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4)] “독일 청소년들의 일과에 사교육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독일 글쓰기 교육 특집(24)] “독일 청소년들의 일과에 사교육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4.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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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창간 47주년 특별기획> 독일 함부르크 김나지움의 로비스 벤트 군 일상생활 엿보기
▲ 친구들과 사이좋게 노는 것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벤트 군(왼쪽)이 방과 후에 친구와 함께 놀고 있다. 방과후 학교를 마친 뒤 친구와 집으로 와 시간을 보낸 뒤 스포츠 클럽에 가곤 한다.

<독서신문>은 창간 47주년을 맞아 신향식 객원기자(신우성글쓰기본부 대표)의 ‘독일 글쓰기 교육’을 연재합니다. 베를린과 함부르크, 비스바덴,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등 독일 현지 취재와 국내에 체류 중인 독일 교육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독일의 선진적인 글쓰기 문화를 소개합니다. 신 기자는 하버드대와 MIT, UMASS 등에서 미국 글쓰기 교육을 심층 취재해 보도한 바 있고, 대학과 고교에서도 글쓰기 및 소논문, 보고서 작성법을 체계 있게 지도하는 논증적 글쓰기 교육의 전문가입니다. / 편집자 주(註)

[함부르크(독일)=신향식 특파원] “벤트~, 구텐 모르겐(Guten Morgen, 독일식 아침 인사)!”

독일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15분 거리인 하임펠드역 인근 주택단지. 시곗바늘이 아침 6시 45분을 가리키자 김나지움 6학년인 로비스 벤트 군(11)의 어머니는 그의 방문을 살짝 열고 아침 인사를 한다.

벤트는 몸을 뒤척이면서 자는 척한다. 그는 엄마가 방문을 닫자 시계를 확인하고 곧장 일어난다. 방에 있는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은 뒤 주방에 와서 식사를 한다. 벤트의 평일 일과는 이렇게 시작한다.

벤트 군의 어머니 힐케 슈미트 씨(52)는 방송학교에서 기술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벤트 군의 아버지는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다. 지난해 10월 함부르크 하임펠드역 근처의 ‘민들레 게스트하우스’에서 슈미트 씨를 만나 벤트 군의 일상생활을 들어보았다. 슈미트 씨의 밝은 얼굴에서 외아들 벤트 군이 얼마나 행복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 아침 식사하며 엄마와 수다 “내 친구는 수학을 아주 잘해요!”

“엄마! 내 친구 OO는 수학을 아주 잘해요. 8학년 때 배우는 공식을 벌써 이해하고 있어요. OO는 장난을 너무 많이 치는 것 같아요. 게임에도 빠졌어요.”

벤트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엄마에게 이것저것 재잘댄다. 학교생활이나 친구에 관해서 엄마와 열심히 대화하는 것이다. 엄마는 게임에 빠진 친구에게 도움말을 해 주면 어떻겠냐고 권유한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되는데 어쩌나? 게임 말고 운동을 같이하자고 그러면 어때?”

식사를 마치면 벤트에게 오늘 특별한 행사가 있는지 점검을 해 준다. 어떤 스포츠, 음악 활동이 있는지 확인하고 차질 없게 준비물을 챙겨 준다. 그 뒤 엄마가 먼저 직장에 출근하고, 벤트가 혼자서 나머지 등교 준비를 한다.

학교에는 걸어서 3분이면 도착한다. 8시에 시작하는 정규 수업은 45분씩 2교시를 연달아 진행할 때가 있다. 이것은 영어, 수학, 독일어 수업 시간에만 해당하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이 5분씩 있다. 나머지 과목은 45분씩 진행한다. 수요일에는 45분씩 3교시를 이어서 한다. 이때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를 배운다.

벤트는 학교에서 식사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수요일에만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다.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서 메뉴를 주문하면 된다. 점심시간은 30분 정도로 길지는 않다.

▲ 벤트 군(오른쪽)이 수업을 마친 뒤 음악 클럽에서 호른를 연주하고 있다.

