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7)] “정리를 잘한 '준비된 글'과 자기의 생각을 담은 '나의 글'이 가장 좋은 글”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7)] “정리를 잘한 '준비된 글'과 자기의 생각을 담은 '나의 글'이 가장 좋은 글”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6.13 16: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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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독일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글쓰기 도우미 2명 인터뷰
▲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글쓰기 도우미(왼쪽)가 한국인 교환학생 조영인 군에게 1대 1 첨삭을 해주고 있다.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특파원] “글쓰기 도우미에게 도움을 받으면, 혼자서 할 때보다 과제를 충실하게 작성하는 데 훨씬 더 유리합니다. 그래서 일정하지는 않지만 글쓰기센터에 자주 옵니다.”

2015년 10월 19일 낮 2시. 독일 함부르크 알스터테라세 1번지에 위치한 함부르크대학교 학생종합민원센터 5층의 글쓰기센터. 글쓰기 상담을 받으러 온 한 여학생은 “글쓰기 과제를 받을 때마다 글쓰기센터에 오는 편”이라며 “글을 쓸 때 잘 풀리지 않으면 도우미에게 질문을 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간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교육학을 전공한다는 이 학생은 “글쓰기센터를 이용하면서부터 주장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도록 노력하게 됐다”면서 “이젠 글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할지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예전엔 글을 쓸 때 ‘아, 이건 중요해’, ‘이것은 정말 흥미롭네’ 하면서 곧바로 판단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왜 중요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면서 천천히 논리적인 근거를 찾아보곤 합니다.”

글쓰기 도우미들에게 어떤 부분을 많이 지적받았냐고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두루뭉술한 표현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고쳐 쓰라고 하시네요. 글을 쓸 때는 전달하려는 핵심이 확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글엔 항상 무언가 불명확한 게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문장과 단락, 글 전체에서 일맥상통하는 중심생각을 뚜렷하게 설정하도록 애를 쓰려고 합니다. 요즘 ‘어린이 보호’를 주제로 글을 쓰려고 개요를 짜는 중인데 도우미들이 지적한 것에 참고하려는 중입니다.”

▲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이 학생은 글쓰기 도우미들이 지적해준 것을 바탕으로 논문을 쓰고 있다고 했다.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는 독일연방교육부(BMBF)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 글쓰기센터 40여 곳 중의 하나다. 2011년 6월에 설립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피어 튜터링(Peer Tutoring) 식의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이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매주 월요일마다 90분간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1대1로 첨삭지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에서는 글쓰기 도우미들이 글쓰기교육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이곳에는 학술 글쓰기 도우미들 외에 학생들로 구성된 글쓰기 도우미(튜터)들도 수십 명이 활동하고 있다. 글쓰기 도우미로 참가하고 싶은 학생들은 별도의 등록 없이 간단한 인터뷰와 면접을 통과하면 된다. 글쓰기센터의 목표는 글쓰기 과제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글쓰기 도우미를 양성하는 데 있다.

10월 19일에 열린 이 대학 글쓰기 도우미들의 세미나를 참관한 뒤 대학원 과정에 있는 글쓰기 도우미 2명을 인터뷰했다. 이름은 예명으로 처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글쓰기 도우미로 활동한 지 얼마나 됐나요?
우테 펜들러, 에일린 프리쉐: “지난해 여름에 시작했습니다. 보통 1~2학기 정도 글쓰기 도우미 업무를 교육받고 정식으로 도우미가 됩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해 주면서 도우미들의 문장력도 많이 향상된다고 봅니다.”

- 일주일에 몇 번이나 나와서 지도를 하나요?
우테 펜들러: “항상 월요일 10시부터 11시 반까지 일을 합니다. 그 외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더 나오는데 그 시간은 항상 다릅니다. 하지만 보통은 한 달에 20시간 정도 일하죠.”
에일린 프리쉐: “저는 보통 한 달에 10시간 정도 글쓰기센터에서 일을 합니다. 하지만 컨퍼런스나 행사 등이 있으면 일을 더 할 때도 있죠.”

- 학생들이 가져오는 글의 종류가 보통 어떤 것이 있나요?
우테 펜들러: “통상적으로 과제물을 많이 들고 옵니다. 학사, 석사, 박사, 다양한 과정의 학생들이 전공에 관한 글을 가져오지요. 수필(에세이), 인턴십 또는 취업을 위한 지원서도 많은 편입니다.”

- 글쓰기 파일을 들고 올 때 보통 출력을 해서 들고 오나요, 아니면 파일 자체를 들고 오나요?
우테 펜들러: “노트북에 담아서 들고 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실 그게 편합니다. 텍스트를 바로바로 고칠 수 있거든요. 지적사항을 적은 파일 자체를 줄 수 있으니까요.”

- 글을 직접 고쳐주시는 건 아니죠?
우테 펜들러: “네. 글을 직접 고쳐주지는 않아요. 보통 학생들이 쓴 글 옆에 글의 문제점을 적어주곤 합니다. ‘이 글을 이렇게 써도 괜찮은가?’ 하면서요.”

- 학생 한 명이 지금 글쓰기센터에 막 들어왔다고 가정을 하고, 보통 어떻게 대해 주는지 설명을 해 주세요.
우테 펜들러: “논리적으로 글을 썼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라고 해요. 끊임없이 질문을 하죠. ‘왜?’라는 질문이요. ‘이 단락을 왜 여기로 배치했는가?’, ‘이 단락을 다른 데로 보낼 수는 없는가?’ 하면서 질문을 합니다. 문장이 비논리적이라 이해가 안 되면 좀 더 명확한 어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해 주지요.”
에일린 프리쉐: “구조적, 문법적 문제를 많이 짚어주는 편이에요. 독일어 글쓰기는 구조와 문법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죠. 앞 답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모호한 부분은 항상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바꾸라고 조언을 하는 편이에요. 문장 안 어휘의 순서들도 중요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야 하고, 어떤 어휘가 중요한지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주제가 흔들리지 않아요.”

