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영 칼럼] 똥파리를 만나면 변소로 가고 나비를 만나면 꽃밭으로 간다
[황태영 칼럼] 똥파리를 만나면 변소로 가고 나비를 만나면 꽃밭으로 간다
  • 독서신문
  • 승인 2016.06.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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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영 대한북레터협회장 /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 인맥이 좋고 마당발인 모임의 회장님께 한 회원이 물었다. “저도 회장님처럼 좋은 사람들을 많이 사귀고 싶습니다. 특별한 비법이 있으신지요?” 회장이 답했다. “사기꾼과 친하게 지내십시오.” 회원은 어이가 없었다. “말씀이 지나치신 것 아니신지요? 짧은 인생, 사기꾼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습니까? 어찌 사기꾼을 사귀라고 하십니까?”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사기 당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겠습니까? 교활하고 영악한 사람이겠습니까?” “착하고 순진한 사람이겠지요.” “사기꾼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기꾼과 친하게 지내면 자연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의심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반드시 속여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먼저 남을 속이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반드시 진실하여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이미 진실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을 믿는다는 것은 그 자신이 이미 믿음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회장 친구 분이 그 회원에게 따로 설명을 해주었다.

회장도 사기를 당해 아주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적이 있었고 또 그 사기꾼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 때문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회장은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실은 굉장히 아픈 경험에서 체득한 인생교훈이라고 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만 또 사람 때문에 성공하고 사람 때문에 즐거워한다. 행, 불행의 근원은 바로 사람에게 있다. 그래서 중용(中庸)에서는 도불원인(道不遠人),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했다. 도는 산속이나 구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리도 행복도 모두 바로 일상의 삶속에 있다. 그래서 공자는 “사람이 도를 닦는다고 하면서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참으로 도를 닦는다고 할 수가 없다(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고 했다.

도란 일반인과 다른 모습, 다른 행동을 하면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삶속에서 염치와 분수를 지켜가는 것이 곧 도를 실천하는 것이다. 내 자식이 나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내가 부모님을 모시면 그것이 바로 효도가 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고,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먼저 베풀면 그것이 바로 배려와 존중이 된다. 기행을 일삼는 자칭 도인보다 인의와 범절을 아는 평범한 사람에게서 더 많은 배움을 얻게 된다.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에는 늘 사람이 있다. 승진을 하려해도 직장 상사와 아랫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새로운 사업도 하게 된다. 군주도 어떤 참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성군이 되기도 하고 폭군이 되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는 누구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중국 청쿵그룹 창시자인 아시아 최고 갑부 이가성 회장의 운전기사가 30여년간 그의 차를 몰다가 마침내 은퇴를 하게 되었다. 이가성 회장은 운전기사의 노고를 위로하고 편안한 노년을 위해 3억원이 넘는 격려금을 주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30억원이 넘는 돈을 모아 두었다며 돈은 필요없다고 했다.

이가성회장이 의아해서 물어 보았다. “월급이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을 수가 있었는가?” 기사가 답했다. “차를 몰면서 회장님께서 전화하시는 것을 듣고 저도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회장님께서 땅을 사실 때 저도 능력껏 땅을 사 두었고 회장님께서 주식을 사실 때 저도 따라서 사 두었습니다. 그것들이 쌓여서 지금은 거액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사기꾼을 만나도 성공할 수 있고 같은 회장님을 모셔도 평범하게 은퇴하거나 큰 부를 축적하는 경우도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인연을 어떻게 선용하느냐 이다. 옷깃을 한번 스치는 것도 500겁(2조1천6백억 년)의 인연 있어야 한다고 한다. 1겁이란 우주의 생성과 소멸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사방 10리 되는 바위에 천년에 한 번씩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올 때 그 옷자락에 바위가 닳아서 없어지기까지의 시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는 것만도 1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할 정도로 모든 만남은 다 고귀하고 소중하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좋은 인연이 되게끔 배려하고 격려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을 변소로 안내하는 똥파리가 되지 말고 꽃밭으로 안내하는 나비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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