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인 북]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포토 인 북]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6.27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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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 에이타로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일러스트(양경수)는 도발을 자극한다. 직장인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배짱으로. 실제로 이런 말을 직장에서 꺼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당신은 상사에게 찍혀 정상적인 직장생활은 물 건너 갈 것이다. 아무리 보수가 적어도 ‘보람’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채 ‘헌신’하고 ‘희생’할 줄 알아야 프로이거늘 이 무슨 아마추어 같은 불경한 소리인가 라고 저자는 묻는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도 야근수당을 적당히 떼먹는 얼굴에 철판 깐 기업들이 많은 모양이다. 노동법을 안 지키는 거다. 그러나 사회는 이런 회사에 관대하다. 노동법은 ‘법’이 아니라 지키면 아름답고 지키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권장사항인가.

 

왜 이렇게 우리(피고용자)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 권리보다 ‘회사’ 사정에 눈치를 보게 된 걸까. 저자는 일본 조직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관념인 ‘사축(社畜)’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사축, 즉 ‘회사에 매인 가축’이라는 의미로 두말할 필요 없이 피고용자를 가리킨다.

어쨌든 개인이 노동력을 제공하고 정당하게 ‘돈’을 받는다는 원칙은 어느덧 뒤로 밀려나고 ‘일님’의 신성함에 몸과 마음을 열정적으로 바치는 ‘사축적 사고’가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직장인의 필수조건으로 대두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직장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저자는 당돌하게 말한다. 당신은 회사와 잠시 거래를 트고 있는 ‘거래처’임을 잊지 말라고.

혹시 지금 이 책이 직장인들에게 몰래 표지를 숨기고 봐야하는 ‘금서’는 아닐까. 직장인에겐 금기와도 같은 이 책의 제목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어디까지나 일본 얘기다.

■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 이소담 옮김 │ 오우아 펴냄 │176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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