▲ 글쓰기 도우미들은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첨삭의 효율을 높인다.

- 글쓰기 도우미를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든가요?
우테 펜들러: “힘든 건 그다지 없습니다. 굳이 언급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다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일단 스스로 생각해 보게 하는 게 약간 어렵기도 합니다. 다시 말씀을 드리면, 가끔 상담을 하는 도중 제가 생각하기에 기발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바로 말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학생이 그 자리에서나 집에 돌아가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거든요. 빨리 알려주고 싶지만 며칠 참고 지내는 게 조금 힘들기도 합니다.”
에일린 프리쉐: “저도 힘든 점은 없습니다. 도우미들끼리 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정말 좋죠. 예를 들어 우리 조는 4명인데, 제가 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언어학을 전공한 동료가 있어서 거기에 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로 협력을 하면서 지도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글쓰기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우테 펜들러: “우선,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받기 위해서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읽은 글의 주제를 더 많이, 그리고 세심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읽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직접 글을 써보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해지죠.”
에일린 프리쉐: “그 말에 동의합니다. 다시 한 번 그 글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글의 주제를 확인 점검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는 것보다 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테 펜들러: “한마디로 정리를 잘해 ‘준비된 글’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생각하고, 또 치밀하게 정리를 해 작성한 글을 말합니다. 글의 주제와 구조를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훌륭한 글이 된다고 봅니다.”
에일린 프리쉐: “저도 같은 생각을 합니다. 준비를 많이 한 티가 나는 글을 보면 뿌듯하죠. 또 하나 덧붙이자면, 자기의 생각을 담은 글, 즉 ‘나의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들에게 글쓰기 상담을 해 주는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에일린 프리쉐: “먼저, 어떤 글쓰기 도우미가 상담을 해줄 것인지를 정합니다. 도우미가 정해지면 학생에게 무엇을 집중적으로 점검받고 싶은지 설명하게 합니다. 학생 스스로 설명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도우미와 학생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면서 상담을 진행합니다.”

- 보통 학생들이 글쓰기에서 어떤 실수를 많이 하나요?
에일린 프리쉐: “아주 다양해요. 그래서 보통 질문을 받아주는 것을 위주로 진행합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모국어가 독일어가 아니기 때문에 문법이나 구조적인 부분에서 오류를 범하곤 해요.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어려워하고, 가끔 은어나 구어체를 쓰는 사례도 있습니다.”

▲ 한국인 교환학생 윤세영 양(왼쪽)과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글쓰기 도우미

- 지도했던 학생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
에일린 프리쉐: “아시아에서 온, 독일어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이 한 명 있었어요. 그는 철학을 전공했는데, 철학이 원래 독일어를 잘하는 사람도 공부하기 힘든 학문이거든요. 처음에는 글의 문법이나 문장 구조가 거의 맞지 않았지만 점점 좋아져 결국에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상대할 때 어떤 특이점이 있나요?
우테 펜들러: “정말 다양해요. 그런데 외국에서 온 학생들은 보통 자신의 언어로 먼저 쓰고 독일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독일어로는 어색하거나 잘 맞지 않는 문장이나 구조가 가끔 발견되곤 합니다.”
에일린 프리쉐: “앞에 언급했듯이, 은어나 구어체를 쓰는 사례가 아주 많아요. 그럴 때는 ‘이 글을 이렇게 둬도 되겠니?’ 하고 묻습니다.”

- 두 분이 글쓰기 도우미로 선발된 것은 글을 잘 쓰기 때문일 겁니다. 글쓰기 도우미로 왜 선발됐다고 생각하나요?
우테 펜들러: “‘공식적인 선발’은 없습니다. 글쓰기 도우미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먼저 교수나 글쓰기센터로 연락을 합니다. 직접 찾아와서 신청을 한 뒤 교육을 받게 되죠.”
에일린 프리쉐: “저는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이란어를 전공했고 또 함부르크 대학이 아닌, 다른 대학에서 학사를 했습니다. 글쓰기 센터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다른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함부르크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할 때 글쓰기에 어려움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함부르크 글쓰기 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글쓰기 실력이 많이 향상됐어요.”

- 보람이 많겠군요.
에일린 프리쉐: “글쓰기 도우미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다른 학생들과 글쓰기에 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도우미가 돼 상담을 시작하면서 제가 받은 도움을 다른 학생들에게도 줄 수 있다는 데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저는 함부르크 글쓰기 센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러 다른 대학에도 글쓰기 센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함부르크 글쓰기 센터가 얼마나 좋은지 자랑을 해 주세요.
우테 펜들러: “우리는 어떻게 컴퓨터로 글을 쓰는지, 또 어떻게 글을 구성하는지 배웁니다. 책을 읽고 어떻게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배우고요. 배운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한편, 일부 대학의 글쓰기 센터에서는 글쓰기 상담 횟수가 주 1회만 가능하지만 함부르크대학 글쓰기 센터는 제한이 없다. 2011년 12월부터 2013년 9월까지의 통계에 의하면 총 85명의 학생이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에서 글쓰기 상담을 받았다. 80명은 피어 튜터링 시간에 상담을 받았고, 5명은 온라인 지도를 받거나 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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