◆ 저녁 식사 시간은 가족이 함께 대화하는 중요한 시간

정규 수업은 8시에 시작해 1시에 끝난다. 방과후 학교에서 3시까지 숙제를 한다. 공부를 도와주는 교사가 따로 있다. 방과후 학교를 마치면 친구와 함께 집으로 와서 같이 쉰다. 그러면 30분 뒤에 친구의 어머니가 스포츠 클럽으로 둘을 데려다준다. 일주일에 두 번 스포츠 클럽에서 농구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호른 수업도 받는다.

“엄마~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저 다섯 골 넣었거든요. 같은 팀 친구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농구하러 또 가고 싶어요!”

벤트는 스포츠 활동을 마치고 엄마와 함께 집으로 가면서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엄마는 벤트가 농구에 흠뻑 빠져 있음을 알고 내심 기뻐한다.

엄마는 벤트의 고사리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요리를 해 준다. 저녁에는 가급적 따뜻한 음식 위주로 준비를 한다. 벤트는 밥을 먹으면서 신바람이 나서 오늘 몇 골을 넣었는지 또 자랑을 한다. 크게 벌어진 입이 양쪽 귀에 닿을 정도다.

식사를 마친 벤트는 최근에 친구와 같이 만든 유투브 동영상을 엄마에게 보여준다. 엄마는 “정말 잘 만들었다”면서 “어디에서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냈냐”고 호응해 준다. 저녁 시간은 가족이 대화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 저녁에는 휴대폰 반납하고 취침, 텔레비전도 보지 않도록 지도

시험 기간엔 벤트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김나지움 5~6학년은 대학입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단계의 관찰 기간이라 학교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숙제를 잘하고 있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다.

벤트가 이날 받아온 숙제는 독일어책에 있는 제시문을 읽고 질문에 맞춰 답을 적는 것이었다. 읽어야 할 책과 시(詩) 목록은 월 단위로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만약, ‘헨젤과 그레텔’을 본 학생들에게는, 그 책을 읽은 학생들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한다.

“벤트!, 이제 휴대폰을 엄마한테 줘야지? 빨리 양치질하고 자도록 해.”
“네, 알겠어요. 학교 준비물 좀 챙기고요.”

저녁 8시, 휴대폰을 반납하는 시간이다. 벤트는 부엌에 휴대폰을 놓아두고 침실로 향한다. 엄마는 휴대폰 검사를 하지 않고 바로 꺼버린다. 자녀의 사생활을 존중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단, 게임을 다운로드할 땐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기에 예외로 한다. 벤트의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문자가 하루에 수십 개 정도 오지만 일일이 검사하지는 않는다. 이상한 내용이 올 때도 있겠지만 벤트가 잘 대처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은 아예 보지 않도록 지도한다. 교육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벤트는 밤 8시 30분에서 9시까지 다음 날 학교에 갈 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한다. 9시 30분에는 집 안에 있는 불이 모두 꺼진다. 독일에서는 잠자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아이보다 잠을 많이 재운다. 벤트의 일과에 학원이나 과외 선생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 벤트 군의 어머니 힐케 슈미트 씨(52). 한국인 입양아 출신과 결혼해 벤트 군을 낳았고 한국에도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 “한국 아이들만의 개성 살려 창의성과 소질을 계발했으면”

벤트 군의 어머니 슈미트 씨는 한국에 한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이렇게 답변한다. “어린이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맞게 좀 더 즐기게 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마다 개성이 있어서 각기 달리 발전을 합니다. 개성에 맞춰 창의성과 소질을 계발하면 좋겠지요.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겁니다.”

한국에 학원이란 데가 있는데 알고 있냐고 묻자 “학원과 과외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이런 게 없다”면서 “학습 역량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씨는 또 “독일에는 어린 시절에 철이 없어서 공부를 안 했어도, 나중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서 “다른 친구들보다 약간 늦게 시작을 했어도 대학입시인 아비투어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교육 시스템도 무척 복잡해 부모가 다 알고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부모의 교육 정도가 자녀의 성적에 비례하기도 합니다. 부모가 지적이면 아이들도 지적입니다. 닫혀 있는 체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슈미트 씨는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무척 중시한다”면서 “마음이 열려 있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질투심도 없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벤트 군과 그의 엄마 슈미트 씨 모두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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