겪어도 몇 년은 우려먹을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스페인에서는 미루네 가족이 탄 자동차가 고속도로 한 가운데서 불에 다 타고, 포르투갈에선 중간에 산불이 나 헬리콥터까지 뜨는 일도 있었다. 아기한테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스펙터클(?)이다.
미루의 여행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닮았다. 그러나 미루에게 그 불확실성은 장차 인생의 확실한 행복을 위한 고되고 벅찬 여정 아니겠는가. 세상에 대한 면역력이 생길테니까. 그 것도 글로벌 면역력으로.한국의 할머니는 손녀 딸에게 이것저것 먹이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전복죽을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우자 할머니는 “애 아빠가 돈 좀 벌어야겠다”고 한마디 한다. 미루의 올챙이 배에 가족의 행복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최승연 글·사진 │ 피그마리온 펴냄 │ 350쪽 │ 14,000원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