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영 칼럼] “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황태영 칼럼] “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독서신문
  • 승인 2016.03.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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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향기

▲ 대한북레터협회장 / 희여골 대표
[독서신문] 미국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졸업이 가까워졌다.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학생들은 앞 다투어 손을 들고 자신이 되고 싶은 직업을 얘기했다. 대통령, 국회의원, 장군, 교수, 사장, 법관, 의사 등 모두 꿈들이 화려했다. 그러나 맨 앞줄의 한 학생만은 손도 들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선생님이 직접 물어 보았다. “너는 이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그 학생이 침착하게 답했다. “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미국의 제20대 대통령인 제임스 가필드의 어릴 적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따뜻하게 감싸려면 자신이 먼저 따뜻해져야 한다. 도둑이 정직을 얘기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투기, 탈세, 병역기피자들이 애국을 얘기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높은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반듯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니스트의 ‘큰 바위 얼굴’은 자연과 함께하는 정직한 삶이 가장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높은 산중 계곡에 사람 모습을 한 큰 바위가 있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큰 바위 얼굴은 마을을 지켜주는 인자한 산신령과 같았다. 그 마을에는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생긴 위대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어니스트는 어릴 적부터 큰 바위 얼굴을 한 위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상인이자 거부인 개더골드, 전쟁 영웅인 블러드앤드선더 장군, 유명한 정치가, 위대한 시인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큰 바위 얼굴과 똑같이 생긴 인물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들은 항상 무엇인가 모자랐고 어니스트는 실망했다. 평범한 촌부인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기다리며 자애로운 설교가가 되었다.

어느 날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기위해 계곡을 찾아온 시인은 어니스트의 모습에서 큰 바위 얼굴을 발견한다. 훌륭한 삶은 지위가 높고 돈이 많은 삶이 아니라 자연의 순결함을 지켜가는 삶이다. 애환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자애롭고 진실한 사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높고 잘난 사람을 만나기는 쉬워도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리스의 키니코스학파의 대표적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어떤 사람이 정신병자 취급을 하며 그에게 물었다. “대낮에 왜 등불을 들고 다니십니까?” 그가 답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길거리에 오고가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아도 사람다운 사람은 그만큼 만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세상이 불의로 가득차면 등불을 켜도 어둡기만 하다. 지위가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과 배려의 마음이 사람을 빛나게 한다. 남을 가르치거나 부리기전에 먼저 자신을 다듬고 바로 세워야 한다.

모두 정의를 외치지만 세상은 시끄럽기만 하다. 모두의 정의가 아니라 내편의 정의만 강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을 가르고 이념을 가르고 세대를 가르며 사리사욕을 채운다. 상대의 얘기는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려한다. 열려진 귀는 닫고 닫혀진 입만 열려고 한다. 남의 결점만 지적하려 하지 자신을 다듬을 생각은 아예 하지를 않는다.

하늘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곳, 모든 생명에게 비와 이슬을 내려주고 빛과 바람을 맞게 한다. 재산도 이념도 지역도 직업도 따지지 않는다. 태양은 악인도 비춘다. 이것이 하늘의 마음이다. 차별은 소인들이 한다. 탐욕으로 세상을 갈라놓고 전쟁을 만들고 빈부를 만들고 계급을 만들었으며 귀함과 천함을 구분지어 놓았다. 봄이 오면 경허선사의 말씀이 떠오른다. “세속과 청산은 어느 것이 옳은냐?(世與靑山何者是) 봄볕 비추는 곳에 꽃피지 않는 곳이 없구나!(春光無處不開花)” 봄볕은 다툼과 차별을 하지 않는다. 세속과 청산을 구분하지 않기에 얽매임이 없다. 잘남을 자랑하지 않기에 편안한 위로가 된다. 봄볕이 그립다. 아니 봄볕 같은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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