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가 나무 바라보기를 시도했다. 나무인문학자로 불리는 고규홍과 함께다. 김예지에게 여태까지 나무는 장애물이었다. 사계절동안 둘은 도시와 시골, 수목원을 오가며 나무답사를 했다. 나무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를 묻고 있다.
“가을이 되면 바람 소리가 여름과 확실히 달라져요. 잎이 마르기 시작하니까 바람 소리가 더 크게 들려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나무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짐작할 수도 있어요. 물론 나무의 높이라든가 규모를 정확히 알아내는 거야 내가 할 일이 아니겠죠. 하지만 그 규모도 대강 느낌으로 알 수 있어요”. 시각을 내려놓은 김예지에게 촉각이 살아나고 청각이 살아났으며 후각이 요동쳤다고 저자는 말한다.나무가 얼마나 넓게 가지를 펼쳤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규홍의 물음에 김예지는 나무 그늘 바깥쪽으로 걸으며 나뭇가지가 펼친 그늘을 느끼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팔월 중순의 뜨거운 햇살과 삽상한 느티나무 그늘의 대비가 큰 때문일까. 김예지 걸음걸이는 느티나무 그늘의 경계선과 거의 일치했다. 걷는 김예지의 얼굴에 햇살이 따갑게 비쳐들면 그녀는 그늘 바깥으로 빠져나왔음을 알아채고 멈칫했다가 이내 그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예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무를 탐색하는 데 점차 익숙해졌다.김예지는 나무를 관찰하는 데 일정한 감각을 이용하는 건 아니고 대상을 얼마나 알려 하는가 하느 관심, 그리고 대상에 대한 성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슈베르트와 나무고규홍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312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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