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5)] “독일 전역서 모인 대학생 글쓰기 도우미들, 글쓰기 경험과 도움말 주고받고 열띤 토론”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5)] “독일 전역서 모인 대학생 글쓰기 도우미들, 글쓰기 경험과 도움말 주고받고 열띤 토론”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5.02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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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피어 튜터 컨퍼런스’ 기획한 독일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크노어 교수 인터뷰
▲ 크노어 교수(오른쪽)와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글쓰기도우미들.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특파원] 제8회 ‘피어 튜터 컨퍼런스’가 ‘글쓰고 생각하고 조언하기’란 주제로 2015년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독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열렸다. 40개 도시에 소재한 대학교들의 글쓰기 도우미(튜터) 170여명은 컨퍼런스에 참여해 글쓰기 경험을 나누고 도움말을 주고받았다. 글쓰기 도우미가 되고 싶은 학생들도 동참했다. 프랑크푸르트 오더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그리고 함부르크와 뮌헨에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베를린과 다름슈타트 등지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다. 교수 2명과 박사 15명도 참가를 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3가지 테마를 주제로 삼았다. 첫 번째는, 글쓰기(Zum Schreiben), 두 번째는, 생각하기(Zum Denken), 세 번째는 조언해 주기(Zum Beraten)다. 주제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세부 주제는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 방법 △독일어 문법과 정자법 △학술 언어의 특징 △작가의 생각을 글로 드러내는 방법 △미디어 글쓰기 방법 △1대1 대면첨삭과 서면첨삭의 차이점 및 효과적인 방법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의 글을 점검해 주는 방법 △외국어 제시문을 읽고 모국어로 글을 쓰는 방법 등이었다.

엘렌 보르게스와 도로시 엠젤이 공동연구한 ‘다국어로 글을 쓸 때의 맥락-게오르크 아우구스트 괴팅겐대학교의 사례연구’도 발표됐다. 2015년 여름 학기에 설립한 게오르크 아우구스트 괴팅겐대학교의 국제 글쓰기센터가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여러 나라 출신의 학생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매주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글을 쓴 뒤 서로 바꿔가면서 조언을 해 주는 방식이다. 학술적 글쓰기의 기초부터 심화 과정까지 배울 수 있으며 특히 자신만의 문체로 표현하는 방법도 집중 교육한다.

지난해 10월 20일,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에서 크노어 교수에게 제8회 ‘피어 튜터 컨퍼런스’에 관해 인터뷰를 했다.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에서 일하는 크노어 교수는 글쓰기 교육 전문가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다음 행사는 2016년 9월 프라이부르크의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열린다.

크노어 교수는 함부르크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고 이탈리아에서 DaF(Deutsch als Fremdsprache, 외국어로서의 독일어) 강사로도 활약했다. 글쓰기 교육에 관해 수많은 논문과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고교생 자녀를 두 명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크노어 교수가 글쓰기도우미(튜터)와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글쓰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

- 쉽게 말해서 어떤 행사였는지 소개해 주세요.
“한마디로, 대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기 위한 행사입니다. 참석 대상은 각 대학교 글쓰기센터의 글쓰기 도우미들입니다. 이들도 아직은 학생이기 때문에, 모두 학생들을 위한 행사라고 보면 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글쓰기 경험을 나누고 도움말을 주고받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진행합니다.”

- 반응이 어땠나요?
“모두 만족하는, 아주 멋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글쓰기에 파묻혀 사는 학생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서 서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참가비도 받지 않았습니다. 독일 교육연구부에서 모든 비용을 지원해 줬습니다.”

- 어떻게 해서 이런 행사를 시작했나요?
“이 행사는 맨 처음에 함부르크대학교에서 열렸어요. 1회 행사를 할 때는 10명에서 15명 정도가 참가했지만 점점 늘어났지요. 규모가 커지고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재정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지원을 받을수록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겼습니다.”

◆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든지 글을 잘 쓸 수 있다”

- 대학교 글쓰기센터에서 ‘피어 튜터링(Peer to Peer)’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이들은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글쓰기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지도하는 게 목표 중의 하나입니다.”

- 글쓰기 도우미들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다른 나라에서 독일로 이주한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을 도와줍니다. 물론 그 외의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줍니다. 글쓰기가 필요한 학생이라면 모국어가 무엇이든 상관하지 않고 문장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 도우미들이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언어적인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줍니다.”

- 주로 어떤 것을 지도해 주는지요?
“무엇보다도 학술적 글쓰기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를 들면, △소논문, 보고서의 구성 잡기 △효율적으로 자료를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방법 △논리적으로 증명해 가면서 글을 구성하는 방법 △학생의 글을 교수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방법 △학생의 글을 장르에 맞춰 정형화된 형식으로 바꾸는 방법 △어법에 맞게 문장 교정하기 등입니다.”

- 독일 교육부에서 각 대학의 다국어 글쓰기센터를 지원하나요?
“독일 교육부에 우니베지탯트콜렉(Universitaetkolleg)이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세운 겁니다. 그 부서에 45개의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다국어를 사용한 글쓰기’입니다. 함부르크대학교의 글쓰기센터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겁니다. 거의 모든 전공과 모든 파트에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 언제 시작한 프로젝트인가요?
“2012년입니다. 다국어를 사용한 글쓰기 프로젝트는 2016년에 끝나지만 2020년까지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프로젝트 45개를 소규모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가 연장된다면 더 많은 예산을 들여 프로젝트를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작은 규모인 글쓰기센터가 더 큰 규모의 글쓰기중앙센터로 발돋움하겠지요.”

