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풀등
여전히 풀등
  • 독서신문
  • 승인 2016.05.1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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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 율

울지 말아요 그대
세상은 온통 꽃밭인 걸요
파도가 유난히 뒤채고 나면
창백해진 얼굴로 바다는 달려 나가고

끝도 없는 저 모래사막을 뚫고
거뭇 누웠던 꽃들 다시 피어오르고
가마우지 흉터를 안고
당신은 언제나 저만치 있고

혹 간밤에 내가 단잠을 이뤘던가요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이곳은 여전히 풀등
그 외로운 풀등에 서서
그대여, 울지 말아요 제발

- 소율 시집 <내 얼굴 위에 붉은 알러지>에서


■ 소율
소율 시인은 인천 덕적도에서 출생하였다. 본명은 김희경이며 호는 갈매이다. 월간 ‘예술세계’를 통해 등단하였고, 죽란시 동인회장, 예술시대작가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국민대에서 국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국민대 강사를 역임했다. 시집으로 좥브래지어가 작아서 생긴 일좦과 좥내 얼굴 위에 붉은 알러지좦가 있다.

■ 감 상
시인의 풀등은 서해바다 신비의 섬 대이작도 부근에 있는 거대한 모래섬이다. 강도 아니고 바다에 형성되어 그 신비감을 더해준다. 물결에 휩쓸린 모래밭이어도 사철 꽃이 피고 새들이 머문다. 꽃의 생명력에도 지장이 없고, 새들의 보금자리로도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굳건한 대지가 아니다. 바닷물 한 번 요동치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허약한 지반이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고는 있지만, 언제 삶의 기반이 무너지거나 생명의 터전이 사라질지 모른다. 그 불안을 전혀 모르고 사는 것도 어쩌면 숙명일까. 그저 당연한 것일까. / 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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