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도교타워
[책과 영화]도교타워
  • 관리자
  • 승인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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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사랑에 빠져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영화와 소설의 만남

문화장르간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면서 많은 장르들이 각각의 장점으로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장르를 탄생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설과 영화는 예전부터 가장 많은 만남을 가졌다.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써 매력적이기도 하고,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흥행 면에서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를 소설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한류스타 배용준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외출>이 소설가 김형경에 의해 소설로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소설과 영화의 만남은 직접적인 결합이라기보다는 다른 장르로의 변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어떤 장르보다도 가장 깊숙하게 서로에게 연결되고 구속된다.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먼저 읽은 후에 영화를 보는데, 대부분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고 평을 한다. 소설을 재밌게 읽은 독자일수록 영화에 크게 실망한다. 이는 영화를 보면서 소설 속에 나왔던 장면들과 자신이 상상했던 장면들을 찾아내려고 몰두하지만, 대부분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독자들은 소설과 영화를 서로 구속하고, 각 장르만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의 모든 내용을 담아낼 필요가 없고, 독자들이 상상했던 장면들을 모두 담아낼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소설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영화를 봐야만, 소설은 표현해내지 못했지만 영화만이 만들어낸 다양한 장면들을 하나씩 발견해가면서 영화에 몰두할 수 있다.

소설과 영화를 모두 볼 계획이라면, 소설이 원작이라도 영화부터 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화는 미리 줄거리를 알고 보는 것보다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느꼈던 짧은 감상만을 안고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영화를 먼저 보고나서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이 훨씬 더 많이 마음에 와 닿고, 영화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면서 영화와 소설을 좀 더 꽉 채우고 있다는 만족감까지 느끼게 된다. 또한 영화와 소설을 비교할 때도 소설 먼저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서로에게 자유로울 수 있다. 각 장르의 특성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자유를 주면 독자들 역시 자유로움 속에서 더 풍부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도쿄타워』이외에도 『냉정과 열정사이』,『낙하하는 저녁』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항상 책 먼저 읽고 영화를 봐서 크게 실망했었는데, 이번에는 변화를 주어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더니 영화와 소설 모두 만족스러웠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들은 스토리가 매력적이라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점, 소설 여기저기에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미지가 깔려있다는 점, 독자들의 내면 깊숙이에서 잠자고 있는 감성들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들을 통해 하나하나 일깨워준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러한 에쿠니 가오리만의 묘한 매력 때문에 그녀의 소설들은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도쿄타워』와 영화 <도쿄타워>

『도쿄타워』는 스물한 살의 남자와 마흔한 살의 결혼한 여자의 사랑과 스물 한 살의 남자와 서른다섯 살의 결혼한 여자의 사랑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렸다.

토오루는 18살 때 자신 보다 스무 살이 많은 엄마의 친구 시후미를 만나게 되고, 둘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아오야마의 번화가에 있는 셀렉트샵의 오너인 시후미는 유명 cf기획자인 남편과 함께 살고는 있지만, 3년 동안 토오루와 사랑에 빠져 토오루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토오루는 매일 시후미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시후미의 전화를 기다리면서 시후미와 함께 살아간다.

토오루의 친구 코우지는 같은 또래의 유리를 만나면서 35살의 키미코도 만난다. 코우지는 고등학교 시절에 유부녀와 만나는 토오루가 부러워서 같은 반 여자아이의 엄마를 만났고, 지금은 유부녀는 항상 즐거움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귀엽다면서 키미코를 만난다. 키미코는 자신의 무료한 가정생활을 위안받기 위해 코우지를 만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과감해지면서 코우지에게 집착한다.

토오루는 시후미를 작은 방이라고 말한다. 시후미의 작은 방이 너무나도 편해서 나올 수가 없다고. 둘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은 서로의 외모나 성격 때문이 아니라 공기 때문이다. 서로가 있는 공간의 공기에 의해서. 토오루는 3년 동안 늘 수동적이었다. 시후미가 전화를 해야만 만났고, 시후미가 하자는 대로만 했다. 토오루는 자신의 공간을 새롭게 만들면서 살기보다는 시후미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그 공간에서만 살았다. 그런데 이제 토오루는 시후미에게 만나자고 전화도 하고, 시후미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붙잡기도 한다. 비록 처음에는 시후미의 공간에 들어간 수동적인 존재였지만, 점점 시후미의 공간에 자신만의 공기를 불어넣게 된 것이다.

코우지는 키미코를 하나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유부녀만의 천진함과 섹시함을 갖고 있는 대상으로. 코우지는 키미코를 만나서 그 시간을 함께 즐기는 것에 만족했기 때문에 키미코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갖지 않았다. 그러나 키미코는 코우지에게 대상 그 이상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소설은 특별한 변화 없이 토오루와 시후미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는 토오루의 엄마와 시후미의 남편으로 인해 헤어지게 된 토오루와 시후미가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재회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또한 소설은 시후미의 샾으로 취직하고자 하는 토오루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는 모든 것을 버리고 토오루가 있는 프랑스로 간 시후미의 적극적인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소설과 영화 모두 둘의 사랑을 이어간다.



『도쿄타워』는 영화로 먼저…

『도쿄타워』를 책으로 만나든지 영화로 만나든지 선택은 독자들의 자유지만『도쿄타워』에 좀 더 흠뻑 빠져보고 싶다면,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소설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독서신문 1395호 [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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