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지폐 한 장」의 위안
[수필-김혜식의 인생무대] 「지폐 한 장」의 위안
  • 독서신문
  • 승인 2016.04.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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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아동문학 창간호 이용길 시인의 동시「지폐 한 장」을 읽고

▲ 김혜식 <수필가 / 전 청주드림작은도서관장>
[독서신문] 독일 철학자 헤르더 말처럼 인간은 결함의 동물인가?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 중병 환자처럼 거짓인물을 만들어 보험금을 타내는 나이롱환자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가 하면 원산지를 속인 먹거리로 음식을 조리한 식당 업주가 법의 처벌을 받는다는 기사도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모두가 도덕이란 잣대로 재단을 한다면 중죄인에 해당된다.

그런데 법망은 그렇지가 못하다.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이 촌지 20만원을 받았다고 문제가 되어 교직에서 물러났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전직 고위층 인사가 국회의원이란 직에 있으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가 법망에 걸려들자 잔꾀를 부리며 요리조리 피하기를 3년, 급기야 한 시민단체 고발을 당하고서야 재판을 열어 교도소에 보냈다.

코미디 같은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에 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이 인사가 재판정에 들어서면서 성경과 백합꽃을 들고 양심선언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 양심선언에 비춰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가 형기를 마치고 철문을 나설 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고 말하지 않을까.

이 고위 인사의 거짓말을 중세의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7가지 거짓말에 비견을 한다면 몇 번째 거짓에 해당이 될까? 한 사람에게 이익이 주어지면 반드시 다른 사람은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 원리는 인류가 부정을 못하는 불변의 철학으로 21세기에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듯 거짓에 길들여졌을까? 생활 속에서 생성되는 사소한 거짓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안일함 때문일까?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웠다. 그러자 아랫목에 누워있던 친구 아버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방 안 벽장 속으로 황급히 올라가 몸을 숨기며, “얘들아! 나 집안에 없다고 말해라.”하며 당부를 하는 것이다. 영문도 모르는 나는 친구 아버지가 왜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했다.

그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남정네 여러 명이 들이닥쳐 방안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친구 아버지를 찾는다. 이에 당황한 친구는 말까지 더듬으며 아버지가 집안에 없다고 둘러댔다.

훗날 들은 일이지만 당시 친구 아버지는 노름빚이 많았단다. 그 노름빚을 받으러 사람들이 불시에 들이닥치곤 했는데, 올 때마다 가족들에게 자신이 집안에 없다는 거짓말을 하라고 시킨 것이다.
 
그러나 친구는 저네 아버지의 거짓을 답습하지 않고 반듯하게 자랐다. 그 애는 학교 운동장에 떨어진 돈 봉투를 주워 그것을 담임선생님께 갖다 드린 일도 있다. 그 애의 지난 선행을 떠올리려니 ‘충북아동문학회 창간호’에 수록된 동시가 문득 생각난다. 이용길 시인이 쓴「지폐 한 장」이다.

-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집을까 말까 가슴이 콩닥 콩닥/ 두리번거리는데 얼굴이 화끈 화끈/ 달아 오른다/ 나쁜 짓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하시던 엄마 말씀이 귀에 들려 온다 / 후다닥 걸음아 날 살려라/ 학교 길을 냅다 달린다.-

이 시의 서정적 자아는 땅에 떨어진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에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양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평소 어머니의 가르침 때문이다. 견물생심과 양심 앞에 갈등하는 동심이 잘 담긴 작품이다. 거짓을 배척하는 지름길은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다. 동시「지폐 한 장」이 우리 성인들에게 도덕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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