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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칼럼] 기록이 힘이다, 힘은 기록의 편이다논설칼럼

   
▲ 박흥식 논설위원
[독서신문] 역사는 한 줄의 기록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생명도 기록에 의해서 연장된다. 역사에서는 특별한 것이기에 기록되어진 것이 아니며, 기록되었기에 특별해진 것이 대부분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대 그는 보좌진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순신 장군과 원균 장군, 역사 속에서 두 사람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무엇 인가? 라고 물어보았다. 그 보좌진들은 두 사람의 차이를 여러가지 설명했고 다양한 답들을 내놓았다.

그때 노 대통령의 답변은 명쾌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이순신 장군은 임진사태에 대해 ‘난중일기’라는 기록을 남겼고, 원균 장군은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주는 교훈 역시 기록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생과 개인의 역사는 유한한 것이지만, 인간이 남긴 예술세계의 피조물인 작품들이 기록되는 순간 그 결과물은 무한한 역사 속에 존재하게 될 수 있다. 한 개인이 남긴 말씀이나 행동, 창조물이나 아이디어가 책이나 그림, 음악, 사진이나 영상자료로 기록되었다면 그것은 역사 속에서 영구히 남아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가 역사 속에서 진화하고 발전한 것도 역시 기록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만일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 조상의 과거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 전쟁과 평화, 발견과 발명들, 도전과 개척의 사실들이 기록되었기에 그 기록을 발판으로 오늘날 이렇게 발전된 인류 문명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지만 이 기억을 연장시키고 보존하는 것 역시 기록의 힘이다.

기록은 또한 사회정의를 실현한다.
범법자에게는 범죄의 사실규명과 단서로 활용되어 그를 처벌받게 하고, 피해자에게는 구제와 보상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치가나 지도자는 역사 속에서 책임성을 갖게 하고, 그 기록에 의해서 영웅이 되기도 하고 악인이 되어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과 나치와 히틀러의 유대인에 대한 학살과 전쟁의 진실이 영국의 위대한 정치가 처칠의 ‘세계대전’과 한 어리고 나약한 소녀가 쓴 ‘안나 프랭크의 일기’에 의해서 기록되고, 역사의 사실로 기억되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과거의 기록을 거울로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스의 페르시아전쟁을 기록으로 집필한 사람, 즉 <역사>라는 책을 쓴 그리스의 철학자 헤로도토스는 그의 역사책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이글은 헤로도토스가 제출하는 탐사보고서이다.” 헤로도토스는 역사라는 책을 통해 히스토리아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그는 또한 역사를 쓴 목적을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 목적은 인간들의 행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되고, 헬라인들(당시의 그리스)과 비헬라인들의 위대하고도 놀라운 업적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도 헬라인들과 비헬라인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 된 원인을 밝히는데 있다.”라고 하였다. 무엇을 기록하겠다는 것은 그것을 역사에 남기겠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과거는 이처럼 기록되어짐으로써 역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류가 위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데카르트와 파스칼이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생각하는 인간에 두었다면, 진화하는 인간 생명체의 변화의 원동력은 바로 기록하는 인간, 설명하는 인간의 특성으로부터 비롯된다.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비선택적이고 유한한 것이지만 기록의 결과는 죽음을 뛰어넘어 무한하게 연장된다. 기록의 힘은 지나간 역사의 사실을 보존하는 역할도 하지만 그 기록을 토대로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진화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기에 기록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기록은 세상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다. 공간과 시간에도 제약이나 제한이 없다. 인간과 만물 우주에 대한 인간의 모든 상상력과 자연현상, 진실과 거짓, 과거와 현재, 발견과 발명, 인간 과 자연생태계의 모든 현상과 실체에 대한 관찰과 창조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물과 공기와 불이 있듯이 인간의 영생을 위해서는 종교와 기록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신의 능력이 창조에 있다면 인간의 능력은 기록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발명한 것 중 위대한 것에는 많은 것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언어와 문자 활자의 발명이고, 더 나아가 책과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인간 커뮤나케이션과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이제는 문자와 활자에 의한 책으로의 기록을 넘어 음성과 소리와 영상까지도 기록될 수 있으며,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기록할 데이타는 무한정 저장과 보관, 이용이 가능한 시대로 발전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 사건과 사고, 법적 증거, 각 개인이 경험한 많은 것들에 대한 기억들이 어떻게 기록되어야 할 것인가?

아주 오래된 과거를 되돌아 보자, 인간 경험의 작은 조각들이, 그들의 삶의 형태들이, 그들만의 기술 방법으로 기록되었다. 고대의 동굴암벽화와, 그 후 파피루스나 돌조각, 진흙 위에 인간소통의 가장 일찍 나타난 상형문자이래로 책이나 종이 위에 기록하였고, 전자기술이 만든 녹음기나 영사기, 비디오와 유튜브까지, 그리고 점토판에서 이메일과 트위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시공간을 넘어서 연결하는 길을 찾았다.

인간은 구술문하에서 기록문화로 이동하였다. 사람들은 신뢰할만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다양한 미디어를 만들어 냈고, 우리들 기억의 대체물을 찾아내었다 . 우리는 기록의 목적 중에서 몇 가지에 다시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오늘날 민주 시민들이 그들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게 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상과 문화를 탐구 공유하고, 범죄사건과 경제거래의 진본 기록을 수립하는 목적이다. 더 나아가 각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가족과 이웃과 사회에 남김으로써 자신의 생명의 영속성을 갖는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개인의 역사도, 그 어떤 거대한 조직과 국가의 역사도 기록되어질 수 있는 것이기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남아있다. 기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이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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