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장(腸) 길이 짧은 아베 총리, 말도 짧고 도량도 좁다
[서평] 장(腸) 길이 짧은 아베 총리, 말도 짧고 도량도 좁다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6.04.22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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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아베만큼 우리 관심을 끄는 일본 총리가 있을까. 그는 우경화 깃발을 높이 들고 헌법 개정을 향해 진군하며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중국 등 일본에게 당한 쓰라린 역사를 가진 이웃들은 긴장하는 가운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때에 나온 『아베 신조, 침묵의 가면』 책은 아베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한다. 먼저 이 책을 지은 노가미 다다오키는 기자 출신으로 아베 신조에 대한 몇 권의 책을 낸 적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베의 언동을 비판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담은 책이 아니라 아베에 대한 ‘인간 연구서’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책을 아베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 보게 된다. 왜, 그는 일본 총리이기 때문이다. 아아베 부친은 아베 신타로. 신문기자 출신으로 외무장관, 통산장관과 자민당 간사장 등 요직을 맡았던 인물이다.
친조부 아베 간은 강직하고 청빈한 정치가였다. 문제는 일본 총리를 지낸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기시는 “현재 헌법은 (미국이) 점령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국민에게 충분히 이해시키는 역할이 총리가 담당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외손자 아베 신조가 헌법 개정에 대한 유별난 집착, 극단적이기까지 한 집착은 기시로부터의 ‘정치적 유탁(遺託)’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말하자면 ‘헌법개정’은 대물림 집착이라는 것.

화려한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나 자란 혈통적인 장점과 부드러운 큰 키 등 아베에겐 ‘강경함’이나 ‘책사’ 같은 이미지는 없다. 그런데 아베는 정치인으로 본격 대를 이으면서 “총리가 되면 헌법을 개정하겠다” “집단 자위권 행사는 가능하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매파’라는 지적에도 “매파라고 불려도 상관없다”고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매파의 귀공자’라는 꼬리표가 그래서 붙었다. 총리에 오르면서 아베의 이같은 강경 분위기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위안부 등 발언으로 한국과도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창시절엔 ‘존재감 없는 아이’에서 어떻게 ‘극우라고 부르고 싶으면 불러라’라고까지 변신하게 됐나. 저자의 추적은 많은 인터뷰와 자료를 통해 가능했다.

학창시절 ‘존재감 없던’ 아베도 이념적인 주제, 특히 헌법 이야기만 나오면 돌변, 격렬한 달변가가 됐다고 대학 동창들은 회고한다. 외할아버지 기시의 말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 같은 말을 거침없이 떠들어댔다는 것이다. 외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존경이 이처럼 헌법개정 열변으로 나타났지만 정치력은 기시를 따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평이다. 기시는 밀고 당기는 데 고수였다. 그러나 아베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좌충우돌형이다. 그러니 한국 중국 등 이웃과 편안한 날이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 환경은 평생의 언행을 좌우한다. 아베의 어린 시절은 어땠나. 울지 않는 아이였다. 무척 고집이 세고 자존심 강했다고 보모였던 우메는 회고한다. 온순하고 조용한 형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리고 친조부 아베 간은 아베에겐 외조부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정치 혈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소년기에 단란하지 못했던 가정과 마찬가지로 간의 업적이나 족적에 대해 아베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아베가 아버지 신타로에 대한 반발로 ‘반군부적’이었던 할아버지 간의 족적에는 눈을 감고, 기시에게 쏠리는 경향이 심화됐을 거라는 게 저자의 추측이다.

알파로메오를 타고 다니며 마작을 즐기던 아베는 어느새 초선 의원이 되면서 유명한 보수논객의 서적 등을 탐독했다. 신인 정치인 시절 아베의 독서는 순수한 의미에서의 지식 흡수가 아닌 어린 마음에 새겨진 ‘할아버지는 옳다’는 생각을 확인하는 작업이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할아버지가 하신 일은 틀리지 않았다’고 하는 ‘기시 사관’이, 총리에 취임한 아베로 하여금 헌법부터 안보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전후 체제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내달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아베에겐 스트레스를 받으면 절대 안 되는 궤양성대장염이라는 지병이 있다. 이 병으로 총리에서 내려온 적도 있지만 한 나라 지도자의 건강은 정치, 나아가 국익과도 직결된다. TV에 비치는 아베의 안색이 안 좋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보모의 말에 따르면 아베는 태어날 때부터 장이 보통사람의 3분의1 밖에 안 됐다.

3분의1밖에 안 되는 것은 장 길이뿐이 아닌 것 같다. 이웃 나라에 대한 배려도 그렇게 짧다. 위안부에 대한 혀(말)도 그렇게 짧다. 신중함은 부친 신타로의 3분의1에도 못 미치고 도량 또한 할아버지 간의 3분의1도 안 되는 것 같다.

아베 신조, 침묵의 가면
노가미 다다오키 저 | 김경철 역 | 해냄 펴냄 | 29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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