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1928년 4월 19일. ‘구름 낀 하늘, 저녁에 쾌청. 일조 시간 10시간 45분. 서리. 시애와 교외 몇 군데에서 우박과 눈송이가 뒤섞인 매우 약한 소나기. 바람은 약풍 또는 강풍’
파리의 기상일지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내용 중 하나다. 프랑스 역사학자 기상학자 등 전문가 열명이 쓴 책 『날씨의 맛』에는 이처럼 다양한 날씨 얘기가 감칠맛나게 나온다.
저자 말은 이어진다. 이 같은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우리가 계획을 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해주고 있다고.
그러면 비는 어떻게 보고 있나. “나는 예컨대 소나기가 내릴 때, 이끼가 내려앉은 오래된 담장 위로 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을 볼 때, 바람이 비의 미세한 떨림과 뒤섞여 윙윙대는 소리를 들을 때 기쁨을 맛본다. 밤에 들리는 이 쓸쓸한 소리들은 나를 달콤하고 깊은 잠으로 빠져들게 한다” 고 노래한 사람은 18세기 말의 프랑스 작가이자 식물학자인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다.
비는 다소 에로틱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비는 흔히 눈물과 연결되기 때문에 “비가 올 땐 아름다운 여인이 우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녀는 애절해 보일수록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고 이 책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도 비는 익숙하다. 대표적인 게 황순원의 「소나기」아닐까. 대중적으로는 가수 심수봉의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있잖은가.
■ 날씨의 맛
알랭 코르뱅 외 지음 | 길혜연 옮김 | 책세상 펴냄 | 332쪽 |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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