▲ 독일 함부르크대학교 글쓰기센터의 크노어 교수 연구실에 꽂혀 있는 글쓰기 교재들.

◆ “학술적 글쓰기, 창의적 글쓰기 결합한 새로운 형식 개발”

- 창의적 글쓰기 훈련이 학술적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도움이 됩니다. 창의적으로 학술적 글쓰기를 하면서 감수성도 훈련받을 수 있고, 자의식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학술적 글쓰기와 창의적 글쓰기를 결합해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글을 쓰도록 시도하게 하고, 다양한 결과물을 가져올 가능성을 열어줄 겁니다.”

- 위 행사에 앞서 월드카페 ‘글쓰기교수법과 글쓰기연구’ 세미나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 9월 16일, 함부르크대학교에서 했습니다. 참가비는 무료였습니다. 월드카페 ‘글쓰기 교수법과 글쓰기연구’는 토론과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특정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고 경험을 나누지요. ‘피어 튜터 교육’의 질적 향상, 글쓰기 교수학, 전공 글쓰기 지도법, 중고등학교의 글쓰기 교수법, 제2언어로 글쓰기 교육 등을 토론합니다.

- 어떤 순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나요?
“오전 11시부터 15분간 월드카페를 열면서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11시 15분부터 오후 3시까지는 글쓰기 경험을 놓고 토론을 합니다. 오후 4시부터는 2시간 동안 글쓰기 교수법에 관해 의견을 나눕니다.”

◆ “글에 필요한 요소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능력 중요”

- 교수님께서 글쓰기 교육에 관심을 둔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전공에서 기본적으로 글쓰기가 항상 필요했습니다. 학생이라면 누구나 졸업하기 위해 전공과목을 글로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부 시절에는 ‘어떻게 졸업논문을 완성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 관심이 커져서 글쓰기와 관련해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직업으로까지 선택하게 됐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좋아하기는 했으나, 이와 관련한 직업을 가질 생각은 사실 처음에는 없었습니다.”

- 누구에게서 글쓰기에 관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나요?
“박사 논문을 쓸 때 기억나는 교수님이 한 분이 계십니다. 교수님 책상에는 항상 수많은 서류와 책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였는데 당시에는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교수님께서는 필요한 자료와 문헌을 항상 정확하고도 빠르게 골라냈습니다.”

- 그 교수님께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웠나요?
“글로 나타내려고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가진 정보들을 글로 구성할 때, 그리고 책에서 정보를 얻을 때 이 교수님의 정리법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논문을 쓸 때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과 주제를 설정하는 방법도 유익하게 배웠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논문에 담으려는 내용을 어떻게 능률적으로 개요에 담아야 하는지 배운 것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글은 여러 단락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글쓴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글을 더 체계 있게 전개할 수 있겠지요.”

▲ 함부르크대 글쓰기센터의 크노어 교수(앞줄 왼쪽 다섯번째)가 글쓰기 세미나에 참석한 글쓰기도우미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이후 진로를 자율적으로 결정”

- 독일 교육의 강점을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수업시간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게 하는 것이 강점입니다. 독일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교(Grundschule) 이후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이후에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 공부할지, 직업교육을 받을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것입니다. 진로를 일찍 정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습니다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 미국이나 영국에 비교할 때 독일 교육은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근본적으로 교육은 무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은 교육비가 너무 비쌉니다. 영국에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뒷받침해 주지 못해서 자녀에게 맞지 않는 학교에 보내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필요도 없어야 하고 의무도 없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독일 교육 시스템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돈에 구애하지 않고, 배움이나 진로에 있어서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 의지만 있다면요.”

- 자녀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평소에 어떻게 교육하는지요.
“둘 다 고교생입니다. 첫째 아들은 올해 대입시험을 봅니다. 다음 해는 둘째 딸 차례죠. 흥미로운 건, 아들과 딸의 관심사는 전혀 다릅니다. 제 아들의 관심사는 컴퓨터 게임이고, 딸은 친구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에요.”

- 자녀들이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제 아들은 글쓰기와 독일어 공부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요. 수학과 물리, 화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리 교과의 글은 아주 잘 씁니다. 그 이외에는 글을 전혀 쓰지 않는 편이지요. 교사가 꿈인 제 딸은 글을 정말 많이 씁니다. 일기나 편지와 같은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글도 많이 쓰고요. 두 아이의 성향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기도 합니다. 글쓰기를 위해서는 꼭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개인에게 맞는 길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저는 자기가 쓰고 싶은 분야의 글을 자유롭게 쓰게 합니다.”

- 자녀들에게 직접 글쓰기를 지도하는지요?
“저는 제 아이들에게 엄마이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쓰기는 학교 선생님에게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어머니로서 두 아이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잘하도록 이끌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싶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알고 있습니까?
“사실 한국을 잘 모릅니다. 언론에서 한국의 정치·외교 상황을 접하곤 합니다. 그런데 항상 남북 대치상황에 있는 나라로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서 한국인들의 사회문화적 측면과 교육제도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기자들은 남한과 북한에 갈등이 발생할 때에만 한국을 보도하는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관해 가장 크게 쟁점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남북갈등이다 보니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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