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둥이 동생) 걔 수학여행 가는 날 아침에 제 겉옷이 하나 있는데 , 빌려달라고 빌려달라고 하는데 안 빌려줬거든요. 그걸… 계속 그걸… 빌려줄 걸, 계속… 계속… 그 생각이… 근데 이런 얘기 다른 사람이랑은 딱히 안해… 가끔 울 때도 있는데… 엄마가 본 적은 없을 걸요. 엄마가 울 때는 그냥 가만히, 방에 있어요. 엄마아빠를 보면, 어쩌다 이렇게 됐지… 싶어요.
# 세월호세대의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세대랑 저희는 계속 같이 살아야 하잖아요. 제가 ‘유가족입니다’해도 유가족이 되기 싫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평생 유가족이잖아요.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어른들이 하는 거랑 세월호세대는 다르면 좋겠어요. ‘유가족이네’하는 눈초리는 안 받고 싶어요. ‘아직도 우냐’ ‘어떻게 웃나’ 이런 감정의 억압도 당하고 싶지 않고. 끝까지 같이 싸워주지는 못하더라도, 저한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 동생이 없다는 느낌이 들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해요. 정신을 놓다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너무 화가 나서 누굴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감정이예요. 그런데 이게 며칠 앓는 감기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아니 눈감아서도 가지고 가야 하는 고통이잖아요. 시간이 멈줘버렸다는 거,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스무살 같고 4월 16일에 있는 것 같고, 이걸 벗어나서 살지 못할 것 같아요.
# 어떻게 보면 절망 속에 핀 꽃인 셈이죠. 그런데 절망 속에서 피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꽃 피우려고 얼마나 아등바등 했겠어요? 그때 도와준 사람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근데 사람들은 그건 다 모르고 절망 속에 핀 꽃으로만 봐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예쁘게 피었네. 하지만 절망 속에 피어봤자 절망이예요. 뿌리 내린 곳이 절망이라 벗어날 수가 없어요. (중략) 나는 주저앉지 않을 거예요.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치고 발버둥칠 거예요.
# 맨 위에서 자고 있던 애가 굴러떨어지는 거 봤냐고 막 웃고 그러다가 핸드폰을 봤는데 저희 기사가 나온 거예요. 애들이랑 이게 뭐냐고. 저희끼리만 방에 있었는데 선생님이 저희 반 단톡에 너희 구명조끼 입고 침착하라고. (중략) 근데 창문을 보니까 점점 어두워지는 거예요. 깜깜하게, 바다에 갇히면서, 바닷물이 여기 아래 있었는데 점점 더 올라오니까, 아 이건 아니구나…
#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구명조끼 입고 있으니까 뜨잖아요? 떴어요. 신발장 있는 곳에서 애들이 올라오고 있는 거예요. 절벽처럼 기울어져 있으니까 막 뜯으면서 올라가가지고 잡아달라고. 애들이 서로 잡아줘서 올라가고, 원래는 벽이었던 부분이 바닥이 됐으니까 거기를 밟고 걸어 나오는데, 친구가 “저기, 비상구다!”해서 나가니까 앞에 어선이 있었나. 그분들이 잡아 끌어주셔서 잡고 나왔어요. 그냥 저희는 저희들끼리 나온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