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덴마크 소년들은 절대 침묵하지 않았다
[리뷰] 덴마크 소년들은 절대 침묵하지 않았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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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후즈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1940년 4월 9일, 덴마크 상공을 까맣게 메운 독일군 비행기가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덴마크를 ‘보호’할 것이라는 전단을 뿌렸다.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독일의 점령 선포를 받아들였고, 대다수 국민이 이를 묵인했으며 새로운 돈벌이에 독일군을 환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같은 날 침공당한 이웃 노르웨이의 저항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당시 10대 소년 크누드 페데르센과 형 옌스는 정부의 행태에 분노와 수치심을 느껴 뜻이 맞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처칠 클럽’이라는 덴마크 최초의 레지스탕스 단체를 결성했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독일어로 된 표지판을 망가뜨리고 독일군의 전화선을 끊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았다.

“우리는 마음속에 담아 둔 맹세를 꺼냈다. ‘우리가’ 행동할 거라는 맹세, ‘우리가’ 노르웨이인들처럼 할 것이고 덴마크 국기에 묻은 진흙을 닦아 내리라는 맹세. (중략) 우리는 그날 나치의 스바스티카를 비꼬는 우리만의 휘장을 만들었다. 비뚜름한 십자가 네 끝에 화살이 번개처럼 뻗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소년들은 침략자 나치와 숨죽인 덴마크 모두를 향해 ‘누군가는 항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외쳤다.

▲ 킹 한스 가데스 교도소에서 히틀러에게 보낼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한 소년들 <사진제공 = 돌베개>

세계 역사 속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항상 주목해 온 저자 필립 후즈는 덴마크 여행 중 레지스탕스 박물관의 ‘처칠 클럽’ 특별 전시에서 이 용감한 소년들을 알게 됐다. 그는 바로 처칠 클럽의 일원들을 찾아 나섰고, 리더 크누드 페데르센과 만나 몇 주에 걸쳐 25시간에 달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1926년생의 크누드 페데르센과 1947년생 필립 후즈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처럼 깊이 교류하며 1,000통이 넘는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알려지지 않았을 뻔한 역사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당시 독일군 자산을 파괴하며 히틀러의 심기를 건드리던 소년들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덴마크 국민들에게 상상하기 힘든 충격을 안겨줬다. 많은 어른들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덴마크의 위대한 시인 카이 뭉크는 처칠 클럽을 응원하는 편지를 썼다. 교도소로 어마어마한 선물이 날아들었다.

이들의 치열한 저항 흔적을 담아낸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는 ‘2차 대전에 관한 새로운 고전’, ‘2차 대전 레지스탕스 이야기에 훌륭한 한 장을 더한 책’으로 평가된다. 애국심을 고취하고 영웅주의를 조장하는 할리우드식 히어로 무비가 아니어서 더 좋다. 소년들의 충동적인 허세와 객기, 단원들 간의 갈등과 불화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 소년은 침묵하지 않는다
필립 후즈 지음 | 박여영 옮김 | 돌베개 펴냄 | 248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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