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읽기-바둑] 날카로운 승부사 이세돌 - 『판을 엎어라』
[테마읽기-바둑] 날카로운 승부사 이세돌 - 『판을 엎어라』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3.2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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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이 예스24와 함께하는 '이달의 테마 읽기'
 

‘자신감’과 ‘희망’ 지닌 날카로운 승부사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용납 못 해


[독서신문 이정윤 기자]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5국에 걸쳐 명승부를 펼친 이세돌 9단이 남긴 말이다. 12세 어린 나이에 바둑계를 술렁거리게 한 천재이자 날카로운 승부사 이세돌은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이번 대국에서도 침착한 인간의 정신력을 보여주며 전국에 바둑 열풍을 일으켰다.

2012년 1월 펴낸 『판을 엎어라』는 큰 판에 강한 진정한 승부사, 초반의 불리한 형세를 뒤집고 승리를 얻는 ‘역전의 승부사’라 불리는 이세돌의 반상 이야기와 그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낸 책이다. 대국 당시 웃지 못할 에피소드, 승리의 기쁨, 슬럼프 극복 과정,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내와 딸에 대한 미안함 등을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더불어 승리를 얻는 이세돌만의 특별한 비결과 영원한 라이벌인 구리와의 10번 기에 대한 단상 등 그동안 언론을 통해 말하지 못했던 바둑 이외의 생각들과 선배기사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세돌의 초반 포석은 매끄럽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패색이 짙은 경기도 많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세돌의 무시무시한 대반격은 시작된다. 상대의 혼을 뺄 듯 정신없이 흔들어 결국 거짓말 같은 역전승을 일궈내는 그의 바둑 스타일은 전세계 바둑팬들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초반의 불리한 형세를 뒤집고 승리를 얻는 그의 바둑에는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그것은 강력한 ‘수읽기’와 ‘집중력과 승부근성’이다. 하지만 이런 역전승이 그의 전매특허가 된 것은 놀라운 수읽기, 무서운 집중력과 승부욕과 더불어 경기(판)를 엎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지막까지 기회를 노리면 흐름이 반드시 넘어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알파고와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3국까지 내리 패하며, 기가 꺾였을 만도 한데 이세돌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분명 알파고에도 약점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고 대국이 끝날 때마다 복기를 거듭하며 알파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4국에서 선보인 이세돌의 78수에 알파고는 무너졌고 불계패를 선언했다. 알파고가 이 수를 1만분의 1 미만의 확률로 계산한 탓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4-1 알파고의 승리였지만, 인류는 이세돌 9단의 ‘귀중했던 한 번의 승리’에 박수를 쳤다.

라이벌 구리와의 대국을 앞두고 이세돌 9단은 이런 말을 남겼다. “프로바둑기사에게는 돈과 명예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저 상대는 이기고 싶다’는 강렬한 승부욕도 있어야 한다. 10번기를 도전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이나 묘하고 설레는 기분이다. 이건 돈 주고 살 수 있는 기분이 아니다. 그런데 돈을 받고 그런 기분을 느끼다니…. 그게 프로바둑기사의 좋은 점이 아닐까?” 이세돌 9단의 천진난만한 생각과 최고의 자리를 위해 달려온 세월이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이다.

■ 판을 엎어라
이세돌 지음 | 살림 펴냄 | 255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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